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8월 23일 출국과 입국 (2/2)
떠나오기 전엔 깨닫지 못했었다.
내가 살아온 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를 여행하는 것과 그곳에 살기 위해 가는 것이 다르다는 사실을..
유학과 이민은 쉼 없이 저어줘야 앞으로 나갈 수 있는 배처럼 한시라도 노를 젓지 않으면 금방 물이 차서 가라앉아 버리는 정말 힘든 여정으로, 우리는 사공이 되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길을 찾아 헤매고, 배를 정비하며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야만 한다.
정말 캐나다에 입국한 순간부터 유학과 이민의 과정을 거쳐 지금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계획을 수정하고, 금전적인 어려움까지 겪으며 한계에 치닫으며 너무도 많은 후회와 나 자신의 초라함을 느껴 보았다.
수많은 순간들이 고국으로 돌아가게 유혹했지만, 우리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이미 돌이키기엔 늦었다는 것을..
2011년 7월 29일 Jay는 기쁜 마음으로 전역 신고를 했고 남은 시간은 등산이나 하며 보내려 했지만, 갑작스런 Anna의 입원으로 출국하기 전까지 마음을 졸이며 병원에서 지내게 되었다. 어차피 일찌감치 비행기 표도 예매해 둔 터라 별로 할 일도 없었지만..
※ 후임자가 늦게 와서 전역 후에 부대에서 업무 인계를 해준 사실과 출국 후에도 전화로 업무 관련 전화에
시달려 Anna의 심기가 많이 불편했었다.
2011년 8월 23일 출국일이 가까워질수록 Jay와 Anna는 가벼운 마음으로 갖고 있는 짐들을 하나둘씩 정리했으며, 결국 Jay와 Anna에겐 여행가방 2개와 배낭 2개를 제외한 어떤 망설임도 우리나라엔 남겨두지 않았다.
우리는 인천공항을 출발하여 도쿄 하네다 공항을 경유 후 날짜 변경선을 지나 캐나다 토론토 국제공항에 출발일과 같은 날에 도착했다.
Jay는 Welland지역에 있는 Niagara College의 Culinary Management(Co-op) 프로그램 입학 허가를 사전에 받았기에 입국 심사에 아무 문제가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우리의 계획은 처참히 무너져 버렸다.
사실 Jay는 Hi! 외엔 모르는 영어 바보였고 Anna는 영어를 전공하고 가르친 선생님이었기 때문에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다 생각하여 비행기에 올라탄 순간 모든 임무를 위임받은 상태였다.
다시 입국 심사로 돌아가, 심사관이 Jay의 서류를 검토 중 학업 계획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 아닌가!
Culinary Management(Co-op) 프로그램에는 유급 인턴쉽 일정이 포함되어 있는데 학생은 일을 할 수 없다며 비자 발급을 거부하는 것이었다. Anna가 아무리 설명해도 들으려 하지 않으니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나 걱정으로 제정신이 아니었었다.
다행히 학생비자를 발급받고 일은 하지 말라는 충고와 함께 나중일은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텅 빈 입국장을 빠져나와 컨베이어 벨트 한켠에 팽개쳐진 우리 짐을 들고 애써 기분 좋게 캐나다에 발을 디뎠다.
공항에서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데려다 줄 수단은 몇 가지가 있었지만 우리는 한국에서 직접 Niagara Airbus라는 셔틀을 예약해서 사전에 약속된 탑승장소에 도착했다.
※ 학교 측에서 소개하는 픽업 서비스가 있긴 했지만 가격이 비싸서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버스를 이용하기에는 시간도 늦고 그레이하운드 버스보다 직접 예약한 셔틀버스가 가장 저렴했다.
셔틀 예약은 영어로 된 홈페이지지만 Jay 같은 영어 바보라도 쉽게 예약할 수 있다.
(토론토 국제공항에서 목적지까지 약 126Km)
Jay와 Anna는 학교 측에 미리 문의하여 캐나다 가정에 홈스테이를 신청했고 그곳에 처음 머물렀다.
※ 2011년 기준 해당 지역의 홈스테이는 1인 기준 $600이었고 Jay와 Anna는 베이스먼트에 욕실과 주방이
딸린 방을 사용하며 $900을 매월 지불했다.
참고로 홈스테이 비용은 선불이며, 퇴실하기 한 달 전에 집주인에게 알려줘야 한다.
홈스테이 비용이 저렴하지는 않았지만 별도의 욕실과 주방을 사용하여 큰 불편함 없이 새로운 가족과 함께 캐나다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