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수학급 아이들
내가 가르치는 발달장애 아동의 냉장고 뒤지기에서 발견한 요리치료는 예상 밖으로 호응이 좋았다. 식재료 활용을 이용한 미술치료를 시작으로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까지 장애인의 특성과 발달수준에 따라 진행할 수 있는 밥법은 아직 미개척 분야로 해야 할 일이 많았다.
「이렇게 아이들이 좋아하고 거부 반응이 없는 걸 몰랐어요.」 「아이와 함께 수업을 받으니 참 행복하더라구요. 착석이 어렵고 표현이 서툴렀던 아이가 긴 시간 앉아 있는다는 것도 기적이에요. 그리고 먹어 보고 궁금해 하는 감정 표현이 생긴 것도 기적이에요.」 어머님과의 상담에서 용기를 얻은 나는 집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에 그치지 말고, 더 많은 장애아들에게 요리치료의 혜택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서울경기권의 학교와 복지관과 센터에 요리치료 수업을 하게 해달라고 홍보를 시작했다.
어떤 곳에서는 한번 해보자고 즉각 반응이 왔지만, 어떤 곳은 요리치료를 놀이치료로 오해하기도 하고, 어떤 곳은 별 치료가 다 있네 라고 무시를 했다. 일일이 찾아 다니는 발품 홍보는 한계가 있었다. 인터넷 시대이니까 인터넷으로 전국의 모든 특수교사와 치료사들에게 요리치료를 알려보기로 했다. 전국 특수교사들에게 메일을 보내는 ‘메일 마케팅’을 시도했다. 일일이 관계자를 앞에 두고 ‘요리치료가 식재료를 매체로 하는 장애아동을 자립과 재활에 도움이 될 것이며 타치료와 다른 점은 오감을 충족해주는 획기적인 치료이다’ 하는 내용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정리하여 보내기를 지속적으로 하였다. 혼자서 부지런히 애썼다. 아마도 이때 어깨에 염증이 생긴 듯 하다.
하지만 어렵사리 보낸 전국 특수교사의 메일의 반응은 대부분 감감 무소식이었다. 어떤 메일은 스팸으로 처리되었는지 수신표시가 나오지 않았으며, 어떤 메일은 주소가 잘못됐다고 반송되어 오기도 했다. 메일을 보내고 나서 전혀 답 메일이 없어서 낙심하고 있을 때 한 통의 답 메일이 왔다. 답 메일의 내용에는 ‘정말 아이들이 좋아하는 치료가 있었어요?’ 와 “한번 해 보고 싶다”는 반응이었다. 특수교사는 메일을 보낸 사람이 다름 아닌 그들과 비슷한 일을 하는 치료사이기 때문에 더더욱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2009년, 현장 특수교사의 적극적인 호응에 힘입어 마침내 내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요리치료로 특수학급에서 강의를 할 수 있었다. 전화로 요리치료 프로그램진행 요청을 받았을 때, 대상자의 수준은 천차만별이었다. 자폐성장애 아동은 다른 장애 아동에 비해 의사소통의 어려움과 타인에 대한 무관심이었다. 그리고 감각 기능에 문제가 있는 아이들이므로 식재료를 활용하여 촉각을 오감각을 자극하는 게 필요했다. 이러한 작업은 장애특성과 발달수준에 따라 요리치료 프로그램을 구성하여야 했다. 아이들의 흥미와 호기심은 수업에 적극적인 참여동기를 가지게 된다. 첫 수업의 떨림은 고민으로 채워지고, 첫 만남은 긴장으로 열리게 되었다.
드디어 교실로 들어가 아이들을 마주했다. 6명의 눈빛은 나를 향하고 있었다. 다소 떨리기도 했지만 아이들을 보니 나의 지난 시절이 떠올랐다. 나는 아이들과 인사를 나눈 후,호흡을 가다듬으면 진행을 했다. 「이번 시간에는 요리활동을 하는 거예요. 여기 있는 찹쌀가루를 물을 넣고 반죽을 해서 경단을 만들고 나서 우리가 먹을 거에요. 우리 놀아 볼까요~.」 장애아동과의 요리치료를 진행하는데 있어 일차 성공은 착석을 보면 알 수 있다. 나는 아이들의 착석과 집중을 이끌어 내는데 성공했다. 아이들의 반응에서 자신감이 생긴 나는 앞에 놓인 재료를 설명했다. 동그란 공처럼 생긴 경단을 만들때는 찹쌀가루에 물을 넣고 반죽을 하면 찰흙처럼 덩어리가 만들어지는데, 가루에 물을 넣는 경험도 직접하게 했으며, 반죽이 되도록 두 손으로 주물러 보는 체험도 직접하도록 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눈으로 보고(시각), 만져 보고(촉각), 맛을 보고(미각) 소리도 듣고(청각) 냄새도 맡아 (후각) 볼 수 있는 수업을 특이하게 받아 들이는 것 같았다.
