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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국요리치료연구소 May 15. 2016

다섯. 내 장난감은 펫트병

성장일기

- 자폐성향을 보이는 아이  


      

 아이의 첫돌   

  

아이의 첫 생일을 맞이하여 아빠 회사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과 가까운 친척을 초대하여 작은 돌잔치를 하게 되었다. 며칠 동안 팀별로 손님을 치루고 남은 음료수와 술병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앉은뱅이 화장대 앞에 펫트 병을 일렬로 주~~욱 나열시켜 놓고 흐뭇하게 앉아 있는 아이를 발견하게 되었다. 아무렇게 삐툴빼툴~ 들죽날죽으로 세워 놓은 게 아니다. 같은 모양, 같은 색깔, 같은 글자끼리 분류하여 가지런히 하나의 흐트려 짐도 없이 세워놓고 그 앞에 넋을 놓고 쳐다보고 있다.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해놓은 모습에 한번 놀라고 거기에 영혼을 홀딱 뺏긴 아이에게 또 놀랐다.    

 

이 일이 있은 후 아이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는 버릇이 생겼다.   

     

‘내 아이가 천재?’   



        

혼자서도 잘 노는 아이  

   

돌이 지나도 엄마~ 아빠~ 부르지도 않는 아이     

누가 들어 와도 본척 만척 하는 아이     

가장 심각한 것은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는 사실이 가장 큰 문제였다.

    

불러도 반응이 없다는 것은 분명히 청력에 문제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비인후과에서는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 일부러 싱크대에 아이 팔을 끼워놓고 내버려 둬 보기도 했고, 놀다가 팔이 끼여 보기도 했지만 엄마를 부르거나 애타게 도움을 구하는 행동이나 소리를 하지 않는다.    


“어부바‘라고 그러면 냉큼 등에 달라 붙었으니 분명 청력은 정상인데 왜 다른 것에는 관심이 없는지 참 모를 일이다, 내 아이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면 할 수도 반지하에 사는 별이 누나 달이와 자꾸 닮아 간다는 느낌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별이엄마와 친하지만 마주 앉아 달이가 무슨 병인지 물어 볼 수도 없는 일이라 자꾸만 달이와 내 아이를 눈여겨 관찰하거나 비교하는 버릇이 생겼다.

   

 “00아빠! 너무 닮았어 닮았다니깐..  아랫집 달이랑.”  

  

“쓸데없는 소리 마라 아직 얼란데 개안타”    


입으로는 걱정을 하면서도 마음 깊은 곳에서는 아닐 거라는 결론을 내려 놓고 있다     


‘그래 괸찮을거야, 괸찮아. 아직 애긴데 모 ..엄청 순하자나..그리고 엄마 아빠가 건강한데 뭔 걱정’  되뇌이며............ 스스로 문제해결을 다 해버린 셈이다     


입술로만 말할 수 있는 아이의 여러 문제들은 계획에도 없던 둘째를 임신하면서     

아이의 행동 하나하나에 신경을 곤두 세울 만큼 마음의 여유가 없었으며 순하게 혼자서 잘 놀아 주는 게 오히려 고맙다는 생각으로 바뀌게 했고 순한 아이가 오히려 고맙기 까지 했으니 정말 입술걱정처럼 금방 잊어 버렸다.     

심지어는 불러도 별 반응이 없던 아이가 tv에서 흘러 나오는 cm송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     

내 눈앞에서 알짱거리고 논다는 이유만으로 노래만 모아서 테이프를 만들고 하루종일 보게 했으니, 지금 생각하니 나 편하자고 아이를 “나홀로 세상 속”으로 더 깊이 밀어 넣었다는 자책감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무식한 엄마’     


   

아이가 TV에 정신이 팔려 있는 시간 만큼은 나 자신도 편했다는 말이 솔직한 심정이다.    

 

칭얼 거리지 않는 아이     

배만 부르면 혼자서도 잘 노는 아이     

TV에 선전만 나오면 종일 내 눈앞에 보이는 아이    

 

입덧으로 만사가 귀찮아 잠만 자고 있어도 아이는 내 옆에서 아니 TV 옆에서 종일 잘 놀았다.         



