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깻잎김치,
하얀 밥위에 내려 앉다



찬 바람과 깻잎향은 잘 어울리는 것 같다.

깻잎 한장 한장에 곱게 양념을 바르고

초록빛과어울리게 당근을 채 설어 덮어주고

불위에서 살짝 한 김을 올려주면

연구소 가득 깻잎의 향이 찐하게 퍼진다.


따뜻하게 지은 흰밥위에

깻잎 한장 살포시 내려 앉는다.




끈으로 묶여진 깻잎단을 가위로 잘라

한장씩 씻어 내는 일은

귀찮기도 하고 번거롭기도 하다.

큰 맘먹고 김치를 담을 정도면 한 두 묶음으로는 양이 적고

적어도 다섯단 정도는 손질을 해야 한다.


한장씩 엎어 물기를 제거하고

한켜씩 엎어 양념장을 바르는 일은

인내심을 불러 온다.



그 옛날 우리네 어머니는

밭에 나가 치마폭에 깻잎을 훓어와

한가득 소쿠리에 담아 두고

시간을 잡고 세월을 보내며 일을 하셨나보다.


항아리 가득 양념에 눌러

푹 삭힌 맛으로 도시락에

국물이 베이도록 넣어주셨던 깻잎김치.

그 기억이 향이 아님은

아마도 내가 세월을 죽이며

인내하며 담그내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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