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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진상존 Jun 26. 2023

싸운 클라이언트한테서 2년 만에 연락이 왔다.

마지막까지 선은 넘지 말아야 하는 이유

마무리가 되고 나서도 훈훈하게 지내는 클라이언트가 있는가 하면 

카톡프사를 차단하면서 끝나는 관계도 있다.


법적으로 소송까지 갈 정돈 아니지만 감정적으로 너무 힘들게 한 진상이 있었다.

그래서 차단하고 잊고 살았는데 2년 만에 평화롭게 쉬는 저녁에 갑자기 보이스톡이 걸려왔다.


이 클라이언트는 나에게만 힘들게 한 것이 아니라 같이 진행하던 다른 디자이너에게도 이상하게 굴었는데

다른 디자이너는 결국 이 클라이언트에게 작업을 진행할 수 없음을 통보하였고

나도 의뢰받은 내용까지는 다 완료하고 넘겨주고 그 이후의 작업은 하지 말아야겠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일단 이 클라이언트의 문제점은


본인이 컨트롤하지 못한 상황에 대해서도 내게 짜증을 낸다는 점, 계속 징징댄 점.

(공장과의 인쇄이슈, 상품고시 부분에서 변경되는 상황)

그 부분에서 묘하게 내 책임인 것처럼 말하는 화법이 정말 스트레스받았다.


모든 일을 통화해서 급. 하. 게 처리를 원한다는 점

나의 시간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었던 클라이언트로 자기가 컨트롤하지 못한 모든 이슈에 대해 스트레스받아하면서 나에게 급하게 해결을 요청했다. 그걸 전화로 사소한 부분까지 수시로 얘기하니... 

나중에는 발신인만 봐도 스트레스받았다.


어쨌거나 마지막에 나는 흠잡히지 않도록 필요한 파일은 전부다 완벽하게 해서 넘겨주고

(다른 디자이너는 파일을 다 합쳐서 보내주라고 하긴 했는데 그렇게 커 뮤 식 사이다를 했다가 문제가 생기는 건 원치 않았고 나도 내 원칙이 있기 때문에 양심적으로 해결했다.)

차단했는데 그렇게 2년이 지난 후 갑자기 다른 아이디로 연락이 온 것이다.


듣자 하니 내가 디자인 한 파일이 이제 인쇄소로 넘어갔는데 인쇄소에서 양식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 수정요청이 온 것이었다. 아니.. 2년이나 지나서..? 이걸??


뭐 2년이던 10년이던 내가 못해준 부분이 있으면 수정할 수 있지만 중요한 점은 나는 마지막에 이게 최종인쇄파일이라고 땅땅 명시를 하고 끝냈다는 점이다. 정말 혹시 몰라서 그때의 카톡을 다시 뒤져봤는데 이 클라이언트는 추후에도 문제가 있으면 A/S 해주기를 바랐지만 나는 내가 넘긴 파일은 인쇄용 최종파일이라고 땅땅 명시하고 클라이언트도 오케이 하고 끝난 기록이 남아있었다.


이렇게 최종파일이면 최종이라고 그 후에는 수정이 없다고 계약할 때에 적어두는 것이 너무너무 중요하다.


어쨌거나 그 클라이언트는 여전히 징징거리면서 나에게 상황설명을 엄청나게 쏟아냈다.

듣자 하니 내가 공장과 디렉트로 얘기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인쇄관련해서는 절대 간단한 수정이라는 것도 없고 이걸 맡았다간 또 에너지 뱀파이어 같은 이 진상이 계속 ASAP로 내 스케쥴과 관계없이 수정을 요청할게 눈에 훤하게 보였기 때문에 거절했다.


아니 내가 한 5번은 거절했는데도 자기가 난감한 상황이라서 꼭 도와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쪽이 급하면 나는 꼭 해줘야 하나? 그러면서 은근히 내가 한 디자인 파일이 잘못되었다는 식으로 말하길래 빡쳐서 사실 나는 도와줄 이유가 없는데도 일단 상황을 듣고 최대한 도와주려고 하고 있다고 얘기하니까 잠잠해졌다.


진짜 모른 체하고 차단해 버리면 좋았겠지만 그때도 지금도 일단 내가 떳떳한 만큼의 도리는 다하자는 생각이었기 때문에 우선 내가 가지고 있는 파일 중 문제해결에 도움이 될 만한 파일을 보내주었다.

그렇게 보내주고 알아서 하라고 했는데 진짜 전화를 끊는 순간까지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그럴 수 있냐고 대답을 강요하길래 진짜 어이없어서 대꾸 안 하고 끊었다.


그때 의뢰를 마무리할 때에 진짜 짜증 나고 속앓이도 많이 했지만 파일도 제대로 전달해 주고 마지막 순간까지 사무적으로 얘기하면서 마무리지었다. (책임관계는 명확히 하는 기록도 남겨두고)

이렇게 2년 후에 다시 연락이 올 줄은 몰랐지만 그때 켕기는 것 없이 잘 마무리 지은 것 덕분에 지금 무리한 요구를 하더라도 거절할 수 있는 입장이 되었다. 그때 파일을 엉망으로 줬거나 감정적으로 욕을 하거나 했으면 지금 상황에서 떳떳하기가 어려웠겠지


일단 지금은 내가 거절했는데도 5번이나 대답을 강요한 걸 보면 (아니 나도 모르고 바쁘다니깐??) 본인이 상황 급하면 상대에 대한 배려 없이 막무가내로 무례하게 구는 사람인 것 같아서 좋게 마무리 짓기 위해 내가 줄 수 있는 최대한의 도움은 다른 디자이너를 구인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정도라고 선을 그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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