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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호 Jan 03. 2016

오타와 사는 남자 - 세 번째 이야기

웰랜드에서의 4개월 (1/4)

새벽녘 공항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 도쿄를 경유하여 토론토에 도착 후 숙소까지 약 30시간의 여정을 끝으로, 마침내 Jay와 Anna는 홈스테이 주인 부부와 사랑스러운 리트리버의 다소 격한 환영인사를 뒤로하고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첫날 아침, 시차로 인해 새벽에 눈을 뜬 Jay와 Anna는 문밖을 나가 간단히 산책 겸 동네를 구경하기 위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마당이 있는 집들과 푸른 잔디, 넓은 공원은 평화로운 아침을 느끼기에 충분하였으며, 길을 가다 마주친 처음 본 캐내디언들의 갑작스런 인사, Hi! 에 적지 않게 당황하고 뒤를 돌아보기도 했지만, 곧 모르는 사람이라도 인사를 하는 그들만의 문화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길을  잊어버리지 않으려 숙소 주변에 있는 표지판 등 특징을 머릿속에 기억하려 애쓰기도 했다.


웰랜드를 선택한 이유는  그곳에 학교가 있기에, 그 학교의 요리 프로그램이 유급 인턴쉽이 포함되어 있고 관광지인 나이아가라 폭포와 가까워 유명한 호텔에서 직업의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거라는 홍보에 아무런 의심 없이 선택한 것 같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웰랜드(Welland)는 나이아가라 컬리지를 제외하곤 경제활동이 거의 없는 은퇴도시로 다운타운조차 사람이 없어 스산한 기분이 들었다.

세인트 캐서린(St.Catharines)은 웰랜드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북쪽에 자리 잡은 중소도시로 브록 대학교와 일부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제활동이 이루어지는 다소 활발한 도시이다.

나이아가라 폭포 지역은 미국과 나이아가라 강을 사이에 국경을 두고 있는 관광 도시이다.



홈스테이 주인 부부(Dave와 Rose)는 날씨 좋은 날 라이딩을 즐기기 위해 우리를 뒤로하고 종종 둘만의 여행을 떠나곤 했다.


그들의 모습을 뒤로하고 정착에 필수적인 은행 계좌와 핸드폰 개통을 하기 위해 서둘러 버스를 타고 다운타운에 있는 TD bank에 들른 후 Jay의 기대와는 달리 Anna의 눈빛은 흔들리고 있었다. 

한국의 영어교육이 원망스러울 정도로 이 곳에서의 영어, 즉 실생활 영어에 사용되는 단어는 너무 생소하여 은행 앞에서 사전을 검색하고 예행연습을 거친 후에 간신히 계좌를 만들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고, 그들은 오후에 다시 오라는 약속(Appointment)이 적힌 쪽지를 주고 다시 오라는 눈빛을 매우 친절하게도 보냈다.

캐나다에서는 계좌를 만들기 위해 약속이 당연히 필요하지만, 처음 겪는 은행의 갑질 아닌 갑질에 애써 괜찮아하며, 텅 빈 다운타운 거리를 배회하기도 하고 도서관에도 방문하여 도서관 카드를 발급받았다.


드디어 약속시간이 되어 은행의 창구가 아닌 사무실로 안내받아 학생 계좌를 열고 데빗카드와 신용카드를 어렵사리 손에 얻었다.

  ※ 학생 계좌를 만들기 위해서는 학생증 또는 학교 측의 입학허가서와 여권이 필요하며 일반 계좌와는 달리

     무료로  서비스받을 수 있다.

     일반 계좌는 Account fee라는 요금이 매월 부과되며, 한국의 체크카드와 같은 데빗카드는 사용 횟수가

     제한되어 있으며 초과 사용시 요금이 추가로 부과될 수 있으므로 주의 깊게 확인한다.

TD Bank Debit Card

  <출처 : google image>


다음 목적지는 웰랜드의 유일한 쇼핑몰(Seaway Square)로 핸드폰을 개통하기 위해 다시 한 번 버스에 올랐다.


쇼핑몰에 도착 후 캐나다에서 가장 큰 통신회사인 Bell 매장 앞에서 Anna의 눈빛이 또다시 흔들리고 있었다.

사실 휴대폰 가입, 약정기간, 부가서비스, 위약금, 자동이체 등 한국어로는 익숙한 단어지만 캐나다 온지 이틀 만에 입 밖으로 꺼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 그 이후로 자동차 구매, 보험가입, 아파트 렌트 계약, 자동차 정비 등 처음 겪는 일을 치르기 전에 공부하는

     습관이 생겼다.

유학생의 신분으로 핸드폰을 개통하기 위해서는 여권과 신용카드가 필요하며, Jay는 아무 문제가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유학생 신분이라 개통이 안된다는 석연치 않은 이유를 들어야 했다.


이후, 피곤에 지친 몸을 이끌고 쇼핑몰을 둘러보던 중 눈에 들어온 Fido라는 통신회사 가판에 이끌려 사전을 찾아가며 겨우 휴대폰 개통을 성공할 수 있었다.

  ※ 당시 Jay와 Anna는 불확실한 앞날에 대해 걱정하며 구닥다리 2G 전화기를 2년 동안 월 $15의 요금제를

     사용하는 조건으로 저렴하게 받아들였다. 


이렇게 캐나다에서의 둘째 날이 지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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