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리로 하는 다문화 가정의 요리심리치료
한국요리치료연구소
언어와 문화가 전혀 다른 나라에서 살던 여성이 한국에 와 가정을 꾸리는 경우가 급속도로 늘었다. 이 과정에서 다문화 가정이 갖는 어려움이란 전국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한 조사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문제로 상담을 요청해왔다고 한다.
부부문제 39.2%/ 자녀 문제 13.3%/ 친인척 문제 8.6%/ 법률 상담 5.1%/ 경제문제 4.3%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부부문제로 언어가 미숙한 데서 오는 원활치 못한 의사소통과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 부족 등으로 생기고 있다고 한다. 이것은 어느 나라에서나 보편적으로 생길 수 있는 문제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사전에 이를 방지하고 해결할 수 있는 효과적인 프로그램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요리는 그 나라의 특성을 잘 나타내는 것 중의 하나이다. 이러한 요리를 활용하여 다문화 가족에게 우리나라 고유의 음식문화를 알고 문화의 차이를 인정하고 수용하는 태도를 기를 수 있도록 하였다 나아가 한국인의 정체성을 가질 수 있도록 가족이 함께 하는 요리 활동을 통해 부부간의 대화법과 원활한 의사소통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노력했다.
한 달에 한번 정기적으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요리치료를 하고 있다. 다문화 가족을 위한 요리치료는 다른 교육에 비해 참석률이 높다. 피부색이 다르고 언어도 다른 아이들로 흥미로운 시간을 가지게 된다. 아이들이 한국말을 모를 리 없다. 여러 나라의 다문화 가족이 모여서 진행을 하다보면 가끔씩 아이들의 장난기가 발동하게 되고 유창한 실력을 뽐내면서 어머니 나라의 말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렇게 다문화 가족 요리치료 프로그램을 진행하다보면 결혼 이주여성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많다. 나이가 많은 한국인 남편을 두고 있는 필리핀 이주여성은
“저는 한국 요리에 서툴러요. 남편과 맞벌이를 하기 때문에 따로 배울 수 있는 시간이 없었어요. 남편의 입맛에 맞게 요리를 잘 하지 못해서 남편이 저를 무시 하곤 해요. 저는 이번 시간에 한국요리를 잘 배우고 싶어요. 그래서 이번 추석에 보란 듯이 명절 음식을 잘 차리고 싶어요.”
결혼 이주 여성은 밥하기, 김치, 된장 담는 것을 힘들어 했으며 한국의 명절은 두려운 날로 인식이 되고 있었다. 그런던 중 다문화 가족을 위한 요리치료 프로그램이 생겨서 다행이라고 고마워했다. 다문화 가족의 남편 또한 요리치료를 통해 얻는 효과가 매우 크다. 단순히 한국 요리에 서툴다며 일방적으로 부인에게 구박을 주던 위치에서 벗어나 남편도 요리를 만들게 된다. 베트남 부인을 둔 경우는 월남 쌈, 필리핀 부인을 둔 경우는 망고 주스, 일본 아내를 둔 경우는 초밥 만들기를 한다.
이런 다양한 나라의 요리를 만드는 남편은 아내 나라의 문화를 알게 되고 또 한국 문화에 익숙지 못한 아내의 입장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된다. 다른 나라의 요리를 만드는 게 그리 호락호락한 일이 아니라는 걸 체감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부부가 함께 요리활동을 하면서 친밀하게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사소한 감정의 앙금이 눈 녹듯이 사라진다. 그래서 한 남편은 이렇게 말한다.
“그동안 우리 부부가 괜한 오해를 하고 살았던 거 같아서 내가 미안해집니다. 이렇게 요리를 함께 만드는 시간을 갖는 것만으로도 우리 부부가 더욱 관계가 가까워지는 것을 느꼈어요. 우리 부부의 갈등은 아내의 서툰 요리 실력으로 생긴 게 아니라 서로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에게 다가가려고 하는 자세가 부족해서 생긴 것 같아요. 아내 나라의 요리와 한국 요리를 만들어가는 시간만으로 우리 부부는 서로를 많이 이해하게 되었어요.”
다문화 가족의 자녀들도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우리나라의 식사 예절을 배우게 된다. 이와 더불어 아이들은 요리로 풀어보는 언어 교육을 할 수 있다. 구입해 온 식재료의 이름을 알아맞히고, 요리를 만들면서 문장을 만들게 하고 말해보게 한다. 또한 요리를 통해 흥미롭게 엄마 나라의 문화를 배우게 한다. 더 나아가 아이들은 요리로 하는 미술을 할 수 있다. 월남쌈을 만드는 경우 마른 라이스페이퍼에 그림 그리기를 하게 된다. 연필, 색연필, 싸인 펜 등 재료에 따라 느낌과 표현방법도 다양한 활동이다. 이때, 라이스페이퍼가 잘 부서지기 때문에 힘 조절은 물론 감정조절을 잘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요리치료 시간에 아이들은 도화지 같은 라이스페이퍼에 꼭꼭 숨겨놓았던 감정을 풀어놓는다.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아이들의 소망이 들리는 듯하다.
“엄마 속상해 하지마세요. 내가 옆에 있잖아요.”
“아빠, 엄마 싸우지 말고 행복하게 살아요.”
“아이들이 나를 무시해서 학교 다니기 싫어요.”
아이들의 속마음이 식재료 위에 다양하게 표현된다. 나는 이것을 잘 관찰하고 아이의 상태와 가족의 상황을 알아낸 후 그에 맞게 요리치료를 진행하게 된다. 이처럼 부인과 남편, 자녀 모두가 참여하는 다문화 가족 요리치료는 누구 하나 소외됨이 없어 모두에게 치료와 교육 효과를 나타낸다.
다문화 가족 요리치료의 효과는 다음과 같이 나타난다.
▶다문화 가족에게 요리치료가 좋은 점
➀새롭고 다양한 문화를 배울 수 있다.
➁가족의 소중함을 배운다.
➂동질감 속에서 공동체 의식을 느낀다.
➃자녀에게 우리 것에 대한 인식을 높인다.
➄이웃과의 교류를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
한국요리치료연구소 권명숙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