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순우리말)
1. 예쁘고 곱거나 또는 애교가 있어서 사랑스럽다.
- 출처: 표준국어 대사전
우리가 사람을 만나 인사를 하고 대화를 나누다 보면 자연스레 인상이 남는다. 누구의 인상은 좋다, 귀엽다, 예쁘다, 멋있다... 와 같이 긍정적으로 표현되기도 하고, 사납다, 거칠다.. 와 같이 부정적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연애도 마찬가지다. 인상은 연애의 시작포인트가 된다. 내가 보기에 연애가 시작되는 상황이 크게 3가지 정도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호감의 발전. 첫눈에 반해서, 첫인상이 좋아서 시작된 감정이다. 둘째, 비호감의 반전. 처음 봤을 땐, 이상하다, 뭐지? 같은 비호감이 들지라도, 오히려 그것이 호기심의 대상이 되어서 상대가 궁금해지는데서 시작된 인연을 말한다. 셋째, 익숙함. 그냥 아는 사이, 친한 친구, 친한 동료사이에서 물 흐르듯이 시간이 지나 보니 연인으로 발전한 사이를 말한다. 아마 세 번째의 경우에는 둘 중 한 명에게서 연애의 감정이 먼저 들었을 확률이 꽤 높다.
"멋있는 사람이 이상형이던 시절"
연애가 시작되는 상황은 연인이라도 다를 수 있다. 나는 익숙함에서 시작된 감정이었고, 남편은 호감의 발전으로 시작된 감정이었다. 나의 이상형은 멋있는 사람이었다. 자기의 가치관이 뚜렷하고, 배울 점이 있고 같이 발전할 수 있는 사람을 좋아했다. K장녀라는 시대의 문화와 나의 개인적인 성향이 합쳐져나의 책임감은 언제나 최대치에 있었던 것 같다.
때로는 그 책임감이 버겁고 힘들게 느껴졌다. 그래서 자연스레 나의 생각이나 책임감을 같이 고민해 볼 수 있는 사람을 동경했던 것 같다.
하지만, 남편은 내가 생각했던 멋있는 사람의 전형은 아니었다. 나에게 남편은 면접스터디에서 만나 회사에 같이 입사한 동료였고, 친구처럼 회사 얘기를 터놓는 익숙하고 친근한 사이였다.
"소심함을 진화시킨 따뜻한 사람"
남편은 위로 한 살 터울의 누나가 있다. 결혼 후에 남편의 어린 시절을 꽤 들을 수 있었는데, 초등학생 때까지 누나가 남편의 반에 가서 잘 있는지 확인하고 챙겨줄 정도로 남편은 내성적이었다고 한다. 남편의소심한 성격을 고쳐보고자 어머니는 반장선거 나가기, 보이스카웃 활동 등과 같은 대외활동을 꽤 반강제적으로 시키셨다고 한다. 남편은 하기 싫어도, 맡겨진 건 끝내 해내긴 하는 아이였다. 어머니의 반강제적인 성격개조 프로젝트는 나름 통했는지, 남편의 소심함과 내성적인 성향은 사회생활에서 세심함과 배려심으로 발전되었다. 회사에서 본 남편의 모습은 위, 아래 세대들한테 모두 인정받는 직원으로 사회생활을 곧 잘 해냈다.
남편은 진화된 소심함으로 배려심과 섬세함을 최대치로 갖췄지만, 나에게 있어 이성적으로 끌리는 포인트는 아니었다. 쇼핑을 할 때나, 낯선 해외여행지에서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그 일을 처리하기 위해 행동하는 건 나였다. 남편은 최대한 주변상황을 살피고, 핸드폰과 같은 비대면으로 주로 상황을 해결하려고 하였다. 정답이 없는 문제였지만, 접근 방식이 달라서 답답할 때도 많았다.
“익숙함을 조심할 것 : 어느 순간 귀여워 보일 수 있음”
나와 다른 모습에 답답함을 꽤 많이 느꼈었는데, 여느 연인처럼 싸우고, 화해하며.. 그렇게 우리는 서로에게 익숙해졌던 것 같다. 내가 생각했던 이상형의 모습과는 정 반대였지만, 전에는 느껴 본 적 없는 편안함과 안정된 느낌에 익숙해져 우리의 관계가 발전되었다. 익숙함은 외면을 바꾸지 않는 조용함으로 내면을 미세하게 자극하는 강함을 지니고 있다. 평소와 같은 익숙함이 이성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감성을 경험하게 한다.
이해를 해야만 하는 INTJ에게는 이해를 넘어선 감정의 선택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남자가 귀여우면?”
두 사람의 인연을 글로 작성한다면, 연애와 결혼은 분명 다른 챕터일 것이다. 일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보내다 보니, 연애 때보다 훨씬 깊이 상대를 관찰하고 이해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나도 모르게 ‘귀엽네’라는 말을 내뱉는 순간이 종종 생기게 된다. 귀엽네라는 생각이 든 내가 처음에는 낯설지만, 나중에는 비슷한 포인트에서 귀여움을 느끼는 나 자신을 보면서 새로운 내 모습을 발견하기도 한다.
친구들은 종종 결혼 후에 내 표정이 편안해 보인다며, 남편과 닮아가는 것 같다고 한다.
"쿠키야, 결혼하고 나서 표정이 편안해 보여."
- “아 진짜? 안 그래도 그런 얘기 종종 들어.”
"그렇지? 오빠 영향인 것 같아. 점점 둘이 더 닮아가는 것 같아!"
- “그래?? 그건 모르겠는데, 요즘엔 좀 귀여워 보이긴 하더라.”
"귀여워????? 귀여워 보이면 끝이라던데- 그게 결혼하고 나서 보여??"
- “응ㅋㅋ 눈에 다 보여서 그런가.. 귀엽던데@@”
멋있는 사람이 이상형이라던 나는, 결혼 후 가끔 남편을 보며 귀여움이라는 감정을 느낀다. 나에게 귀여움은 아기나 동물들에게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일 줄 알았는데, 다 큰 성인 남자를 보고 느끼는 감정이라니. 귀여움에 대한 역치가 낮아진 것 같다.
결혼 후에 알게 된 사실 중 하나는 서로에게 느끼는 귀여움이라는 감정은 연애의 설렘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이어질 결혼생활을 지켜주는 힘이라는 것이다.
결혼이 선택이 된 시대의 흐름에 매우 공감한다. 또한, 글을 통해 결혼은 좋은 거예요-라며 홍보할 생각도 없다. 다만, 아직까지 나에게 있어 결혼은 타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나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알고, 나아가 세상을 좀 더 다양하게 살아가게 하는 경험인 것 같다.
에필로그-
"귀엽다"라는 말은 단순한 칭찬이 아니라, 내면의 친근한 호감에서 흘러나오게 된 감정의 단어이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서 귀여운 건 지속하는 힘이 있나 봐요. 귀여운 것을 발견하면, 오래 봐도 질리지 않고, 계속 보고 싶잖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