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진상존 Jun 23. 2023

프리랜서 디자이너 진상 기록기

간단한 디자인은 없습니다.

발신인에 이름만 떠도 짜증이 나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에게서는 높은 확률로 주중,주말 가리지 않고 연락이 온다. 아직 병아리 프리랜서지만, 이때까지 짜증났던 진상들을 기록하고 그에대한 대처방법을 기록하기로 했다. 빅데이터가 쌓이면 나중에는 쎄한 클라이언트들은 거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간단한 로고 좀 도와줄 수 있어요?"


디자인을 처음 맡겨본다고 해서 어느정도 지식이 없는 것은 예상했고, 괜찮았지만 문제는 디자인에 대한 값어치의 개념 또한 없는 사람이었다. 타사 로고와 비슷한 듯 다르게 로고 카피를 요구했고, 카피를 하는 것이니 간단하지 않겠냐는 개념없는 발언을 했다. 타사 카피를 그대로 하는 것은 할말이 많지만 넘어간다 치더라도 로고는 보기에 쉽게 인식이 되는 것 뿐이지 명쾌하면서도 함축적인 의미를 담아야 하기에 까다롭고 경우에 따라 금액도 많이 받아야 한다. 그리고 이런 진상들은 자신들도 부끄러운 줄 알기에 절대 서비스로 해달라고 안하고 은근슬쩍 이것도 필요하다던가, 도와달라던가 이것 좀 해달라던가 부탁한다.


단호하게 자를 수도 있었지만 아직 프로젝트 진행 중이었고 상대가 감정적인 중년의 클라이언트였기에 내 핑계를 대는 것이 나을 것 같아 로고는 잘 못한다고 하고 거절했다.


그러나 진상 클라이언트들은 큰 금액의 의뢰를 맡기면 서비스로 뭔가를 더 요구해도 된다고 생각하나보다. 파는 물건이면 나도 먹고 떨어지라는 심정으로 몇개 더 얹어줄 수도 있겠지만, 디자인같은 무형의 컨텐츠는 내가 만들어서 줘야 하기 때문에 내 시간, 내 노동력이 더 들어가서 그럴 수가 없다. 그리고 간단해 보이는 서비스라고 대충해서 주면 또 난리를 치기 때문에ㅜ 정말 대충해서 줄 수도 없다.


"이것 글씨만 바꾸면 되는 간단한 작업인데.. 영문판으로도 필요할 것 같아요."


전화로 저렇게 듣는 순간 숨이 턱 막혔다 ㅎㅎ 이미 서비스로 해주기로 한 다른 디자인에서도 징글징글하게 수정을 많이 요구했는데 이 클라이언트는 서비스라고 해도 최대한의 결과물을 원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 대표님 이때까지 수정 많이 주시던데 ㅎㅎ 간단할 것 같지 않은데요? "


거절하진 못하고 눈치만 좀 줬는데, 그 이후에 또 맡길 다른 작업을 얘기하길래 작업을 이어가려면 짜증나지만 해줘야 하나? 싶었다. 그래서 우선 그 건은 어물쩍 넘어갔는데, 그 이후로 공장과의 규격오차 이슈를 나에게 짜증내길래 너무 어이가 없어서 이후 거래는 하지 않으려고 생각했다.


이후 수정 목록에 그 문제의 영문판도 끼어있길래 (심지어 예상한 대로 간단하지 않았다) 열받았지만 그래도 정중하게 계약사항에 영문판은 없으니 추가의뢰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고 문자로 보냈다. 그러니까 삐졌는지 단답으로 답변이 왔지만 알게뭐람. 위에 로고때에는 내가 정말 죄송스럽다는 듯이 못하겠다고 할 때에는 유하게 반응이 왔는데 계약사항을 다시 짚어주니까 삐진 것에서 이 사람과는 거래를 못하겠다고 생각했다. 나도 화가 나는데 부당한 일에 앞으로의 의뢰를 위해서 기분을 맞춰줄 이유는 없었으니까


클라이언트 본인이 파는 서비스를 공짜로 달라고 해도 똑같이 굴었을까?




작가의 이전글 초반부터 손절각 클라이언트(프리랜서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