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 문장들

시골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온 아버지의 문장을, 딸이 엮은 기록.

by 밍키

시골의 문장들___

“옥수수처럼, 그 여름처럼 “


옥수수가 제철을 맞았다.

억수 같은 장마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라나

우리들 식탁에 오른다.


제철에 나는 음식을 먹는 것이

제일 맛있고 몸에도 좋다더니

옥수수야말로 그 말에 딱 맞는 작물이다.


볏과에 속하는 한해살이 풀,

원산지는 남아메리카.

키는 2~3m 자라고,

녹말이 풍부해 식용, 사료로 없어선 안 되는

귀한 존재.


지금은 전 세계에서

옥수수를 재배하지 않는 나라가 없을 정도다.

지방마다 부르는 이름도 다르다.

강냉이, 옥촉서, 옥서기…


산골 오지에서는

여름과 겨울을 굶지 않게 해 준

구황작물이 바로 옥수수였다.


화전이 많은 강원도에선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서

‘처녀가 시집갈 때까지 옥수수만 먹고

쌀은 한 가마니도 못 먹었다’는 말까지 생겼다.


요즘은 다이어트, 노화방지,

당뇨병, 암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며

건강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무더운 여름 저녁,

가족들이 마루에 둘러앉아

매캐한 모깃불 연기에 눈물 찔끔 흘려가며

오이냉국과 함께 먹던 그 옥수수 맛은

참으로 별미 중 별미였다.


맛있는 옥수수를 생각하니

잊지 못할 추억 한 토막이 떠오른다.


들녘에 옥수수밭을 보니

수염이 꾸덕꾸덕 말라가고 있다.

앞으로 한 주일만 있으면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꽁보리밥과 감자가 먹기 싫어

저녁을 대충 때우고 골목길로 나섰다.

시원한 밤바람이 나를 감싸는 게 참 좋았다.


하지만 집 옆 옥수수밭에서는

옥수수 이파리들이 서걱서걱,

팔 부러진다며 아우성치는 듯 구시렁거린다.


귀 기울여 보니

“한 주일만 더 기다리면 된다”라고 한다.


얼마나 기다렸던 소리인가?


옥수수는

쪄서 먹어도 맛있지만

노릇노릇 구워 먹으면

*둘이 먹다가 한 사람이 죽어도 모를 정도로

맛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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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글에는

한 알의 옥수수 속에

시절과 추억, 민속과 건강, 자연과 기다림이

모두 들어 있다.


강냉이, 옥촉서, 옥서기…

부르는 이름만큼이나

옥수수는 사람들 삶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었고,

때로는 굶주림을 잊게 해 준 위로,

또 어떤 때는 한여름 마루 위 간식이기도 했다.


“한 주일만 더 기다리면 된다”는

옥수수밭의 구시렁거림까지 생생하게 들려오는

이 글을 읽으며

나는 아버지 글 속의 풍경처럼

한 번쯤은 느리게 익는 기다림의 맛을 떠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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