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칠리아 여행, 32일의 기록
벨리니 광장과 프레토리아 광장을 지나 꽈뜨로 깐띠로 와서 마케다 거리를 따라 마시모 극장이 있는 베르디 광장을 지나 숙소로 가면 될 것 같다. 관광객으로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곳이지만 오늘은 동네사람 흉내 내며 그냥 산보하듯 지나가는 것으로...
광장에 들어서니 옥상에 빨간 사발 세 개를 나란히 엎어놓은 것 같은 건물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산 까탈도 교회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다. 그리고 교회 앞에 신랑신부의 모습... 시칠리아 결혼식이라니... 반갑다. 어디에서나 신랑신부의 모습을 보면 설렘이 느껴진다. 그들의 설렘인지, 내 설렘인지... [이때까지는 신랑신부가 반가웠다. 그런데 여행 기간이 결혼 시즌과 겹친 건지 거의 어디에서나 신랑신부를 목격했고, 내 여행 최대의 적은 결혼식이다 싶기도 했었다. ^^]
몇 걸음 더 광장 깊숙이 들어가니 까탈도 교회 왼쪽에 해군제독의 산타마리아 교회Chiesa di Santa Maria dell'Ammiraglio가 있다. 라 마르토라나la martorana라는 별명이 있고, 이질적 두 건축양식이 혼재한다. 아랍-노르만 양식의 교회에 바로크 옷을 입혔다고나 할까... 이곳 또한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다.
모두 모니터로 침 흘리며 보던 곳인데, 그곳에 내가 있다니... 비현실적이다.
마르토라나를 바라보고 왼쪽에는 벨리니 왕실극장Real Teatro Bellini이 있다. 오페라 작곡가인 벨리니의 고향은 카타니아이지만 시칠리아 어디에서든 귀한 대접을 받나 보다. 주변의 유수한 시설을 두고 광장 이름을 극장 이름으로 지은 걸 보면 겉보기에는 수수해 보이지만 유서가 깊은가 보다. [벨리니 왕실극장은 마씨모 극장이 개관하기 전까지 왕실극장이었고 팔레르모 오페라의 중심으로서 사교계를 지배(?)했었단다. 극장이 사교계를 어떻게 지배한다는 건지... 아마도 사교계의 거물들이 빈번히 출몰하는 장소였다는 건가 싶다. 원래 이름은 산타루치아 극장. 시칠리아 민족주의자들이 시칠리아의 자랑 벨리니로 이름을 바꾼 거라고... 현재는 극장으로서의 기능은 거의 멈추었다고 한다.]
두 교회 건너편에는 알렉산드리아의 산타 카테리나 교회Chiesa di Santa Caterina d'Alessandria가 있다.
[뭐든 그렇지만, 특히 산타 카테리나 교회는 특히 겉모습으로 판단하면 안 된다. 겉모습으로 속을 절대 상상도 할 수 없다. 내가 참고한 론리 플래닛에는 소개도 안 됐는데, 올해(2020) 나온 개정판에는 표지에 이 교회의 내부 사진이 쓰였다. 시칠리아에만 있는 충격적으로 아름다운 교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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