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이 넘어 찾아온 사춘기

다섯 번째

by 쿠키

사춘기

(思생각할 사 春봄 춘 期시기 기)

1. 인간 발달 단계의 한 시기로, 신체적으로는 이차 성징이 나타나며 정신적으로는 자아의식이 높아지면서 심신 양면으로 성숙기에 접어드는 시기. 그 시기는 개인차가 있으나 대개 12세에서 16세가량의 시기를 말하는 것으로 청년기의 앞 시기에 해당한다.

출처: 고려대한국어대사전




사춘기는 육체적, 정신적으로 어린이에서 성인이 되어가는 과도기적 시기를 말한다. 자아의식이 높아지면서 자신의 존재와 삶에 대해 생각하기도 하며, 감정기복이 심해져 예민해지기도 한다. 나아가, 부모나 주변에 반항심을 보이는 시기기도 한다. 우리는 흔히 예민한 아이를 보며 "사춘기니까 그렇지"라며 단정 짓는다. 하지만 정말 사춘기는 특정 시기에만 찾아오는 걸까? 혹은, 누군가 정해 준 프레임이 아니라 스스로 경험하는 사춘기가 있지 않을까?


31살에 찾아온 늦은 사춘기

사전에서 정의하는 사춘기의 특징은 동일한 시기에 모두 찾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 나는 결혼을 하고, 퇴사를 한 뒤 다시 내가 도전해보고 싶었던 전문직 공부를 시작하면서 사춘기를 겪었다. 휴학없이 졸업과 동시에 공공기관에 입사했지만, 40살이 되었을 때도 그 자리에 있을 나 자신을 상상해보니 후회가 뚜렸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젊을 때 다시 도전해 보고 싶었다. 30살이 넘어 다시 시작한 새로운 공부 과정은 또 다른 어려움이 있었다. 때로는 정신적으로 연약해지도 했고, 허무하기도 했다. 심리적으로 약해진걸까? 아니면 뒤늦은 사춘기가 찾아 온 걸까?

삶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던 나는 31살에 늦은 사춘기가 찾아왔던 것 같다. 그때 나는 이런 질문들을 붙잡곤 했다.

-삶의 의미가 무엇일까?

-무(無)에서 시작된 생명이 죽음으로 인해 다시 무(無)로 돌아가는 누구나 같은 결말을 사는 삶을 위해 왜 애쓰면서 살아갈까?

-사람들은 삶의 의미를 생각하며 살까? 생각하지 않는다면, 생각하지 않고는 어떻게 살 수 있는 걸까?

-태어났으니, 산다는 말이 나는 왜 이렇게 무책임하게 들릴까?

한번 생각이 들기 시작하니까, 나름의 답이 생각나지 않을 때면 꽤 우울했다. 왠지 모를 허무감에.



노란 나비에서 찾은 새로운 시선

수험기간 중에 산책을 하다가 문득 노란 나비를 만났을 때, 행운을 발견한 것처럼 기뻤다. 단발적인 기쁨이 아니라, 노란 나비를 발견했을 때는 마음속에 뭔가 쌓이듯이 행복했다. 시험 몇 달 전에 외할머니 꿈을 꾼 적이 있어, 시험을 마치고 외할머니 산소를 방문했다. 그곳에서 노란 나비 몇 쌍이 우릴 반겨주듯, 내 앞을 지나갔다. 그곳이 노란 나비 서식지였을지라도, 노란 나비가 왠지 외할머니가 반겨주는 것처럼 느껴져 신기하면서도 따뜻한 경험을 했다. 노란 나비를 통해 외할머니를 추억하면서, 삶이란 영원의 찰나를 사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그 경험을 통해 삶에 대한 새로운 시선이 생기게 되었다.


삶이란 영원의 찰나를 살아내는 것-

내가 떠난 뒤에도 누군가 내 흔적을 기억하고 추억한다면, 나는 영원히 또 찰나를 살게 되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니, 삶이 더이상 허무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나아가 앞으로의 삶이 기대가 되기도 했다. 또한, 사는 데 대단한 의미나 목표가 없어도, 누군가에게 기억되고 회상될 수 있는 추억을 남기며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그저 계속되는 삶을 살아가는것이라고 생각하니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다.


그저 주어진 삶을 잘 살고 싶으니까.

나름의 삶의 의미와 존재에 대한 고민이 조금씩 끝나갈 무렵, 남편에게 내가 그동안 혼자 고민했던 내용으로 대화를 한 적이 있다.

"오빠, 오빠는 왜 살아?"

-" 응?? 갑자기 무슨 말이야?

"아니, 오빠한테 삶이란 게 어떤 의미인가 싶어서, 나 요즘에 어차피 죽으면 끝인데, 누구나 무로 돌아가는 그 삶을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지 고민이 들더라."

-"나도 그런 고민 어렸을 때 해본 적 있어!! 사춘기 땐가. 그런 고민을 한참 혼자서 생각해 본 적이 있거든."

"오???!! 진짜??? 그 사춘기시절의 오빠가 내린 결론은 뭐였어?"

-"나는 그럼에도 잘살고 싶어서였어. 어떤 이유를 붙이기보다, 그냥 잘 살고 싶더라고 내 인생을, 그 생각은 몇십 년이 지난 지금도 같아. "


우리의 삶에 대한 고민의 답변은 꽤나 재밌는 포인트이다.

직관적이고 전략가적 성향(INTJ)을 지닌 나는, 삶을 살아가는 이유를 '왜' 사는가에 초점을 두어 고민했지만, 감정을 중시하며, 현실적인 성향(ISFP)을 지닌 남편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집중했다.

내게 삶은 '영원의 찰나'와 같은 조금은 철학적인 의미였고, 남편에게는 삶은 '지금 이순간을 잘 살아내는 것'이라는 현재에 충실한 행복의 의미에 가까웠다. 삶을 다른 방향과 초점으로 바라보지만, 그 안에서 서로 균형을 잘 찾아갈 수 있게 서로가 서로에게이정표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삶을 그저 잘 살아내고 싶다는 남편은 본인이 함께 있을 때 신기하고, 좋은 사람을 만나 현재의 삶을 재밌게 살고 있다고 한다.

영원의 찰나를 살고 있다는 아내는 늦은 사춘기를 겪는 시간에도, 감정의 부스러기가 남지 않고, 그저 그 시간을 잘 보낼 수 있게 의연하게 있어주는 남편을 만나 어제보다는 조금 더 재밌는 삶을 살고 있다. 각자 존재했을 땐, 서로의 기질과 성향에 맞춘 방향으로만 시간이 흘렀다면, 이제는 함께 균형을 맞춰 어제보다는 조금 더 즐거운 오늘을 살고 있다.



에필로그-

사춘기의 한자 뜻을 직역해 보면, 봄을 생각하는 시기로 해석할 수 있어요. 매년 새싹이 움트고, 꽃이 피는 것처럼 우리의 사춘기도 언제든 찾아올 수 있지 않을까요? 주변에 사춘기를 겪고 있는 아이나 어른이 있다면, 사춘기라 그래-라며, 냉소적인 프레임을 씌우기보다, 그 시간을 조용히 지켜봐 주면 어떨까요? 아직 오지 않은 봄을 기다리는 누군가의 시간이 탈나지 않게 잘 지나갔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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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