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오뎅국,
찬바람이 불면 생각나는

찬바람이 불어 오는 계절이 되면

엄마는 오뎅 볶음이 좋다는 어린 딸을 무시(?)하고

국물이 멀건 오뎅국을 매번 끓이셨다.


하긴 입이라도 덜어보겠다고 쬐금 산다는 친지에게 맡겨진

객식구들이 많았던 우리집에서 세 끼 먹거리 장만도 만만 찮으셨으리라 생각든다.

11월이 들어 서면서 찬 기운이 스멀거리고 한기를 느끼는 이 계절에 생각나는 오뎅탕,

지금의 아이들은 고급스런(?) 언어로 어묵탕이라고 말한다.


그 시절의 오뎅은 분홍소시지와

더불어 부의 상징이기도 했다. 맑은 물에 넓적한 직사각형의 오뎅을 이리저리

잘라서 빠트리고 파를 숭숭 썰어 고명으로 얹은 그 맛은 뒤로 하고 제 몫이 오지

않을까봐 솥단지에 고개를 처 박으면서까지 차례를 기다리던 날들이 있었다.


우리 사무실 봉천역 2변 출구 부근에는 재래 시장이 참 많다.

유년기 내 어머니의 모습을 닮은 이들이 양 손 가득 장꺼리를 들고 바쁘게

다니는 모습을 2층 사무실 창가에서 지켜 보는 일과 가끔 시장을 배회하기도

하면서 살아가는 모습을 눈에 담아 보기도 한다.


그 중에서 긴 꼬지에 네모난 오뎅을 접고 접어 구불구불하게 끼워서 물에

퉁퉁 불린 오뎅이 유난히 눈에 띄는 날이 있다. 흐린 날이거나 비가 오거나

그리고 찬바람이 쌩생 부는 날이면 국물 한국자를 종이컵에 담고 긴

오뎅을 들어 올려 간장에 꾹 찍어 한입에 베어 무는 젊은이들을 발견하게 된다.


멸치, 다시마, 새우, 무, 대파, 마늘, 좀 더 고급스럽게는 게를 넣어

국물의 진한 맛을 우려내고 마트에서 판매되는 다양한 모양과 맛을

자랑하는 어묵들이 많지만 여전히 입 속에 남아 있는

비릿한 오뎅의 맛은 옛 추억에 머무르게 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과일, 나는 어떤 과일을 좋아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