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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국요리치료연구소 Apr 21. 2018

56세의 딸이 85세의 엄마에게

사랑합니다  내 엄마

56세의 딸이 85세의 엄마에게 



엄마 사랑해요 ~ 그리고 미안해요. 

얼굴을 마주보고 입으로는 한번도 말해보지 못한 사랑한다는 말. 


그리고 당장이라도 달려가야 되는데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한 계절, 두 계절이  지나고 다시 뜨거운 한 해가 돌아 오고 있다.


엄마는,,, 엄마는 다 이해해 주고 보듬어 줄것 같아. 또 한없이 기다려 줄것 같다는 이 딸의 

이기적인 생각으로 한 해가 가고 있다.


지난 여름,  늦게 시작한 공부를 마무리 할 즈음에 엄마는 경로당에서 집으로 돌아 오는 길에 

아스팔트 길바닥에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다. 놀라지 말라며 전화하는 오라버니의 말이 끝나기전에 

울며불며 내려갔었다.  어디가 부러지지 않은게 다행이었지만 

엄마 얼굴 에는  피주머니가 하나 달려 있었다.

부러진 앞니 두개. 그 연세에  엄마의 치아가 예뻤었는데 ....이빠진 **이 되어 있었다. 


가슴 밑바닥에서 차올라 오는 슬픔을  턱이 떨릴 정도로  참고 참느라 힘들었는데 야속한 딸은 

이틀밤을 자고 곧 내려 오마 눈물의  약속은 일년 채 지키지 못했다, 


참 이기적인 딸이다. 

늦게 시작한 공부로 논문 쓰느라 챙기지 못한 엄마.  그 엄마가 쓰러져 힘들어 했어도 

논문 핑계로 올라 왔다. 그리고  졸업을 하였지만   내 어깨에 내려 앉은 짐이 너무 

버거워 전화 한통도 인색하게 굴었다. 


'바뿌나  많이 바뿌나?' '네 바빠요 곧 내려 갈게요 그때까지 아무나 문열어 주지 말고 

식사 잘 챙겨 드시고요  일어 날때는 벌떡 일어 나지 말고요 또 전화 드릴게요~~ 엄마 먼저 전화 끊어요'



참 인색한 딸이다. 

어르신을 모신 수업에서 난 어머니 아버님 하면서 온갖 말씀을 듣고 전한다. 

때로는 노래도 하고 율동을 곁들이며 당신들의 정서 지원을 하고 있다. 그럴때면  그 속에서 

내 엄마의 얼굴을 찾는다. 곧 내려 가야지 그래 늦기전에 가야지 결심하지만 또 ....



참 욕심많은 딸이다.

엄마 나 내려 갈때까지 건강 챙기면서 계셔요. 곧 갈라고 ... 언제 오냐고 묻는 말에 항상 곧 갈거라고 말한다. 

난 두 아이의 엄마다. 내 아들이 부탁하면 당장 들어 주는 나, 

난 맏며느리이다. 시엄니의 말에는 곧 순종하는 나, 

난 한 남자의 아내이다. 남편의 일에 온 신경을 쓰는 나, 그리고 

난 일하는 여성이다. 내가 하는 일이 우선인 나. 

난 엄마의 하나 뿐인 딸이다. 이런 나에게 엄마는 항상 뒷전이다. 


챙기지 않아도 잘 계셔 줄거라는 믿음,  언제나 부르면 와 ~~라고 대답해 줄거라는 믿음, 요즈음 부쩍 

바뿌나 많이 바뿌나 라고  물어 보시는 엄마~


엄마~ 이기적이고 인색하고 욕심많은 딸,  다 내려 놓고 곧 갈게요. 사랑합니다  내 엄마 


2018.04.21.엄마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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