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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국요리치료연구소 Dec 11. 2018

첫 날


아이들의 여름방학 시작은 요리치료 시작일이다. 해마다 그러하듯 아이들이 방학을 맞이하면 요리재활사들은 바빠진다. 아침 6시에 집에서 출발하여 요리치료 시작 전 3~40분전에는 도착한다. 아이들이 오기 전에 조리도구를 열탕소독하고 식재료를 준비한다, 활동계획서에 따라 빠진 것은 없는지 미리 체크를 한다.


올해는 장소가 바뀌었다. 지하가 아닌 곳을 빌려 주었다, 지하가 아니니 환경이 쾌적하다. 작년에 시설을 보수 공사해서 깨끗하고 쾌적하다. 이러한 환경은 우리의 마음뿐 아니라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리라 믿고 싶다. 공간이 좁은 게 마음에 걸린다. 


첫째 주는 성인발달장애인이 오기 때문에 열 명의 친구와 세 명의 요리재활사가 활도하기에는 ..많이 답답할 것 같았다. 모든 것이 다 만족 할 수는 없지만 요리치료가 불을 사용하고 칼을 사용해야 하는 활동이라 공감의 협소함은 긴장감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된다.


우리는 40분 전에 활동실에 도착했다. 첫날 새로운 환경에 적응 과정에서 장애인과 요리재활사가 같이 긴장한다. 미리 가서 우리가 먼저 적응하려고 노력한다. 주강사가 어디에서 시작할지 동선을 그려보고 참석자들의 특성에 따라 어디에 앉혀야 되는지 의논한다. 올해는 2주간 함께 참여하겠다고 의지를 불태우는 차선생님과 한선생님이 있어 감사하다.


8시 50분, 우리와 거의 비슷하게 출근(?)하는 친구가 있다. 5분 전에 입실해 줄 것을 부탁 드려도 온자서 오는 친구들은 30분을 일찍 와서 기다린다. 매 년 이맘 때 쯤이면 축축하고 습기 찬 장마로 시작했는데 올해는 날씨가 너무 더우니 밖에서 기다리게 하는 것도 힘든 일이다. 


요리치료를 준비하랴 일찍 온 아이들 챙기랴 바쁘게 시작한다. 한 명, 두 명, ..입실이 시작되고, 반갑다고 인사하는 친구, 언어적 또는 비언어적인 표현으로 서로의 안부를 나누면서 아이들의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한다. 잊지 않고 선생님 이름을 기억해 주다니 감개무량이다. 일주일 동안 무엇을 만드는지 묻고 또 묻고 묻는다. 무엇은 좋고 어떤 것은 안 먹고 싫다고 말한다. 자! 지금부터 시작이다~


임선생님의 내 사랑 동*가 일등을 했다. 어찌나 반가운지 우리들은 소리를 질렀다.‘도~~~~~D~~야...아니 **씨 ~~~~~ 잘 지냈어.. 일찍 일 등 했네.... ’


‘잡채밥 먹을 거야, 많이 줘, 버섯 안 먹어, 어묵 먹어 ’


앉자마자 먹을 수 있는 것만, 먹고 싶은 것만 말한다. 그래도 결석하지 않고 일찍 와 준 것만 해도 고맙다. 여전히 오동톧 포통한 친구, 남은 4일 동안 결석만 하지 마라! 고 마음속으로 빈다. 그래 알았어 ..당면 많이 어묵 많이 ...


3년 만에 온 &&군, 

이제는 누구야 라고 하기가 좀 그렇다. 누구씨~~~ 영~ 내 입에 짝 달라붙지 않는다. 10년 동안 봐 온 친구들이나 많게는 27세 적게는 19, 20살이 된 친구들,, 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되었으니 이름을 부르면 안되는데.. &&군이 올해는 시간을 뺄 수 있었나 보다. 여전히 땀을 많이 흘려 손수건을 쥐고 있고 나를 계속 불러댄다. 


오랜만에 온 탓에 서먹하더니 시간이 지나니 예전처럼 관심을 끌고 싶어 장난을 걸어온다. 계속 부르고 소리를 내고 책상을 치고,, 그러다가 얼굴 한번 마주쳐 주면 잠시 조용해지고 ... 


첫날의 풍경은 어수선하다. 선생님도, 친구들도, 그럼에도 아이들은 무엇을 하러 왔는지, 작년에는 어떠 했는지, 친구, 동생, 형들을 챙기기까지 한다. 


활동과정에서 칼은 위험해요 선생님 따라해요, 불은 안.전.해.요. 선생님 말.들,어.요. 맛있게 먹어요.내가 만들어요. .... 그들이 기억할 수 있는 모든 상황들이 하나씩 열려지고, 요치료에 필요한 식재료와 조리도구도 나열되고.. 무엇이 만들어질 것인지 상상의 날개를 펼칠 수 있도록 날개짓을 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 첫 날이 시작 되고 .


통합부모회 요리치료는 2009년 ~ 2018년 현재. 

그들과 함께 한 10년의 역사를 돌아보며 

잔잔한 마음을 출렁이게 만든 우리

친구들과 부모님께 감사하며 

첫 날에 시작되는 첫 마음을 글로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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