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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국요리치료연구소 Apr 02. 2017

화단의 봄이야기

어김없이 봄은 찾아오고

1층에 사는 저는 매년 찾아오는 봄을

베란다 화단에서 맞이합니다.


장미의 계절 5월이

되기전에

파릇파릇

온갖 풀들로 부터

봄인사를 받게 되지만


사실은

그 풀들의 성도 몰라요

이름도 몰라요 .


그냥


'너네들이 긴 추위에 잘 견뎠구나!'


절제된 (?) 저의 인사이지요.


그런데

이 봄만 되면

풀들이 파릇 뾰족 올라오는

이 봄만 되면


소쿠리 옆에 끼고

나물캐러 가는

나가는 이유는 뭘까요?


오늘도 시간이 남아돌아(?)

바구니 옆에 끼고

가위를 차고

풀 캐러 나가봅니다.




반짝이는 햇빛의 총애를 듬뿍 받으샤

정구지가 여기저기 올라와

발 아래서 밟혀

신음(?)하고 있었다.

'이기~~, 이기 모꼬?

너 진짜 정구지?'


한 줄기 꺾어

향을 맡아보니

별다른 향이 나지 않음.


정구지라 하면 

맵싸 ~ 알싸~

독특한 향이 나야 하는건데 ..


'정구지 맞나 너?'


'정구지가 원래 이렇게 자라나?'

-모르는 것이 더 많은 1인-



농부가 수확의 기쁨을 누리듯

열심히 거두어 들였습니다.



그리고

보기 좋게 장독대 위에 올려 놓고

기념샷도 찍어주고


의기양양

집으로 돌아와(?)

남편에게 자랑을 늘어 놓음 ㅠㅠ



깨끗이 씻어서


밀가루 팩도 해주고


달걀 팩도 해 주었지요


곱디 곱게 묻힌

반죽으로

드뎌 팬에 부침을 시작했다.



기름을 두르고

반죽한 정구지를  올리니

익어가는 향이

진짜 정구지였습니다.



텃밭 !


언제 뿌렸는지 기억도 없지만

해마다

새로움을

기대하게 되는

1층 화단 



정구지, 쑥, 머귀, 돌나물, 취나물, 미나리...



정구지 한 줌으로

정겨운 밥상을 꿈꾸어 봅니다.



1층에 사는 사람의 여유로움

그 여유로움을 느끼며

아직은 쌀쌀한

봄을 맞이합니다.






2017.04.02.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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