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닿게 한다는 노력

네 번째

by 쿠키

공감

(共함께 공 感느낄 감)

1. 남의 감정, 의견, 주장 따위에 대하여 자기도 그렇다고 느낌. 또는 그렇게 느끼는 기분

- 출처: 표준국어대사전




결혼을 하게 되면서 남편과 나는우리가 선택할 수 없는 가족의 집단이 하나 더 생겼다. 일면식도 없던 사이가 결혼을 통해 이어진 것이다. 결혼으로 맺어진 가족은 우리가 선택할 수 없는 부분이다. 결혼을 하게 되면서 책임감의 영역이 확장되는 부분이다. 명절이나 생일과 같은 행사에서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가족으로서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직장에서 이뤄지던 사회생활이 또 다른 맥락으로 각자의 시가와 처가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나와 남편은 다른 우리의 성향만큼 집안의 분위기도 꽤 달랐다. 우리 집은 삼 남매이며, 아버지와 남동생을 중심으로 사업을 하고 있다. 그 때문인지 우리 집은 시대의 언어로 말하자면, 가부장적인 집안이다. 남편의 집은 조부모님이 계신, 3세대가 같이 사는 집이다. 남편의 집도 과거에는 할아버지 중심의 가부장적인 집안이었지만, 조부모님이 연로해지시고 난 뒤부터는 가모장적인 집안이 되었다고 한다. 안그래도 성향이 달랐던 우리는, 또 그렇게 서로 다른 환경에서 각자의 챌린지가 시작되었다.



첫 명절에 시작된 챌린지, 내가 악습이라고 여기던 걸 세대의 문화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나의 본가는 TV에서 '요즘은 제사문화가 간소화되고 있습니다.'가 방송되던 시절 보다 더 이전부터 제사가 없어졌다. 내가 초등학교 시절까지는 제사문화가 있었지만, 큰아버지께서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부터는 1년에 한 번 온 가족이 모여, 식당에서 한 끼를 나누는 걸로 집안 문화를 바꾸셨다. 1년에 한 번인 날짜도 명절로 특정하지 않아, 나에게 명절은 날짜와 의미가 특정돼있지 않다. 남편의 본가는 우리가 결혼하기 한 1-2년 전부터 어머니의 고군분투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어머니는 그간 본인 겪으셨던 낡고, 힘든 문화를 없애기 위해 명절의 의미를 다시 쓰기 위해 노력하셨다고 한다. 어머니는 명절이라는 의식에 큰 의미를 두시지 않고, 각자의 시간에 유연하게 가족끼리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명절의 의미를 다시 쓰셨다. 결혼하고 첫 명절은 어머님의 말씀대로 우리의 집에서 가까운 나의본가를 먼저 방문하고, 그 뒤에 남편의 본가를 방문하게 되었다. 남편의 집에 갔을 때, 방문 순서가 마음에 드시지 않았던 할머니는 꽤, 날카로우셨다. 그날 어떤 말도 오고 간 게 없었지만, 집에 와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쿠키야, 왜 그래? 누가 속상하게 했어?"

-"아니, 그런 건 없었는데, 어머님과 상의해서 오빠네 본가를 나중에 간 건데, 집안 분위기가 너무 냉랭해서, 할머니는 인사드렸을 때, 본 채도 안 하시더라니까"

"신경 쓰지 마, 엄마랑 얘기하고 우리가 결정한 거잖아."

- "명절이라는 게, 가족끼리 모여서 서로 이야기 공유하며, 같이 시간 보내는 거 아니야?, 꼭 그 날짜에 남자 집을 먼저 가는 게 명절을 보내는 법처럼 돼있는 것 같아. 순서라는 게 어딨어. 할머니께서 본인이 살아오셨던 방식을 은근히 강요하시는 거, 나한테는 악습을 이어가라는 것처럼 느껴져"

"그 시대 사람이잖아. 6.25. 전쟁도 겪으신 세대야. 그 세대의 문화라고 봐주면 어떨까? 엄마가 충분히 그 상황 공감하고, 바꾸시려고 노력하고 계시잖아. "


결혼하고 첫 명절에 남편과 나눈 대화였다. 당시에는 내가 악습처럼 여기던, 할머니의 생각도 남편의 언어로 세대의 문화라고 바꿔서 생각하면, 이해가 조금 수월해질 수 있을까? 그간 깊게 자리 잡은 낡은 문화는 한번에 바꾸기 어려우니까 그 문화를 어쩔 수 없이 있어가게 된 다음 세대가 조금씩 없애고 노력해야 될 일이라며 나를 이해시키던 남편의 말은 꽤 설득력이 있었다.



