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02 팔레르모: 부적charm 팔찌

시칠리아 여행, 32일의 기록

by anna



[코끼리, 카사따, 로잘리아]



마씨모 극장과 폴리테아마 극장을 잇는 루제로 세티모 거리는 패션에 관심 있는 사람이면 반나절은 실컷 놀만한 쇼핑의 거리다. 그 길을 따라 걷는데 평소에 관심도 없던 판도라 매장이 눈에 들어온다. 홀린 듯 매장으로 들어갔다.


시칠리아를 기억할 만한 것을 보고 싶다니까, 수습생으로 보이는 점원이 다른 직원에게 열심히 물어가며 이것저것 charm을 보여준다. 그중 팔레르모의 수호성인 로잘리아rosalia, 카타니아의 수호신 코끼리, 시칠리아 대표 후식 카사타cassata를 상징하는 참을 넣어 팔찌를 만들었다.


계산을 하려는데 대충 계산해서 예상한 가격보다 훨씬 높다. 계산서를 보니 부가가치세가 무려 22%... 고심 끝에 골라 다 만든 팔찌를 풀어서 물리기는 늦은 감도 있고, 또 그러기도 싫다. 세금... 어딘가로 줄줄 샌다는 시칠리아 재정에 조금 보탠다 생각하기로 했다.



생각지 않은 충동적 지출... 폴리테아마 극장에서 들려온 메시지와 그 순간을 기억하고 싶었다.


‘날 함부로 규정하지도 정의하지도 말라. 나는 내 방식대로 존재할 뿐이다.’



[오랫동안 여행을 꿈꾸던 곳이었던 만큼 기대도 많았음에도 기대를 훌쩍 넘는 과분한 선물 같은 여행이었다. 그런데 사실 선물은 첫날 받은 그 메시지만으로도 충분했다.]



P.S. 로잘리아는 흑사병에서 팔레르모를 구했다는 팔레르모의 수호성인이다. 코끼리는 에트나 화산 폭발과 흑사병에서 카타니아를 구했다는, 카타니아의 수호신 같은 존재다. 카사타는 카놀로와 더불어 시칠리아의 달콤한 즐거움. 시칠리아 대표 수호신 팔찌에게 부적의 역할을 기대하고 그러는 사람은 전혀 아닌데, 지나고 보니 이들 또한 날 보호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영적 힘을 믿고 싶어도 못 믿는 사람임에도 생각이 이렇게 흐르는 걸 보면 시칠리아가 내게 한 일이 많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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