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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국요리치료연구소 Dec 10. 2018

뭐 해?


누군가가 나에게 묻습니다. 지금 뭐하고 있냐고?.

저는 대답 대신 잠시 생각에 머뭅니다.

저는 짬을 내어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아니 

잊고 있었던, 아니....  시간이 아까워 그 쪽으로는 

고개도 돌리지 않았던 일들을 해 보고 있습니다.


음악을 듣고 흘러간 엤노래지만요, 특히 비가 오는 날, 

하늘이 내려 앉은 날, 바람소리가 몹시 가슴을 쓸어 가는 날 

그런 날에는 크게 음악을 쾅쾅 울려 퍼지게 합니다. 

얹혀 있던 속이 내려갑니다. 예전에 두 눔을 키울때처럼요.


바보상자 텔레비와는 담을 쌓고 살았지요. 

요즘엔 드라마 돌려보기 재미에 푹 빠졌습니다. 

미스터 션사인이 인기가 많았다는데 

본방을 한편도 보지 못했습니다. 돌려보기 재미에, 

그들의 대사 한 구절에, 표정에 온 맘을 빼앗기면서 

밤을 새워 보고 있습니다.

이렇게 재미 있을 수가..이런걸 못봤다니 ... 유행이 지나고 

뒷북치고 있습니다.


하늘이 회색빛으로 휘감기고 내 가슴에 내려와 앉으면 무작정 길을 

나섭니다. 행선지가 어딘지 정하지 않아도 임진각 근처 조용한 찻집에

들어가 읽고 싶었던, 내가 하는 일과는 관련없는 책자를 뒤적이며 

회색빛 하늘과 어울리는 시를 읽고 그 정서에 취해 

습작을 하고, 한번도 배워 보지 않은 그림을 긁적이는 

여유를 누립니다. 


오랜 로망, 내 인생의 버킷인 그림배우기는 

아마 내년에 시작을 해야 할까요.

찐한 커피 향이 오르고 그 향에 취해 

사방이 들판인 널직한 창밖을 내다 보면서 

긴 호흡을 하면서 눈을 감아 봅니다.  


나여기 이대로 있습니다 나즈막히 

나를 체험하는 홀로 명상을 짧게 느껴 봅니다. 

오래전에 두 학기를 다닌 명상 프로그램 MBSR이 

요긴하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누군가 나에게 묻습니다 요즘 뭐하고 있느냐구요?

저는 생각을 멈추고 눈을 마주 하고 대답을 합니다. 

긴 호흡의 끝자락에서 돌아와 음악을 듣고 드라마를 보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그리고 그림을 그린다고....

그리고 뮤지컬도, 콘서트도, 여행도 다닐거라고 ....

아마도 더 풍부해 진 감성으로 다시 현장에 서 있을 거라고 

자신에게 속삭여 봅니다. 


저물어 가는 이 가을 참 아름답습니다. 

뒹구는 낙엽 조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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