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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정냥이 Oct 20. 2021

10 완벽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사랑하는 법

‘나의 그림책 읽기’ 중 


이 제목 속 ‘것’에는 책을 넣어도 되고, 그림을 넣어도 되고, 사람을 넣어도 된다. 사람에는 부모를 넣어도 되고, 자식을 넣어도 되고, 연인을 넣어도 좋다. 완벽히 이해되지 않는다고 사랑하지 않는 것이 아니고, 완벽히 이해한다고 해서 그게 꼭 사랑의 불꽃으로 이어지지도 않는다. 비슷한 처지의 사람을 만나면 내 처지를 이해할 것 같지만, 각자의 깊은 상처 때문에 서로를 받아들이지 못하기도 한다. 자신의 상처가 너무 버거울 때는 사랑하기 좋을 때가 아닐 수도 있다. 한없이 차가워진 자존감이 서로의 마음과 생활 깊은 곳에 도사리고 있다. 


내가 사랑하는 많은 것을 나는 완벽히 이해하지는 못한다. 끊임없이 서로를 향해 이해의 실마리를 내놓지만, 노력해도 잘 이해할 수가 없다. 이해하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리리라는 것만 직감한다. 그런다고 사랑을 그만두지도 못한다. 반대로, 사랑을 계속해 나가는 것만이 우리의 방법일지도 모른다. 


여기에 언급한 책들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오르배 섬 이야기의 지리 배경이나, 작가의 지리와 창작에 대한 방대한 생각을 다 알지 못하고, 시인 에밀리 딕킨스의 열정도, 모리스 센닥의 속마음도 다 알 리 없다. 어떤 책이건 내가 속 시원히 완벽히 안다고 생각하는 책은 없다. 어느 정도의 안개가 끼어 있고 건드리지도 못한 부분도 있다. 그럼에도 이 책들을 계속 읽고 느끼고 때로는 더 알려고 하고 때로는 아는 정도에만 머무른다. 그림책을 속속들이 이해하는 것만이 꼭 책을 즐기는 방법은 아니다. 분명 내 마음에 들지만 완벽히는 설명되지 않는 이미지나 현상의 느낌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도 괜찮다. 좋아하는 음식을 일일이 분석하며 즐기기도 하지만, 분석이 없어도 충분히 맛있음을 우리는 안다. 또 지금 표현하지 못하는 맛을 시간이 지나며 표현하게 됨도 안다. 


그저 읽고, 마음의 끌림을 느끼고, 이것을 그만두지 않는 것. 책을 읽는 것도, 글을 쓰는 것도 이게 제일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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