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 문장들_ 비의 문장들
사골의 문장들_ 비의 문장들
“ 해빙비 뒤의 봄 “
새벽잠이 깨여 창밖을 내다보니
보슬보슬 봄비가 내린다.
만물을 소생시키는 신비스러운 재주를 갖고 있는
봄비가 반가운 봄 손님이 오시듯 그러게 찾아오셨다.
봄비는 여름에 주룩주룩 소리치며 쏟아지는
억수 같은 장대비나
가을에 낙엽을 떨구려고 추적주적 내리는
가을비와는 그 느낌부터가 전혀 다르게 느껴진다.
봄비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가슴 저 밑바닥에서 잠자듯 숨죽이고 있던
생동감이 불끈 용솟음치면서
샘솟듯 희망이 솟구쳐 흐르는 느낌을 느끼게 된다.
봄비가 내리고 나면
겨울 동안 설한풍에 시달리며 죽은 듯 서 있던
산과 들에 앙상한 나뭇가지에서는
파릇파릇 새순도 돋아나면서 꽃도 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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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글에서 봄비는 단순한 날씨가 아니다.
봄비는 "물을 되살리는 손님"처럼 조용히 찾아와,
겨울의 굳은 시간을 풀어낸다.
여름비가 한 번에 쏟아져 세상을 밀어붙이는 힘이라면,
가을비는 낙엽을 재촉하며 떠나보내는 비다.
그런데 봄비는 다르다.
봄비는 무언가를 끝내기 위해 내리는 게 아니라,
무언가를 다시 시작시키기 위해 내린다.
나는 특히 "봄비 소리를 들으면
마음 바닥에 잠들어 있던 생기가 터져 나온다"는 문장이 좋았다.
희망은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소리를 듣다가 조용히 되살아나는 감각일 수도 있겠다고 느꼈다.
겨울 동안 죽은 듯 서 있던 나무들이 봄비를 맞고
새순을 밀어 올릴 거라는 믿음은,
자연에게 하는 말 같지만 사실은 나 자신에게 건네는 말처럼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