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온 아버지의 문장을, 딸이 엮은 기록.
시골의 문장들___
“제천의 봄 준비”
바다 건너 제주에는 유채꽃과 동백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추운 겨울에 환멸을 느낀 많은 상춘객들이 봄을 만끽하려고 몰려들고
땅끝 해남에도 벌써 벚꽃이 꽃망울을 터뜨려
상춘객을 반겨 맞이한다는데
내 고향 제천은 아직도 높은 산에는 희끗희끗 백발처럼 눈을 이고 서 있고
아침저녁으로는 꽃샘바람이 앙탈을 부리듯
앙가슴을 파고들어
몸은 사시나무 떨듯 부들부들 떨려오지만
그래도 콧속을 파고드는 바람 속에는
상큼한 봄 내음이
조금은 묻어나는 것을 보면 머지않아 내 고향에도
꽃 피고 새가 우는 봄손님이 아지랑이를
몰고 찾아오겠지.
며칠 전 보슬보슬 봄비가 내린 탓인지
뜰 앞에 심어 놓은
달래가 문안인사라도 하려는 듯 살포시
고개를 내민다
달래잎을 보니 어느새 봄은 성큼
우리 곁에 다가와 있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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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유채꽃이 피었습니다’ 같은 뉴스보다
뜰 앞의 달래잎 한 줄기에서 먼저 느껴진다.
아버지의 글은
자연을 바라보는 눈이 얼마나 다정하고
세심한지를 보여준다.
제주엔 꽃이 피었고,
해남에도 벚꽃이 망울을 틔우지만
제천의 봄은 아직 산 위에 눈이 남아 있다.
그런데도
꽃샘바람 사이로 코끝에 스치는 봄 냄새,
문안인사하듯 고개 든 달래 한 포기에서
봄이 진짜 오는구나, 하고 느끼게 된다.
계절을 기다리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나는 오늘,
아버지의 글을 따라
봄을 느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