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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감자, 포실포실하다
​리틀 포레스트처럼

작은 주방


무더운 여름에는 입맛도 잃어 버린다. 엄마는 입맛 없어 밥 안먹는다는

어린 나에게 입맛 없으면 밥맛으로 먹어라고 다그쳤다. 어제 오늘의

날씨가 입맛도 밥맛도 없게 만들 정도로

무덥다. 더위에 지치다 못해 밥 대신 더위를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밥맛이 없을 때는 무엇을 먹어야 하나 입맛 땡기는 것을

찾아 냉장고를 열어 보았다.


야채실에 남아 있는 감자 세알의 껍질을 벗겨내고 물을 담아

삶아 푹 삶는다. 한소끔 끓으면 물이 자작자작 할 정도로.

젓가락으로 감자를 찔러 보아 폭 들어 갈 정도로 삶는다. 그리곤

남아 있는 물을 버린다.


냄비의 뚜껑을 덮어 쉐키쉐키~~~~~~ 마구

흔들어 주면 포실포실 감자 분이 일어난다. 마치

솜사탕처럼 내려 앉은 감자를 만난다. 불 조절로 노릇노릇하게

자작자작 눌러 붙은 감자누룽지는 추억이 새록새록 타고

넘어 온다.



3개의 감자가

6개로 보인다 헉.. 배로 불린 이 기술?

ㅋㅋㅋ

쉐키쉐키..키..키..~~~~~

감자누룽지

감자 샐러드와 감자 샌드위치

역시 감자는 만능 식재료이다.


커다린 체반에 소복하게 삶아 놓은 감자가

하나씩 줄어 들 때마다 곶감 빼먹듯 하네 라고 말씀하셨다. 그 엣날

어머니 시절에는

큰 솥에 감자를 넣어 불을 때는 일도 여름에는 힘든 일이었지만

그 많은 감자 껍질을 벗기는 일도 만만치 않은 일 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감자 분을 일으키는 대단한 작업(?) 대신

감자가 껍질을 안은 채로 삶았는가 보다. 우린 껍질 감자를 까면서

얼마나 투덜거렸던가. 먹거리가 풍성해진 요즈음 포실한

삶은 감자를 먹는 아이들이 드물겠지만 감자 한알에 엄마의 고단한

부엌살이를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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