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온 아버지의 문장을, 딸이 엮은 기록.
시골의 문장들___
”구운 밤, 겨울밤의 추억“
눈 내리는 겨울밤,
화롯불에 구워 먹는 군밤은
둘이 먹다가 한 사람이 죽어도 모를 꿀맛이다.
겨울밤 군것질거리로
군밤만 한 것이 또 어디 있으랴.
군밤 생각에 입안 가득 군침이 고여
밤을 사러 갔다.
하지만 긴 장마로 밤 값은 금값이 되어 있었다.
밤을 한 말 사 들고 나오는데,
문득 젊은 시절,
첫눈 내리던 날 친구네 사랑방에서
화롯불에 알밤을 굽다 화로를 뒤엎고
군밤은 맛도 못 보고,
하마터면 집에 불이 날 뻔했던
웃지 못할 옛일이 아련히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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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밤을 굽던 아버지의 젊은 날이,
문득 내 마음에도 하나의 따뜻한 불씨처럼
내려앉는다.
그 시절, 친구들과 뒤엎은 화로 하나에도
웃고, 놀라고, 또 그리워할 수 있는 마음이 있었다.
삶은 결국,
그렇게 사소한 순간들이 쌓여서
오늘의 온기가 되는 게 아닐까.
나도 군밤처럼,
조그맣지만 뜨거운 추억 하나
곁에 오래 지니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