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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국요리치료연구소 Dec 10. 2018

아무것도 없다?


11월도 중순을 넘어가고 있다. 영원한 것은 없지만 

그렇다고 아예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없어지는 듯, 사라지는 듯 그 자리에 다른 무언가가 

채우고 있다. 없어져 아쉬운 것도 잠시, 우리는 

또 적응하고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이렇게 시간을 보내고, 세월 앓이를 하는 나. 

이 나이에는 초승달이 예쁘고 그믐달이 위대해 보인다. 


채워짐에 경이롭고 버려짐에 가벼워지는 것은

세상살이에서 얻은 진리일지도 모른다. 


교육을 앞두고 배를 채우지 않는 습관때문에  끝나고 

나면 항상 허기가 진다. 몸이 반으로 접힌다는 느낌. 


그러나 한동안은 물도 넘어가지 않지만 배 속은 전쟁이다 

꼬르륵 밥달라고...요즈음은 수업 전에 챙겨 먹으려고 

노력중이지만 오랜 습관으로 목구멍이 열리지 않는다. 


배가 고파 허기지는 것은 나름 열심이었을거고 

사람이 고파 허기지는 일은 나름 잘못 살았으리라 싶다.

요즘은 사람이 고파 허기지는 일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 지기들이 있어 감사하다.

언제 시간이 되냐고 조심스레 문자를 보낸다는 그대.

곧 시간이 생길거라고 부끄럽게 대답하는 나.


오래 되었다는 것, 묵었다는 것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감싸주고 안아 줄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는 것인가.


지나온 날을 애써 덮어 주고 보듬어 주는 그대. 


따스한 밥 한 그릇이 몹시도 고픈 날

배가 고파, 사람이 고파 허기지는 날에 

날 위해 그대 거기 서 있더라.  


된장에 묻힌 시레기 한 줄기에 목이 메인다.

밥숟가락 가득 퍼올려 입안 가득 밀어 넣는다.


입맛이 없다는 소리에  밥맛으로 먹어 보라고, 

밥맛은 여유로운 자들이 한가한 식탐놀이를 하는 거라고 

힘실어 주면서 허허로움을 채워나가는 일이 

나자신을 이기는 것이라고 말해 준다. 역시 

오래 된, 묵은 이들의 경험에서 든 채찍은

진리다. 


배움은 길고 깊고, 난 아직 짧고 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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