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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국요리치료연구소 Apr 01. 2021


​빨간 매니큐어를 바르다

칠하다와 바르다의 차이는?

손톱이 자꾸만 갈라졌다.

손톱도 나이가 든 것인지 얇아지더니 한 겹 씩 벌어지는 현상이 자주 나타난다. 손톱이 갈라지면 옷에 스치거나 손가락과 손가락이 부딪힐 때 그리고 물건을 잡으려고 할 때 깜짝 놀라고 온 몸이 파르르 떨린다. 그러면 가방 속에 손톱깎이를 찾기 시작한다. 어떤 날은 있기도 하고 어떤 날은 없기도 한다. 손톱깎이가 없는 날이면 벌어진 손톱을 어찌 할 길이 없이 이빨로 물어뜯거나 다른 손톱으로 뜯다 보면 어느새 피를 보게 된다. 빨간 피가 올라오면 뜯기를 그친다. 아슬아슬하게 하루를 견디다 집으로 와서는 손톱깎이로 그 아 슬하고 아린 손톱을 집어내고 그 위로 피가 올라온 피부를 살짝 들어내는 작업을 한다. 하루 동안 견딘 손가락은 통통 부어올라 있다. 세수를 하고 이를 닦는 동안 물에 젖으면 스리고 아프다. 쓰라린 아픔 위에 연고를 발라주고 밴드를 붙이는 것으로 아픔을 다독여 주었다. 




내가 하는 일에 손톱을 치장 할 일은 없다.

오히려 손톱을 바짝 깎아야 하고 청결하게 해야 하는 직업을 가졌다. 요즈음 유행하는 그 흔한 네일 케어를 받아 본적도 없다. 물론 내 인생에 있어서 한 번쯤은 다리를 꼬고 우아하게 앉아 서비스를 받아 보고 싶기는 하다. 내가 손톱을 바짝 깎아야 하는 이유는 내가 만나는 친구들이 장애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혹시나 몸으로 하는 활동에서 내 손톱이 그들의 얼굴이나 신체에 상처를 낼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다. 손톱 뿐 만 아니라 축 늘어진 목걸이 늘어뜨린 귀걸이도 위험하다. 간혹 목걸이를 잡아당기거나 늘어진 큰 귀걸이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 친구들이 호기심에서 반짝이는 목걸이와 귀걸이를 만져 보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장애인을 만나는 선생님들 모두가 귀걸이와 목걸이를 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각각의 취향과 멋을 추구하는 방향대로 하면 된다.  




요즈음은 코로나의 영향도 있지만

20년 넘게 쉼 없이 달려 왔으니 안식년이라 생각하고 집안일을 챙기는 시간이 많아졌다. 집안일도 바깥 일 못지않게 할 일이 많았다. 하긴 20년 넘도록 모른 채 하고 묵혀 둔 일이 하나씩 들춰 낼 때 마다 내가 이랬나 싶은 죄책감이 밀려옴을 느낀다. 바깥일도 그렇고 집안일도 그렇고 나는 맨 손으로 한다. 고무장갑을 끼고 잡다한 일을 처리하면 좋겠지만 아마 착용과 미착용은 성격과도 연관이 있는 것 같다, 성질이 급한 것이 고무장갑의 미착용을 부채질 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손을 물에 담그고 깨끗한 일도 하지만 험한 일도 한다. 그러면 손톱은 또 겹겹이 일어나거나 갈라지는 상황이 벌어진다. 참 다행이다, 이렇게 되어도 집에 있으니 손톱깎이는 언제든지 구할 수 있다는 안도감으로 어디에 스쳐도 그리 쓰라리거나 찌릿한 느낌이 덜하다는 것이다. 



손톱이 벌어지고 갈라지는 이유는 영양 부족이라고 한다.

나이가 들어서 영양을 골고루 나누어 주는 것이 어렵기도 하겠지 라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가 손톱 보호제가 있다고 말해 주었다. 큰 맘 먹고 손톱 보호제를 구입했다. 구입하는 김에 네일 리무버와 빨간 매니큐어도 샀다. 무슨 맘으로 구입한지는 모르겠지만 빨간색이 사고 싶었다. 손톱 위에 보호제를 발랐다. 정말 이걸 바르면 손톱이 갈라지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냄새가 아주 고약스럽다. 손톱의 무게가 느껴진다, 손톱 위에 한 겹을 발랐을 뿐인데 손이, 아니 손톱이 무겁게 느껴지는 게 신기하다. 열 개의 손톱이 보호제 때문에 반짝 거린다. 누워서 두 손을 들고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한 참을 쳐다보다가 빨간색 매니큐어를 열었다.

그리고 열 손가락에 덧발랐다. 지금 나의 손톱은 빨간 색으로 물들어 있다. 언제 이렇게 빨라 보았던가. 나는 어린 시절에도 매니큐어를 바르지 않았다. 나의 어린 시절이란 대학생 때의 20대를 말한다. 그리고 30대가 되어서 열 개의 손가락 중에 오른 손 검지에 빨갛게 발라 본적이 있다. 검지의 빨간 색 매니큐어는 포인팅에 사용된다. 검지에 빨간 매니큐어는 교육용으로 사용된다. 검지에 빨간색 매니큐어는 집중력을 높인다. 그리고 열 개의 손가락 중에 유일하게 치장을 한 검지는 나의 큰 아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거나 알려 줄 때, 그리고 눈 맞춤에 사용하기 위해 발라 본 기억이 있다.  그리고 아이의 양육에 지치고 힘들 때 스트래스 해소용으로 열 손가락에 매니큐어를 발라 보지만 그 손으로 밖으로 외출 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나를 만나는 사람들이, 혹은 지나가는 사람들이 애가 저런데 손톱에 빨갛게 칠을 하고 다니네 라고 수군거릴 것만 같았고, 모두 내 손만 쳐다 볼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 자격지심. 그래서 정성 들여 칠한 손톱을 몇 시간 만에 지우곤 했었다. 




오늘은 선배의 센터에 가는 날이다.

열 손가락을 당당하게 펼치고 용감하게 밖으로 외출을 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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