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발머리
흰 카라의 학창시절,
시험이라도 치는 날이면 어김없이
혓바늘이 돋고
입안이 헐어 빵구가 났었지.
물 마시는 일도
밥을 먹는 일도
말을 하는 일도
입안이 내란(?)으로 인해
힘들어 할때
어머니는
뽀 ~얀 쌀을 빡빡 씻어
쌀 뜨물을 받고
온갖 채소를 도마위에 올려 놓고
쫑쫑 다져
큰 냄비를 불에 달구어
참기름 듬뿍 부어 찌르르
고소한 향이 집 안을 흔들어 놓을 때
쌀을 넣고 다그락 다그락 볶으셨다.
그 위에 다진 야채를 넣어 다그락,
아마도 그 시절에는 고기가 귀했었지.
참기름에 둘러져
노랗게 볶은 후 뽀얀 쌀뜨물을 한 가득 부어
큰 주걱으로 이리저리
굴려 쌀알이 푸욱~~ 퍼질때까지
뜨거운 불 옆에 엉거주춤 계셨다.
작은 채반에
한가득 죽이 올려지고
간장종지 짝꿍하여
제 앞에 놓여 질 때
"입이 아픈데 이 뜨거운거 어찌 무거라꼬요"
눈을 홀기며
아픈게 벼슬인냥 성질 부리던
철없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는
아흔을 바라보는 내 어머니께
따뜻한 야채죽을 끓여 드려야지.
이렇게 만들어요
준비재료
식재료 : 쌀, 당근, 호박, 버섯, 참기름, 물
조리도구 : 냄비, 주걱, 휴대용버너
1. 야채를 손질해요.
당근은 껍질을 필러로 벗겨요.
손잡이가 긴 필러를 구입하고
당근을 도마위에 올리고
반만 껍질을 벗기고 돌려서 나머지 반의 껍질을 벗겨요.
표고버섯은 딱딱한 기둥은 버리고
납작하게 채를 썬 후 잘게 다져요.
호박은 납작하게 썰고
채를 썬 후 잘게 다져요
야채를 다질때는
'야채다지기'를 사용하면 아주 편리합니다.
우리친구들도 두드리는 거 좋아하구요
힘조절과 강약을 익힐 수 있는 도구로
적극 추천 .
2. 쌀을 씻어 쌀뜨물을 받아둔다.
처음 불은 버리고 두번째 물을 사용해요.
우리 친구들에게
냄비에 쌀 씻은 물을 담도록 알려주세요
3. 냄비에 참기름을 두르고
4. 쌀을 먼저 볶고
5. 야채를 넣고 볶고
6. 쌀뜨물을 넣고
7. 쌀이 퍼질때까지 저어주세요.
저을때는 숟가락 대신
손잡이가 긴 ~~ 주걱을 사용하세요.
냄비의 손잡이도 후라이팬처럼
길게 된 제품이
장애친구들이 사용하기 안전합니다.
우리 장애친구들은 죽을
아주 ~ 싫어한다.
즐기지 않는 오감 자극
눈으로 보아
희멀건 푸리누리삐리둥둥.
맛으로 보아
물도 아닌것이 밥도 아닌 것이
밍밍하다 찝찔.
더 보태어 뜨겁기까지하다.
숟가락으로 휘저어 보아
찌리리 불안의 전기가 흐르고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지만
오르는 김에 콧물만 자극한다.
또각또각 야채 다지는 소리에
'야채군'
"못먹겠군'
'전쟁이군'
안먹겠노라 다짐한다
쌀과 물의 만남에서
죽이란
참 오묘한 요리이다.
그 시절엔
죽어도 죽이 싫었다.
지금
그 시절이 그리운건
죽을 끓여야 하고
죽을 먹어야 하는
친구가 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