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이야기
첫째 아이가 조기교육실에 처음 방문했던 날의 기억을 떠 올려 보면 엄마인 내가 너무 무지해서 아이의 마음을 몰랐던 것을 지금 생각해도 등골이 오씩해진다. 그 당시(90년생)에는 지금처럼 발달센터, 치료센터가 아닌 조기교육실이란 간판이었다. 특수교육을 전공한 사람 또는 전공 중에 있는 사람이 교육을 하고 있는 곳이 매우 귀한 시절이었다. 나는 상담예약을 하고 한달을 기다렸다. ‘한달,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많단말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고 한달 후 상담을 하기 위해 원장실을 들어 가는 것부터 아이와의 전쟁이었다.
26개월의 아이는 문 앞에서부터 울기 시작하였고 억지로 업고 안고 들어가 앉아 있는 몇 분의 시간이 너무 길었고 힘들었다. 원장님이 아이 손이라도 잡아 보려고 하면 기절할 정도로 더 크게 울었기 때문이다. 그 후 10년의 시간이 흐르고 나는 장애친구를 만나는 치료사가 되었다.
기관에서 만나는 아이들이 교육실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버티고 울기를 반복하는 것을 또 경험하였고 무엇이 아이로 하여금 불안과 두려움과 공포가 되는 것인지를 고민하게 되었다. 전문적인 용어나 개념은 전공서적을 살펴보면 더 자세히 나와 있기에 여기서는 개념적인 설명보다는 나의 현장 경험에서 알게 된 소소한 이야기를 나눠 보려고 한다.
어머니, 지금은 어머니보다는 주양육자 또는 활동도우미와 함께 기관을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장애인의 특성상 자녀와 기관을 방문할 때는 어디를 가는지, 무엇을 하러 가는지, 누구와 갈것인지, 가서 누구를 만날 것인지, 몇시부터 몇 시까지 하는지, 끝나고 나면 보호자가 어디서 기다리고 있는지 등을 세심하게 설명을 해야 하는데도 이렇게 미리 말해 주는 보호자는 너무 적다. 내가 이런 세심한 상황을 부모교육에서 말하면 대개의 보호자는 이렇게 말씀하신다.
보호자 :
설명 다 하죠.. 그런데 한 두 번으로 끝나는게 아니라서 그게 문제죠.
귀찮을 정도로 묻고 또 물어서 ....
나는 부모교육에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참여하신 부모님의 자기소개 시간을 갖는다. 자기소개 시간이 주어지면 반정도는 엄청 힘들어하는 모습을 본다. “뭐하러 그런거 하느냐, 우리는 다 아는 얼굴이니까 그냥 하셔도 된다. 쑥스럽게 뭘 그런거를 하느냐. 이럴줄 알았으면 참석안했다.” 또는 슬며시 일어나 화장실을 가시려는 분도 계신다. 또 다음 교육에는 결석하시는 분도...그래서 반복하여 설명을 한다.
나 :
우리 어른도 이렇게 힘들어 합니다. 여기 참석하신 분은 다 얼굴도 알고 커피도 마셔 봤고 밥도 함께 드셨을테고.. 그런데 정작 나를 표현하는 말은 엄청 힘들어 하는데 우리 자녀들은 얼마나 힘들겠냐구요. 그런데 우리는 아이의 교육과 치료를 위해서 간다라고 하지만 자녀가 이해할 만큼 충실하게 설명을 해 주었는지를 가슴에 손을 얹고 반성해 봐야 됩니다. 제가 왜 부모님이 힘들어 하는 자기소개를 시키겠습니까? 우리 스스로가 설명하고 이해가 되어야 자녀에게 세심하게 이해 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문고리를 집고 문턱에 걸쳐서 들어오지도 나가지도 않는 아이가 있다면 기다려 줍니다. 재촉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설명은 계속해 주되 잔소리처럼 하지 않습니다. 그 친구가 해야 할 일을 선생님이 먼저 하는 것을 보여 줍니다. 그런데 이런 고민은 있다. 뭐야 지금~ 돈이 얼만데 아까운 시간 다 보내고 아이랑 저러고 있는거냐구, 교육은, 치료는 안하고 끝나겠다고. 달랑 안아서 델꼬 들어가서 하시지.
더 나아가 선생님의 실력을 평가받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 아이가 새로운 환경, 낯선 상황을 받아들이기까지는 참으로 시간은 천천히 흐른다는 것을 알았다.
어른의 마음처럼 따라 주지 않는 아이의 행동을 우리는 이해하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가야 한다.
우리는 몸과 입이 바빠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