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 문장들_ 다시, 봄의 문장들
시골의 문장들_ 다시, 봄의 문장들
" 마을을 벗어나, 봄으로 들어서다. "
싱그러운 봄바람이 불 때마다
송홧가루는 금가루를 뿌린 듯 날아가고
며칠 전 꽃잎이 진 살구나무와
벚나무는 샛노란 잎 파리를
봄바람에 춤추듯 하늘거린다.
들녘에서는 소 몰아 밭을 가는 농부들에
구성진 소 부리는 소리는 구수하게 울려 퍼지고
한 뼘씩이나 자라난 마늘싹과 보리싹은
파도가 일렁이듯
봄바람을 타고는 넘실거리고
종달새들도 보금자리를 틀었는지 날개 짓이 바쁘고
이산 저산에서는 꿩들도 목청 높여서 울어대고
뻐꾸기와 산비들 기도 경쟁이라도 하듯 울어댄다.
길 숲 개울가 풀 숲에는 어느새
찔레꽃도 하얗게 피어서 벌과 나비들이
떼를 지어서 날아든다.
마을을 빠져나 온 우리는 산길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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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 봄은 '예쁜 계절'이 아니라
살아 있는 합창처럼 다가온다.
송홧가루가 금가루처럼 흩날린다는
문장을 읽는 순간,
나는 봄이 화려해서가 아니라 잠깐이라
더 귀한 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잡으려 하면 사라지는데,
분명히 내 앞을 지나가며 ‘지금’을 증명하는 것.
나는 '소를 몰아 논밭을 가는 소리'가 마음에 남는다.
봄은 꽃보다 먼저 소리로 오고,
그 소리는 들판을 흔들고, 사람의 마음까지 흔든다.
마늘싹과 보리싹이 파도처럼 흔들리는 장면은
내 마음속에서도 무언가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는 느낌을 준다.
요즘의 나는 변화가 내 일이 아니라도,
변화라는 단어 자체가 가끔 부담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글을 읽고 나면
'그래도 한 번은 나가야지' 하는 마음이 생긴다.
봄바람이 내 등을 가볍게 밀어주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