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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과 함께 하는 요리심리치료

- 정서와 영양을 지원하라 !

어르신과 함께 하는 요리심리치료

- 정서와 영양을 지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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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상님~ 나랑 와인한잔 하실라우?”

한국요리치료연구소

우리나라는 1960년대에 65세 이상 노인이 전인구에서 3%도 안 되었지만 2000대에 들어와서는 7%를 넘어섰다고 한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20년대에 이르면 노인이 무려 14%를 넘어선다고 한다.노인은 사회 구성원의 소수에 해당하지 않고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사회 구성원이 되었다. 비즈니스계에서는 발 빠르게 다양한 ‘실버 사업’을 내놓고 있지만 현장에서 만나는 현실은 그리 밝지 않아보인다. 대부분의 노인이 소득 상실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고 치매와 우울 등 각종 질환으로 고통을 겪고 있었다.


앞장에서 치매 노인에 대해서 소개했으니까 여기에서는 노인 우울증과 노인 강박신경증에 대한 요리치료에 대해 소개한다. 노인 우울증은 65세 이상의 인구의 10명 중 1명이 걸릴 수 있는 흔한 질병이지만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기운이 없는 건 나이 탓 아닌가요? 늙으면 당연히 잠도 줄어들고, 식욕도 떨어지는 거지.”


“남편을 사별하진 십년이 넘었으니 기운이 없는 것도 당연 하고말고요.”


노인이 겪는 절망감, 우울, 두통, 복통, 위장 장애는 노인 우울증이 분명하다. 이러한 노인 우울증의 원인은 세 가지이다.

첫째는 뇌가 노화되어 부신피질, 갑상선, 하수체 등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 우울 상태를 만든다.

둘째는 심리적인 원인으로 노화가 되면서 성격이 변하기 때문에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힘이 약해져서 우울증에 걸리게 된다.

셋째는 사회적 원인으로 가족을 포함한 공적·사적 인간관계에서 소외됨으로써 생기는 상실감이 우울증을 만든다.

사는 것이 재미가 없고 싫증이 난다는 두 할머니는 큰 아들과 함께 살고 있었지만 소외감으로 인한 우울증으로 보였다.


“거 있잖우, 스파게티. 포크에 콕 찍어서 돌돌 말아 먹는 국수말이요. 그걸 손녀에게 주니까 우리 할머니도 스파게티를 만들 줄 아네 하면서 너무 좋아하더라구. 스파게티 때문에 우리 손녀와 사이가 많이 좋아졌다우. 또 다른 요리 그래, 돈까스라는 요리도 이참에 배워보고 싶어요. 우리 손녀가 그걸 어찌나 좋아하는지. 내가 맛나게 만들어서 손녀에게 자랑을 하고 싶어.”


한 할머니도 질세라 이렇게 말했다. 그 할머니는 항상 검정 비닐봉지를 소지하고 있었다.


“함께 어울려서 웃고 떠들면서 속 푸는 게 참 좋아. 그래서 이 시간 새로운 요리를 만드는 재미가 쏠쏠햐. 뭐니뭐니 해도 우리 손주에게 내가 인기 최고라서 좋아요. 손주가 오늘 울 할머니 어떤 요리를 만드셨어요 하면서 좋아하더라구.”


두 할머니의 표정에서 웃음이 많아진 걸 보면 이 시간 만큼은 행복한 마음이시리라 기대를 해 보면서 긍정적인 말로 대화의 상대가 되어 주는 것과 함께 진심으로 우울증이 쾌유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어르신을 만났다.

노인 강박증은 의지의 간섭을 벗어나 특정한 생각이나 행동을 반복하는 상태를 말한다. 강박증으로 인한 불안증은 조절되지만, 이 강박행동을 중지하면 불안증세가 다시 나타나기 때문에 불합리한 줄 알면서도 그 행동을 반복하게 된다. 전직 공무원이던 할아버지는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해야 직성이 풀렸고 손 씻기를 십여 차례나 했다. 완고한 성격 때문에 다른 노인과 잘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


“맛 드럽게 없겠다. 고작 이런 거 만들라고 먼데서 오셨수”라고 말했다.

그런 할아버지가 막상 치즈 스틱이 완성되자 모습이 변하셨다.


“요런 건 처음일세. 참 맛나네. 권 강사, 내 아까는 진짜 미안혀. 우리 담 주에도 뵙는 거죠.”


자영업을 하다가 은퇴한 한 할아버지는 항상 메모지에 설명을 듣고 받아 적으면서 한 치의 실수도 없이 순서대로 수행을 했다. 그분에게서는 여유와 웃음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요리치료가 끝나는 날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그동안 어떠셨어요? 어르신이 요리를 해서 권위가 떨어지지 않으셨나요?

요리하는 게 성가시지는 않으셨나요?”


그러자 할아버지가 두 손을 저었다.


“이젠 시대가 바뀌었잖우. 남녀노소 누구나 할 것 없이 밥도 하고 반찬도 척척 만들 줄 알아야 해. 나는 매번 새로운 요리를 배운다는 자체가 좋았어. 이젠 난 된장국, 김치만 좋아하는 노인네가 아녀.”


전직 교장선생님이던 할아버지는 수십 년이 된 물건을 하나도 버리지 않고 보관하고 있다고 했다. 누가 아무 쓸모없는 물건을 버릴라 치면 불호령이 나온다는 것이다. 열 번의 만남으로 이루어진 요리치료는 예전과 달리 웃음이 많아지는 것과 함께 자주 농담을 주고 받는 사이가 되었고 마지막 날에는 기어코 ‘프러포즈’를 받고 말았다.


“선상님, 나랑 와인한잔 하실라우? 우리 제자가 스승의 날에 선물한 와인이 있는데 강사님이 날 잡으셔. 나가 그 와인을 가지고 올게요. 내가 너무 고마워서 강사님께 술 한잔 대접하고 싶어요. 그동안 우리에게 매주 맛난 거 가르쳐 주고 또 먹여주었잖아요. 또 있지. 싫은 소리 다 들어주고 이렇게 놀꺼리도 만들어주니 세상에 이렇게 좋은 프로그램이 어디 또 있을 수 있겠습니까?”


이 세 분 어르신에게는 초기에는 단순하고 규칙적인 한 두 단계로 뚝딱 완성되는 요리 - 카나페, 샌드위치, 과일 샐러드, 채소 볶음밥, 고구마 맛탕, 쿠기 등- 를 했다. 차근차근 여러 재료를 혼합해 만드는 채소·과일 샐러드와 화전, 스파게티 등 과정이 복잡한 요리를 만들어 보도록 했으며, 서로에게 신뢰감이 쌓이고 집단의 구성원이 공동체 의식과 안정감이 형성 되었을 때 생각과 느낌을 표현할 수 있는 창작 요리를 만들어 보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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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을 머금은 마지막 시간에는 아쉬워하는 마음을 담았다. 딸의 마음으로 아버지에게 드리는 당부는 “규칙적인 생활 습관을 가지고 적절한 운동을 하세요. 과로를 피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혼자 계시면 더 힘들어지게 됩니다. 자주 복지관이나 경로당을 찾아 친교 모임을 가지셔야 삶이 여유로워지고 즐거워집니다.




한국요리치료연구소 권명숙 글

http://cafe.daum.net/cooktherapy

http://www.kocop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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