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4월 15일에
봄꽃이 화려하게 피었다가 지려고 하는 오늘 .
몇 년전 부터 인연을 맺어 온
00장애인 종합복지관에서 진행되는 부모교육을 갔다.
화려한 봄날 만큼이나
차들이 엄청 막히고,
봄날이 아니라 여름을 느끼게 하는 날이었다.
복지관에서의 행사는 이러했다.
장애 자녀를 둔 부모님은 부모교육을,
장애 자녀는 다른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사회복지사와
자원봉사자들이 돌보고 있었다.
부모교육에 참가하신 분들은 24명, 그 중에는
부부가 참여 하신 분이 6쌍,
그 외는 어머니 혼자였다.
대개는 유치부 자녀, 그 중에
성인자녀를 둔 어머니 4분.
제가 진행하는부모교육은 교육과 요리가 함께 하는 시간을 가진다.
'요리로 하는 부모교육'
사실, 장애자녀를 가진 부모님들은
부모교육에 큰 매력을 못 느낀다. 될 수 있으면 오지 않으려고 애쓰며
겨우 어머니 혼자서 오거나, 흥미가 없으면 중간에 사라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요리를 하면서 교육을 한다면 오시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행복 도시락 만들기"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남녀노소 누구나
요리활동을 겸한 모든 교육은 100% 참석률을 보장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2시간 30분.
1시간 30분은 교육이며 그 교육의 내용과 어울리는 요리활동을 하면서
나를 생각하고 가족을 생각하는 시간으로 채워진다.

오늘 부모교육은 많이 특별한 날이다.
장애 자녀를 두었다는 일도 엄청 난 일이지만
그 자녀로 인해 부부간의 마음의 거리도, 부모의 역할도,
비장애 형제에 대한 사랑도.. 언제나 목말라 하는 상황이다.
특별한 우리 자녀를 어떻게 양육할 것인가.
그 양육의 방법에 대한 실질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부모와 자녀가 함께 행복하게 생활하기 위한
현실적인 이야기를 직설적으로 이어져가고 있는데,
한 어머니가 계속 울면서
쌍둥이와 그 아래 동생이 있는데, 세명의 자녀가 다 장애라 했다.
순간,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될 수 없음에
조심스레 안아 드렸다.
혼자서 이 자리에 오기까지 얼마나 외로웠을까?
(아버님은 집에서 주무신다고 하심)
혼자서 그 막막함을 어디다 풀어야 할지 얼마나 고민했을까?
속을 드러내고 펑펑 얼마나 울고 싶었을까? 지난날 나를 만나는 것 같아
가슴 밑바닥에서 주체할 수 없는 무언가가 올라와
한동안 말을 이어 나갈 수가 없었다.

강의실 제일 뒤에 앉아계신 어머니는
성인이 된 자녀는 우째야 되냐고 물었다.
어머니보다 더 자라버린 자녀들이
'이제는 힘도 더 세지고, 고집도 더 세지고...'
목소리가 떨리신다.
그 옛날,
어머니들의 속이 속이 아닐 때 (지금도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지만)
혼내고 때리고 욕하던 그 일들이
어머니는 흰머리가락에 힘도 약해지는데
성인이 된 자녀는 그런 엄마가 작아 보이리라.
예전에 받았던 그 사랑의 상처가 그대로 일어나고 있다고
눈물을 보이신다.
다시 시작하시라고 ,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간곡히 말씀드리지만
그 일이 어디 쉬운 일인가...

'선생님~ 우리 땡땡이 이제 1에서 10까지 쓸 수 있어요.
아휴..그거 쓰는데 일년 넘게 걸렸어요"
좋아하시던 어머님이 생각 난다.
과연 1이 어떤 의미이며, 깍뚜기 노트에 빼곡하게 써내려가는
숫자적기가 우리 아이에게 어떤 의미가 있나.
또 생각해 보게 된다.
바지를 입고 단추를 채우고 지퍼를 올릴 수 있는 일,
양말을 신을 수 있도록
운동화도 껴 신을 수 있고
버스와 지하철을 타면서 카드를 단말기에 대는 일,
내 자리라고 앉아 있는 아저씨를 밀치지 않도록
사람이 많으면 서서 갈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
음료수 병 뚜껑을 힘주어 돌리고,
우유팩을 두 손으로 벌려 보고
좋아하는 과자 봉지도 제 손으로 뜯다가 흘려도 보고
치즈에 짝 달라 붙어 있는 비닐도 벗겨 보아야 한다.
하다가 망가지고, 뜯어지고, 흩어져 바닥에
떨어져 먹지 못하지라도 말이다.
모서리로 몰아 세우지 말기, 부모와 그 주위의 사람들이 하는
말과 행동은 성인이 되어서 그대로 나타나게 된다.
열번, 스무번, 아니면 골 백번이라도 설명하고 이해시키려고 노력한다.
어렵고 힘든 일이지만 내 아이에게는
최상의 부모, 든든한 울타리가 되었으면 한다.
다른 아이와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이 조금 다를 뿐,
눈을 마주하고, 긴 호흡으로
이 세상을 살아내는 기술을 하나씩 알려 주어야 하는 사람? 부모이다.

장애자녀를 둔 부모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당신이 가고 있는 길에서 조그마한 힘이 될 수 있고
짧은 순간이지만 힐링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봅니다.
by 한국요리치료연구소
오늘밤도 이런저런 생각에 하얗게 밤을 보낼것 같은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