‘무지한 엄마’



둘째로 인한 입덧이 어느 정도 가라 앉을 즈음에 남편의 인사 이동이 있을 거라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지방에도 병원이 없는 것도 아닌데 갑자기 마음이 조급해 지면서 큰 병원에라도 한번 가봐 야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조급한 마음이 더해졌다.     


“그래 ... 지방으로 내려가기 전에 종합병원에 가서 상담이라도 받아 보자”     


병원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자 마음이 조급해진 우리는 아무런 준비도 없이 단지 아이가 이상하다는 생각만으로 신촌 00병원으로 진료를 하러 갔다 .  

   


불러도 아는 척도 않아요    

다른 일이나 상황에 반응이 없어요    

눈을 마주치지 않아요      

 


아이의 증세에 대해서 몇 가지 이야기했지만 간단한 발달 검사를 한 의사는

아직 너무 어려서 판단 할 수 없으니 더 있다가 오라는 것이다.   

 

생후 17개월.   




       

자폐성 장애의 특성 


자폐스펙트럼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 이하ASD)의 핵심적인 특성 중의 하나는 비언어적 표현의 결손이며 이것은 자폐장애 진단 기준의 하나 이기도하다. (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2000; Kanner, 1943). ASD의 가장 두드러진 비언어적 의사소통 행동 특성의 하나로는 상대와의 눈맞춤 결여를 들 수 있다. 이 눈맞춤 결여는 타인과의 관심공유 결여나 얼굴표정이나 정감적 반응에 대한 이해 결여를 포함하는 ASD 아동의 발달상 나타나는 수 많은 특징들의 출발점이다. 

출처:고기능 자폐장애 청소년과 아스퍼거장애 청소년의 비언어적 의사소통 특성 /정서·행동장애연구 /서경희         

오늘날까지 자폐증의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자폐증이 신경생물학적 ‘장애’라는 가설이 마치 기정 사실인 것처럼 받아들여지고, 그로 인해 더 이상 자폐증에 대한 심리내적, 정신역동적 임상 연구에 대해서는 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은 고려해 보아야 하는 문제이다. 왜냐하면, 여전히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장애로 인해 고통 받는 자폐아동들에 대한 특수교육 및 치료적 개입이 신경생물학적인 측면으로만 제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폐증 개념의 역사를 통해 살펴본 DSM-5의 자폐 스펙트럼 장애 진단에 대한 고찰: PDD-NOS를 중심으로 / 권정아 / 순천향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 2015.     




       

자폐성 장애인과 함께 하는 요리치료  


- 몇 번 살펴 보고 손을 넣어 만져 보는 친구

       

     

회피하다가 겨우 손을 넣어 만져 보는 친구

   

다른 친구가 활동 하는 모습을 관찰하는 친구



 

오감각을 자극하는 지도방법


①관찰하게 하기 (지켜보기)

- 요리치료사와 또래(그룹)들의 활동을 지켜보고 관찰 할 수 있도록 흥미롭게 진행 할 것.    

②또래간 지도하기 

- 또래 끼리 선생님과 학생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할 것     

③조리도구 잡아 주기 

- 요리치료사는 만지기를 거부하는 친구에게 자연스럽게 도움을 요청할 것    

④함께 손 담그기 

- 요리치료사는 대상자의 손을 잡고 함께 활동 할 것     

➄혼자서 해 보기 

- 칭찬과 격려, 그리고 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지고 기다려 주기    


   

자폐성 장애 친구... 순간적인 (찰라)... 1초~ 2초 정도 만져보다가 밀어내는 행동을 보이더라도 강요하지 않는다. 회피는 만지는 활동이 싫어서 외면하는 행동일 수도, 어렸을 때부터 많은 자극에 적응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경험이 없어서 두려울 수도 있다.   

  

너무 너무 싫어서 도전적인 행동을 나타 낼 때도 있으므로 강요하지 말 것, 다음에 해도 된다는 안정감을 줄 것,


그리고.... 어렵지만 어른이 기다려 주기


    

20160515 한국요리치료연구소 권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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