각자의 챌린지에 정해진 난이도가 있을까?

첫 명절 이후, 나는 남편의 본가를 방문하게 될 때면 긴장했다. 시가라는 작은 회사에 입사한 신입사원처럼 나의 챌린지가 시작되었다. 그곳에서 나름 적응해 보려 말도 꽤 많이 하고, 서툰 칼질로 괜히 어머님께 과일을 깎겠다며 나선 모습도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모습이었다. 그와 반대로 남편은 우리 집에서 꽤 편안해 보였다. 부모님은 남편에게 많은 질문을 하시고, 남편보다 어린 동생들은 남편을 살뜰히 챙겨준다고 생각했다. 그런 모습에 괜히 심통이 나기도 했다. 낯선 사회생활이 나한테만 시작된 것 같아서. 나의 챌린지가 더 어려운 것 같아서.

남편에게 심통 난 마음이 들통날 때면, 남편도 나의 본가에서의 시간이 꽤 어렵다며 우리는 각자의 본가에서 적응하기 위해 다른 방식으로 노력하고 있는것이라고 말했다. 남편은 나의 부모님의 많은 질문이 아직은 부담스럽다고 했다. 친근을 표현하고자 했던 부모님의 사소한 질문이 남편에게는 부담스럽게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남의 떡이 더 커보였던 걸까? 완성되어 가는 것만 같았던 남편의 챌린지도 나와 비슷한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것 같아 신기하면서도 나름 위로가 됐다.



상대에게 전달된 마음이 검정색이 되지 않도록

남편은 나에게, 본인의 부모님께서 처음 맞은 며느리를 최대한 배려하고 계신 것 같다고 했다. 조금 힘을 빼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보는 게 어떻겠냐며 조언했다. 각자의 집에서는 각자의 방식대로 새롭게 맺어진 인연에게 다가가려 노력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 마음의 중심에는 새롭게 시작한 우리의 가정이 잘 꾸려지고, 행복하게 살길 바라는 공통된 마음이 있지 않았을까. 우리를 위하는 마음일지라도 그 마음에 공감하기가 쉽지 않아 우리는 오해를 하며, 속상해한다.


우리가 누군가를 위해 전하는 말에는 상대방이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 상처를 받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편안했으면 하는 마음이 담겨있다. 색으로 표현한다면 밝고 따뜻한 색이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이 마음이 상대방에게 도달했을때, 그 마음이 뒤엉켜 검은색이 되기도 한다. 공감이란, 내가 그렇다고 말한 것을 상대방도 그렇다고 느끼는 마음이다. 서로의 의견을 왜곡하지 않고 그대로 이해하고 같은 마음을 느끼는. 마음이 닿는 경험 말이다.


나는 결혼한지 3년정도 되었다. 시아버님은 며느리가 우리집에서 적응하는 데는 10년이 걸리는 일이라며, 웃으시면서 천천히 친해지자고 하셨다. 빨리 친해지면 탈난다. 천천히- 각자의 노력대로 서로에게 스며드는 시간이 필요하다.


서로에게 전한 마음이 뒤엉키지 않도록,

서로의 온전한 진심이 잘 닿을 수 있도록,

그렇게 다가가보는건 어떨까.





에필로그-

첫 명절에 남편의 본가에 먼저 방문하지 않았다고, 본채도 않으시던 할머니께서는 이젠 제 손을 꼭 잡으시며 와줘서 고맙다며 조심히 내려가라고 인사해 주십니다. 진심에 다가가보려는 서로의 용기가 조금은 통하지 않았나 싶어요. 이번 명절은 본래 명절보다 조금 이른시기에 방문하기로 했어요. 처음보다는 조금 더 편한 모습으로 새로운 공감의 경험을 쌓고 와야겠어요!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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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