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칠리아 여행 계획 및 경로

시칠리아 여행, 32일의 기록

by anna



경로


plan.routes.jpg [시칠리아 여행 경로. 팔레르모 in & out. 실선은 편도, 점선은 왕복. 구글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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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


plan.planned.jpg [계획한 일정]


자유 여행이 도대체 얼마만인가? 여행 세포가 거의 사멸했음이 분명했다. 오래전부터 생각하던 곳이라 지도도 머릿속에 있고, 가고 싶은 곳도 얼추 가닥이 잡혀있었다. 그럼에도 후다닥 일정을 못 잡고 맴돌았다. 대중교통으로 이동할 거라 교통편을 확인해야 하고, 그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핑계가 있기는 했다. 그럼에도 너무 신중했다.

아무리 daydreaming과 planning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해도 그렇지… 뭐든 많이 하는 게 잘하는 비결 중 하나다. 너무 안 하다 보니, 결정장애가 생겼다 싶었다. 인터넷 예약이 불가하던 시절에도 며칠 안에 항공권, 호텔 다 예약하고, 몇 시간 안에 트렁크 챙겨 떠났다. 공항으로 달려가며 여권, 카드 확인하고, 그것만 있으면 뭐든 해결할 수 있다고 천하태평이었다. 그러고도 무탈하게 잘만 돌아왔었는데… 그 시절을 생각하면,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하다 싶었고, 너무나 신중해진 지금의 나는 조금 서글펐다.

결국 일정은 잡혔다. 팔레르모에서 시작해서 반시계방향으로 해안선을 따라 시칠리아를 한 바퀴 돌아 팔레르모로 돌아오는 것으로. 거점형 이동방식과 순환형 이동방식을 대중교통 형편에 따라 택하며 동선을 최대한 줄이려 노력했다. piazza armerina는 뺄 수가 없고, 그러는 참에 enna와 caltagirone를 들리려는 생각이 가장 풀리지 않는 일정이었다. caltagirone에서 ragusa로 가고 싶었지만 여의치 않아 siracusa로 가는 것으로 했다. (ragusa로 가는 교통편이 아예 없는 것이 아니었는데 계획을 세울 때 그렇게 뒤지고도 찾지 못했었다. 왜 그랬는지 아직도 미스터리다. ^^)

생각을 거듭하며 최대한 자제하며(과연 자제했던가?) 과감히(진정 과감했던가?) 뺄 곳은 빼가며 양껏 잡은 일정은 에올리에 제도 Isole Eolie 포함해서 39일이었다. 소름... 고심 끝에 계획해서 잡은 기간이 항공권 가격이나 알아보자 하며 대충 이 정도면 되겠지 했던 기간과 정확히 일치했다. 가끔 이상한 순간에 발동되는 나도 무서운 나만의 촉... 대충하나 고민해서 하나 별다를 것 없다는 메시지인가? 그간의 결정장애가 더욱 서글퍼지는 결과다. ^^

항공권을 결재하며 일주일을 줄여 기간은 32일이 됐다. 처음 계획에서 에올리에 제도를 빼면 돼서 그렇게 했다. 막상 하려니 체력이 버틸까 덜컥 겁이 났고, 값 차이도 꽤 있어 에올리에 제도를 뺀 것이다. 하지만 일정 변경 비용이 많지 않은 표를 선택했다. 그때 봐서 더 있고 싶으면 돌아오는 날짜를 늦추고 에올리에 제도를 다녀오려고... ^^

고심 끝에 잡아서 그런지 일정이 너무 마음에 든다. 딱 이대로 됐으면 좋겠다. 그런데 마음의 소리가 들린다. 바랄 것을 바라지? 이탈리아가 어떤 나라인데, 한 달 넘는 일정이 계획대로 되겠니? 더구나 남부, 게다가 시칠리아에서??? 그런데 왠지 그대로 될 것만 같았다. 두고 보면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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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행


plan.executed.jpg [실행한 일정]


실행 일정은 위와 같다. 작은 변경이나 수정이 있었지만 계획했던 큰 틀을 지키며 여행했다.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에서...


반시계방향의 일주는 만족스러웠다. 바다는 왠지 오른쪽에 있을 것 같고, 바다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떠오르면 일단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고 보는 부작용을 낳았지만... 길을 건너려면 무심코 왼쪽으로 고개가 돌아가는 것처럼 말이다.


도시 이동 경로는 노토와 모디카를 제외하고 계획을 따랐다. 메뚜기처럼 뛰어다니는 것이 힘에 부친다는 느낌이 들던 날 밤, 숙소 앱을 확인하니 취소와 변경이 가능해서 시라쿠자로 몰았는데, 결론은 세모였다. 노토는 시라쿠자로 몰기를 잘했는데, 모디카는 라구자로 몰았어야 했다.


숙소를 잡은 도시에서 가까운 소도시를 방문하려던 계획은 몇 곳 취소했다. 어느 순간 이건 전투지 여행이 아니다 싶고, 왜 이러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어 여행의 모드를 좀 느슨하게 풀었다. 그런데 그랬어도 늘 분주했지 그렇게 여유는 없었다. 체팔루가 가장 여유 있게 보낸 곳인데, 체팔루를 생각할 때마다 미소가 지어진다. 가슴속에 아름다운 공간이 생기고 그곳으로 신선한 바람이 부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것만 봐도 분주히 돌아다니며 많이 보는 게 좋은 여행은 분명히 아니다. 이미 이전 경험으로도 다 아는 일이지만, 다 알아도 어쩔 수 없는 것이 있다. ^^


혹시나 했던 에올리에 제도는 역시 가지 않았다. 그곳에는 활화산도 있고 또 다른 아름다운 바다가 있겠지만, 이미 시칠리아를 일주하며 티레니아 해, 지중해, 이오니아 해 등 사면의 바다를 원 없이 봐서 바다에 대한 아쉬움이 없었고, 여행의 끝이 보이기 시작하니까 집에 간다는 생각에 마음이 들뜨는 것을 보고, 갈 때가 되었다 싶어 그곳은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처음 세웠던 계획이 실행하며 축소되긴 했어도 확대되지는 않았다. 언제나 실현된 꿈은 꾸었던 꿈보다는 작은 것처럼... 옵션으로 생각했던 것을 할 시간(어쩌면 여유)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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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일정


plan.modified.jpg [추천 일정]


위 일정표는 누군가 비슷한 여행을 하고 싶다면 추천하고 싶은 일정이다. 미리 알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담겼다. 절경을 자랑하는 섬이니 가보고 싶은 해변도 많지만, 해변 휴양보다 도시나 문화 탐방 취향이다 보니, 첫 여행에 위 일정 중 어떤 것을 빼고 해변을 넣기는 아무리 생각해도 어렵다. 그래도 섬인데, 섬을 여행하며 해수욕을 빼는 만행을 저지를 수 없다면? 위 도시 대부분이 바닷가에 있어 충분히 바다를 즐길 기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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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허락하면 이 일정으로 기꺼이 다시 시칠리아를 여행할 의사가 있다. 그곳은 몇 번을 가도 아쉬움이 남을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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