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불어 오는 계절이 되면
엄마는 오뎅 볶음이 좋다는 어린 딸을 무시(?)하고
국물이 멀건 오뎅국을 매번 끓이셨다.
하긴 입이라도 덜어보겠다고 쬐금 산다는 친지에게 맡겨진
객식구들이 많았던 우리집에서 세 끼 먹거리 장만도 만만 찮으셨으리라 생각든다.
11월이 들어 서면서 찬 기운이 스멀거리고 한기를 느끼는 이 계절에 생각나는 오뎅탕,
지금의 아이들은 고급스런(?) 언어로 어묵탕이라고 말한다.
그 시절의 오뎅은 분홍소시지와
더불어 부의 상징이기도 했다. 맑은 물에 넓적한 직사각형의 오뎅을 이리저리
잘라서 빠트리고 파를 숭숭 썰어 고명으로 얹은 그 맛은 뒤로 하고 제 몫이 오지
않을까봐 솥단지에 고개를 처 박으면서까지 차례를 기다리던 날들이 있었다.
우리 사무실 봉천역 2변 출구 부근에는 재래 시장이 참 많다.
유년기 내 어머니의 모습을 닮은 이들이 양 손 가득 장꺼리를 들고 바쁘게
다니는 모습을 2층 사무실 창가에서 지켜 보는 일과 가끔 시장을 배회하기도
하면서 살아가는 모습을 눈에 담아 보기도 한다.
그 중에서 긴 꼬지에 네모난 오뎅을 접고 접어 구불구불하게 끼워서 물에
퉁퉁 불린 오뎅이 유난히 눈에 띄는 날이 있다. 흐린 날이거나 비가 오거나
그리고 찬바람이 쌩생 부는 날이면 국물 한국자를 종이컵에 담고 긴
오뎅을 들어 올려 간장에 꾹 찍어 한입에 베어 무는 젊은이들을 발견하게 된다.
멸치, 다시마, 새우, 무, 대파, 마늘, 좀 더 고급스럽게는 게를 넣어
국물의 진한 맛을 우려내고 마트에서 판매되는 다양한 모양과 맛을
자랑하는 어묵들이 많지만 여전히 입 속에 남아 있는
비릿한 오뎅의 맛은 옛 추억에 머무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