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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국요리치료연구소 Aug 16. 2019

힐링이 필요해?

스트래스 더 받을걸!

힐링이 필요해 



노안이다. 나이가 들었다는 것을 느끼게 해 주는 것은 

신체적인 변화이다. 잘 하는 짓도 두려워지고 몸을 사리게 되는 순간, 

그래 내가 나이가 들었나보다. 하긴 아들 1번의 나이에 1번의 아버지는 

결혼을 했고 1번의 할머니 나이는 50이었다.


신체적 변화는 흥미나 즐거움을 대할 때마다 그저 무기력하게 만든다.

긴 무더위와 또 긴 습함이 교차되고 하루하루를 버틴다고 

해야 할 정도로 길고 긴 여름을 보냈다. 이제 처서가 지났으니 

매미 울음 소리는 점점 약해 질것이고,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은 

귀뚜라미 소리로 실어 올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난. 




무기력함 속에서도 난, 두얼 모니터를 앞에 두고 글을 쓰고, 프로그램을 만들고 

기관과 센터에 보내고 다시 수정하고 그러기를 몇 차례 반복하고 나면

머리를 세우고 시선을 멀리 보내고 싶은 마음을 가진다. 그 마음은 

마음일 뿐 보이는 것은 하얀 벽과 똑딱이는 시계, 그리고 일정표가 있다.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묵은 짐덩이를 와르르 무너 뜨린다. 다시 정리할 요량으로.

하나 둘 종류별로 분류하고, 쓰임별로 분류하고,  당장 필요한 것과 어쩌다 필요한 것을 

분류하다 보니 정말 오래오래 케케 묵은 것들이 버티고 있다. 

그 언제 였던가 ....퀼트도 하고 십자수도, 그리고 비즈까지 섭렵을 했었다. 

유행도 돌고 돌아 그 시절엔 그게 유행이었다. 유행따라 안해 본게 없을 정도니 

좋은 말로 참 투자도 많이 했던 시절이었다. 


채곡채곡 개켜 놓은 천뭉치가 나왔다. 퀼트천이었다. 부수적으로 가죽 가방끈, 

지퍼 등의 부속품들이 나오고 질기고 질긴 실도 색색별로 ...음 버릴까? 버리자.

종량제 봉투의 입구를 벌려 놓고 미니멀 라이프를 꿈꾸며 다 버리자고 맘을 

다졌는데, 역시 안되었다...퀼트 천은 그때나 지금이나 값이 고가이다.

아까웠다. 


컴퓨터 모니터를 끄고 바늘을 잡았다. 퀼트 바늘은 유난히 작아 손에 잘 잡히지도 않는다.

잡히지 않는 것도 있지만 실을 꿰기가 만만치 않다. 그냥 감으로 바늘귀에 

실을 꿴다. 두번 세번 ...실패를 거듭하면서 드디어 감을 잡았다. 뻥을 좀 치자면 

이제 눈 감고도 실을 꿴다. 거의 맞출 수 없으니 대충, 이쯤이면 이라는 감으로 

바느질을 시작했다.


어중간하게 남아 있는 천을 이리 저리 맞추었더니 

색깔만 다르고 문양이나 크기가 비슷한 천이 있다. 고무허리 치마를 만들었다. 

시작은 했는데 손바느질이라 긑이 보이지 않는다. 실이 끝나고 나면 실을 꿰는 일도 

큰일이었고 오랜만에 하니 손가락 찔리는 일이 빈번했고, 아플 때마다 미쳤다  미친 짓을 

하고 있네 라고 속으로 자책하면서 . 못입더라도 끝가지 하고말리라 는 오기가 생겼다. 


얼마나 흘렀을까.. 양 옆을 바느질하여 통으로 만들고 

밑 단을 시접처리 바느질하고, 허리는 고무줄 넣을 구멍을 남기고 조금 넓게 

바느질을 했다. 그야 말로 통치마, 옛날 우리 어무이들이 즐겨 입던 통치마 

그 자체였다. 허리는 넓은 고무줄을 넣었다. 바지를 구입하면 꼭 허리가 커서 

뒤 쪽으로 밴드 처리를 해서 입는데 남아 있는 고무줄로 마감처리를 하고 보니 

그럴싸한 치마가 되었다.


색상이 화려하다. 피서지에서 입으면 참 좋을 치마로 변신했다. 

입고 보니 반드시 어디로 떠나야 할 것 같은 생각이 스멀스멀 밀려 온다. 

이 치마를 몇번이나 입어 볼까마나 바느질을 하고 있었던 그 시간 만큼은 

무상 무념, 오직 끝까지 완성해 보리라 라는 생각뿐이었다. 


생각했다. 눈이 조금만 더 좋았더라면 아마도 옷을 짓는

바느질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지금은 창고에 처박아 놓은 

재봉틀을 돌리고 있을지도 ..그렇게 힐링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아련한 생각을 했지만 고이접어 생각의 갈피에 끼워 두었다. 

한번으로 만족하자 또 업이 되면 힘들어질테니...그저 한번 힐링으로.

그래도 아직 살아 있다 내 솜씨!



20190816.권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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