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온 아버지의 문장을, 딸이 엮은 기록.
시골의 문장들___
”겨울, 기다리던 눈이 오다 “
겨울의 한복판인 동지가 지나고
소한이 코앞인데도 눈은 오지 않고
연일 매서운 강추위만 기승을 부린다.
겨울의 멋은 눈꽃인데,
눈이 없으니 강추위가 더 쓸쓸하게 느껴진다.
학수고대 눈을 기다리며 목을 길게 빼고
있던 어느 날,
드디어 기다리던 함박눈이
복사꽃 잎이 날리듯
나풀나풀 춤을 추며 펑펑 쏟아졌다.
하룻밤 사이,
온 세상천지가 시집가는 새색시처럼
새하얀 면사포를 뒤집어쓴 듯 변했다.
찬바람에 떨던 나무들도
솜이불을 덮은 듯 흐드러지게 눈꽃을 피워
마치 새색시를 축복해 주는 듯,
한 폭의 동양화처럼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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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겨울 풍경 속에는
추위 속에서도 오랫동안 기다린 끝에 피어나는
따뜻한 기쁨이 있었다.
모든 기다림은 언젠가
새하얀 눈꽃처럼,
고요하지만 빛나는 순간으로 돌아온다는 걸
아버지 글을 읽으며 새삼 느꼈다.
나도 내 삶의 겨울 속에서,
언젠가 맞이할 작은 눈꽃 같은 순간을
조용히 기다려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