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에서 나를 찾고 나를 치유하다
자연이 주는 것은 편안함이다. 편안함 속에서 나를 되돌아 볼 수 있는 힘을 갖게 해 준다.
내가 사는 아파트 1층고 통하는 텃밭은 봄이되면 온갖 풀들이 올라온다.
꽃 잔디로 인사를 나누면 5월의 장미가 화려하게 뽐내기 전까지
이름도 모르는 (나만 모를지만) 풀들이 청소를 맡아 주시는 여사님들의 눈을
즐겁게 하기도 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내보이기도 한다.
내가 알수 있는 풀은 머구나물와 참나물 , 돌나물, 정구(부추) , 미나리, 그리고 쑥 등 .
.하긴 이름도 모르는 풀들이 많이 올라 오지만 난 모른다는 것이다.
언제부터 정구지가 무성하게 올라와 신기하게 바라 보았다
'진짜 정구지 맞나?'
가위와 소쿠리를 옆에 끼고 퍼질러 앉아 하나씩 잘랐다. 향은 분명 정구지였다.
정구지 사이로 핀 이름모를 꽃들과 올해도 볼 수 있음에 눈 인사를 나누고
.....
울타리 사이로 연약하게 올라온 머구를 꺾으며
이제는 쌉싸하는 맛을 느낄 수 있을 만큼의 나이가 들었음에 또
감사하고 ...
정구지는 풀을 쑤고 양념을 하여 김치를 만들었다. 많지 않은 양이지만
푹 ~~~ 익으면 연구소에 데려가 자랑하며 나눠 먹어야지..
팔팔 끓는 물에 삶아 쌉사름한 맛을 조금 덜어 내고
집된장과 들깨 가루를 넣어 조물조물 무쳐 낸 머구나물....
한 접시 뿐이지만 귀한 시간을 허락하심에 이 또한 감사하다.
어느 농부의 일과처럼
씨를 뿌리고 허리 굽혀 잡초를 뽑아 내고 철따라 내 손으로 일구지 않아도
자연이 저절로 만들어 준 내 작은 텃밭에서 자라나는 풀들이
잠시나마 나를 힐링하게 해준다.
무언가에 집중하고 몰입할 수 있다는 것은 아직은 숨을 쉬고 나를 되돌아 볼 수 있음에
감사한다. 자연의 무한한 가능성에 한 발을 살짝 걸쳐 그렇게 닮아가고 싶은
욕심을 살포시 내려 놓는 연습을 한다.
'나도 나를 사랑하는 시간' 중에서 ..
2018.04.21. 권명숙
너에게는 보잘것 없는 공간이지만 나에게 위대한 힘을 주는 텃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