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전하는 수단이 되는 음식

그냥 그러고 싶은 날

마음을 전한 가정식 스테이크



지난 토요일부터 마음이 어수선했다. 걸려 오는 전화도, 글을 쓰는 일도, 심지어

밥을 챙겨 먹는 일도 귀찮아진걸 보니 마음에 병이 더 심해 진 것 같았다.

하루종일 누워 뒹굴다가 자다가 깨다가 탭으로 드라마를 보다가

또 잠이 들기를 반복한 하루하루가 더해지고 있었다.



나의 손전화기는 항상 무음이다. 소리가 나지 않으니 직접 확인을 해야 누가 나를

찾는지, 어디서 걸려온 소식인지를 확인 할 수 있다. 무음 손전화기의 처음 의도는

미처 꺼지 못해 수업시간에 삐리리 ~ 울려 퍼지는 벨소리 때문에 주관하는 담당자가

본전생각 날 것 같아서 아예 소리도 진동도 울리지 않게 했었다.



이러한 나의 손전화기 때문에 급하게 연락할 일이 있는 사람들은 답답함을 느낀다. 어제

그제 지난 4,5일 동안 의도적으로 전화를 받지 않았다. 물론 확인된 전화에도 답을 하지

않았다. 그냥 내가 혹은 손전화기가 없는 듯, 죽은 듯 며칠을 지내고 싶었다.



나를 찾는 이들은 뻔하다. 지금의 나의 상황을 걱정과 염려로 마음을 나눠주고 전화로

안부를 챙겨 주시는 분들이다. 지난 10년동안 희노애락을 같이 했던 동료이자 후배인 임선생님과,

그 임선생님이 매주 두 번씩 근무하는 곳의 센터장님이자 나의 선배님, 그리고 또 누가

있더라~~ 마주 보고 살다가 친구가 되었고 그룹 수업이 있을 때 함께 참여 해 주는 한선생.

큰눔 친구의 엄마이자 어린이집 원장인 한원장. 그리고 얼마전 두바이에서 날아 온

고등학교 적 친구 성여사, 큰눔의 스승이자 나의 정신적 멘토이신 마산의 자람터 원장님.

이들은 모두 10년 그리고 30년, 40년의 역사를 서로 안으며 지낸 오래되고 묵은 지인들이다.



이선배와 임선생이 근무하는 센터는 우리집 가까이에 있다. 또한 그들이 나를 제일 많이 찾는다.

나도 그들을 만나러 센터를 자주 방문한다. 그런데 지난 며칠 동안 나의 일방적인 전화 차단은

섭섭하고 괘심죄에 처할 일이었다. 요 며칠 나의 일상이, 나를 찾고 불러 주는 이들이

다 귀찮게 느껴졌었다. 무기력하게 며칠을 보냈었다.



이러한 일도 너무 오래 끌면 서로가 지치는 일이다. 그래서 임선생이 출근하는

오늘 센터를 방문하기로 했다.



나: "수업 끝나는 7시반에 맞춰서 스테이크 해가지고 갈테니 식사하지말고 기다리세요~~~"

임샘: "와우 ~~~~~~~~~~~~~~~~~~~~~"

선배: "ㅎㅎ네에"




이 문자를 빌미로 몸이 움직이길 시작했다.

오전에 마트에서 장을 보고 점심나절에 고기를 꺼내 밑간을 해서 냉장고에 보관했다.

오후 6시부터 채소를 다듬고 볶고 미리 굵은 소금과 후추, 올리브유로 밑간을 해둔 소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땀이 뻘뻘, 땀으로 목욕하는 줄 알았다. 집을 나서는 7시 10분 즈음에는

천둥소리와 함께 요란한 비가 막 퍼붓기 시작했다. 10분거리(차로)의 센터가

왜그리 멀게만 느껴지는지. 비오는 저녁, 멀게 느껴지는 센터....

지금 내마음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쟁반 보따리를 들고 비를 뜷고 선샌님들께 배달을 했다. 이 배달 된 음식은 센터에 계신

네 명의 눈과 마음을 유연하게 만들었고 입을 충분히 즐겁게 해 주었다. 이 요란한

가정식 스테이크 한조각으로

'너 왜 그랬냐'는 어리석은 질문따위는 하지 않는 걸로, 고로 우리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있는 그대로를 인정해 주는 그런 관계였다.



눈으로 보면서 만드느라 고생했다고 웃고

코는 소스의 향이 그윽하다고 즐거워 했다.

입은 소고기의 쫄깃함과 채소의 아삭함과 함께

이야기 보따리를 풀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며칠 동안의 안부를 표현할 수 있는 건강함을 간직하고 있어서

더할 나위 없다고 온몸으로 말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어쩌다 그런 날이 있잖아요 왜,

그냥 그러고 싶은 날.


진짜 그냥.



20190726권명숙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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