우리 친구들이 언제 이렇게 식재료를 만져 보았을까? 누가 자세하게 설명해 줄까? 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쌀이 쌀나무에서 난다고, 쌀이 마트에서 난다고 말하는 일반 아이들이 있을 정도인데, 장애를 가진 친구들이 쌀이 어디서 생산되는지는 몰라도 쌀을 구별할 수 있고 쌀로 밥을 지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요리치료를 만든 나의 최종 목표이었다. 요리치료의 최종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장애특성과 발달수준 그리고 생활연령에 맞추어 놀이, 인지, 학습, 사회성 등을 지도하여야 한다. 초등학교 특수학급에서의 요리치료는 경험과 체험을 통한 인지․학습 영역에 중점을 두었다.
쌀과 찹쌀을 관찰하고 비교한다. 찹쌀가루와 카스텔라가루를 만져보고 느김을 말한다. 카스텔라를 체에 내려 가루를 만들어 경단을 굴려서 옷을 입히는 활동으로 오감을 자극한다. 경단을 만들어 가는 모든 과정이 장애아동에게는 기존의 타 치료와는 다른 직접 참여로 빚어내는 결과물이었다. 그리고 활동과정에서 맛보는 행위는 긍정적인 자극제이며 강화물이기도 하였다.
경단은 찹쌀가루를 끓는 물로 반죽하여 500원짜리 동전 만큼 떼서 동그랗게 만들어요. 동그랗게 만드는 것을 빚는다 라고 해요. 동그란 경단을 끓는 물에 담갔다가 건져서 카스텔라 가루에 굴려서 만든 것을 찹쌀 경단이라고 해요.아이들에게 경단을 만드는 과정과 방법을 보여 주며 설명하고 실제적으로 시연을 반복했다. 앙증맞고 작은 손으로 찹쌀 반죽을 떼어내 동글동글하게 빚고 국자에 담아 뜨거운 물에 넣었다가 건져 찬물에 넣어 식혀 내는 과정을 반복했다. 그러고 나서 경단을 만져보게 했다. 아이들에게 반응을 알아채고 표현하는 방법을 가르쳤다. 경단이 물렁물렁해요. 경단이 쫀득쫀득해요. 경단이 늘어나요 등이다, 그리고 나서 카스텔라 가루를 나누어 주었더니 먼저 킁킁 냄새를 맡아 보고 만져 보고 먹어 보았다.
「카스텔라가루를 접시에 골고루 펴 놓고 경단을 굴려요. 그러면 경단에 노란 고물이 묻게 돼요.」 아이들은 나의 설명과 동시에 무섭게 재료를 나누고, 흥미롭게 경단을 그 위에 하나씩 굴렸다. 그러자 노란 색을 입은 찹쌀 경단이 한 개 두 개씩 만들어졌다. 소리를 지르는 아이들의 입이 벌어졌다. 그 사이 어떤 아이의 얼굴은 노란 가루가 묻혔고, 어떤 아이는 손에 카스텔라 가루가 덕지덕지 묻혔다. 한 아이는 빵을 슬쩍 입에 넣어 오물거리기도 했다. 시간의 어떻게 흘렀는지, 완성된 카스텔라 찹쌀경단이 책상 위에 놓였다. 아이들은 완성 된 찹쌀경단을 신기하게 바라보면서 어떤 일을 해냈다는 성취감과 자신감을 느끼고 있었다. 항상 마지막은 요리를 먹어 보는 시간이다. 자신이 만든 경단 하나를 집어 입에 넣었다. 바라보기만 해도 즐거운 모습이었다.
요리치료가 거의 마무리되고 아이들과 감사의 인사를 나누었다. 요리치료 수업을 지켜보던 교장선생님이 나를 불렀다. 내가 실수를 했나? 라는 떨리는 마음으로 교장 선생님은을 뵈었다. 「권선생님, 정말 좋습니다. 아이들이 이렇게 재밌어 하면서 수업에 집중하는 건 참 보기 힘든 일입니다. 권 선생님의 요리치료가 아이들을 변화시킨 거예요. 앞으로 자주 뵙기를 바랍니다, 특히, 요리치료는 우리 장애아동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교육이라고 봅니다. 요리치료를 통해 스스로 무언가를 해 낼 수 있는 자립, 특히 먹는 문제를 확실하게 해결할 수 있겠네요.」
이렇게 해서 나의 첫 수업은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돌이켜 보면, 이때 나의 첫 수업이 특수학급에서 인정받았기에 오늘의 내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 수업이 실패로 돌아갔다며 지금 나는 평범한 주부로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나에게 내려 준 기회에 최선을 다해 남김없이 능력을 펼쳤기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한다. 나는 현장에서 만나는 우리 친구들에게 진심을 다하고 있는가? 처음의 떨림과 불안은 한 뼘씩 성장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현장에서의 긴장은 잘할 수 있다고 최면을 걸고 최선을 다하는 마음으로 임하게 한다.
* 한국요리치료연구소의 철학*
신나고 신기하고 신선한 요리치료는
대상자의 특성과욕구를 파악하고
장애인의 유형과 수준을 알고
방법을 알고 방향을 찾고 방식을 제시하는
프로그램을 연구하고 활동합니다.
since2007한국요리치료연구소by권명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