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 문장들_ 다시, 봄의 문장들
시골의 문장들_ 다시, 봄의 문장들
" 산 넘어 산, 구름 한 조각 "
풀 한 포기 없던 산에도
어느새 새싹들이 돋아나서 날로 푸르러진다.
뱀처럼 구불구불한 산길을 굽이굽이 돌아서
산 능선에 올라서니 따스한 봄바람이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씻어 주기라도 할 듯
시원스럽게 어루만져 주는데
콧속으로는 송홧가루가 연기처럼
마구 빨려 들어온다.
마을에서는 귀하기 만한
소나무가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잠시 쉬려고 산마루에 퍼지르고 앉아서
가쁜 숨을 고르면서 먼 곳을 바라보니
눈앞에 보이는 것은
산! 산! 산 온통 산뿐이다.
산 넘어 산이 있고
또 그 산 넘어 산이고 먼산 끝 하늘과
맞닿은 곳에는 구름 한 조각이 두둥실 떠서
화가 인 양 목화 송이도 그렸다가
토끼도 그리고 용도 그렸다가는
머리카락을 풀어헤친 여인도
그리면서 유유자적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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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산을 묘사하는데,
이상하게 마음의 상태를 보여준다.
'산! 산! 산!'이라고 외치는 문장은
풍경의 반복이 아니라
내가 지나온 시간들의 겹침처럼 느껴진다.
산을 넘었는데 또 산이 있고, 또 산이 있다.
끝이 없어서 막막한데...
그 막막함이 이상하게도 싫지 않다.
아버지는 그 막막함을 ‘절망’으로 쓰지 않고
‘전경’으로 쓴다.
능선에 앉아 숨을 고르는 순간,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봄바람이 땀을 씻어주는 장면이 참 좋았다.
살아가는 일도 결국은 그렇게...
땀이 나고 숨이 차다가도,
어딘가에서 바람이 한 번 지나가 주면
다시 견딜 수 있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