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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국요리치료연구소 Apr 09. 2021

번외 요리, 네모 땡

수제 동그랑땡

번외 요리 


미역국을 끓였다.

누군가의 생일이라서 끓이는 게 아니라 그냥 끓일 만한 만만한 국이 없어서 집에 있는 미역으로 국을 끓이기로 했다. 냉동되어 있는 소고기를 한 덩이 꺼내 놓았다. 덩어리 고기가 너무 꽝 얼어서 녹이는 데 시간이 걸렸다. 마른미역이 보관되어 있는 통에서 한줌을 담고 물에 담가 두었다, 그리고 제대로 풀린 미역을 조물조물 주물러 미역에 붙어 있는 불순물을 제거하면서 세 번을 씻었다. 그리고 조금 녹은 고기의 가장자리를 일원짜리 동전크기로 잘랐다. 고기의 가운데 부분은 녹지 않아 칼을 사용할 수가 없었다. 고기의 질긴 부분과 기름기를 골라서

따로 담아 두고 살코기 부분만 썰어서 미역국에 넣을 것이다. 


냄비를 불에 올리고 따뜻할 때까지 기다린다.

그리고 잘라 둔 고기를 냄비에 넣었다. 따뜻해진 냄비와 고기가 만나니 짜르르 소리를 낸다. 한 손은 냄비 손잡이를 잡고 다른 한 손은 국자를 잡았다. 냄비가 움직이지 않게 행주로 감싼 손잡이와 박자를 맞추듯 국자로 고기의 색깔이 변하도록 이리 저리 뒤적여 주었다. 어느 정도 고기의 색이 변했다 싶으면 국 간장을 넣어 고기에 간이 배이도록 더 볶아 준다. 씻어 둔 미역을 고기 위에 넣고 고기와 잘 섞이도록 볶아 준다. 미역을 냄비에 넣었을 때는 곧 바다로 뛰쳐나갈 것 같은 미역이 냄비 위로 올라오는 듯 하더니 고기와 불을 만나더니 어느새 풀이 죽은 강아지마냥 냄비와 찰떡궁합을 이루며 시원한 국이 되어 가고 있었다. 


간장을 한 국자 더 넣어주면 고기와 미역은

서로 엉켜 냄비 바닥에서 물을 기다리고 있다. 소고기 미역국을 끓일 때는 육수를 따로 만들지 않았다, 조금만 부지런 했다면 다시마, 멸치, 무를 넣어 육수를 만들었을 텐데 말이다. 그냥 맑은 물을 넣고 미역과 국물의 비율을 체크했다. 나는 국물을 좋아하는 편이지 미역 건더기에 비해 국물을 많이 넣는 편이다. 그렇게 국물을 잡고 센 불에서 부르르 끓어오를 때까지 옆에서 기다린다. 한번 끓어오르면 중불로 조절하여 더 끓인다, 미역국은

끓이면 끓일수록 맛이 나는 것에 대해 참으로 신기한 국이다.


미역국이 끓고 끓어서 맛이 들 때까지

고기에서 잘라 놓은 어색한 부분으로 동그랑땡을 만들기로 했다. 수제로 만드는 것은 처음 해보는 것이라 살짝 긴장을 했다 어떤 재료를 넣을까 고민하다가 냉동실에 들어 있는 채소를 다 꺼냈다. 표고버섯, 대파, 쪽파, 당근, 양파를 넣고 고기를 넣고 전기 커터기에 넣고 다르르 갈았다. 역시 전기의 힘이란 이렇게 부드럽게 갈린 일인가 싶다. 갈은 재료를 볼에 담고 다진 마늘, 매실청, 후추로 냄새를 잡고 그리고 빵가루와 전분 가루로 농도를 잡았다. 장갑 낀 손으로 치대고 치대어 고기의 쫄깃함이 야채와 잘 어울리도록 여러 번 힘주어 이리 굴리고 저리 굴렀다. 이렇게 햄버거의 패티를 만들어 본 기억이 있기는 하다. 이것으로 동그랑땡의 길다린 원통을 만들어야 하는데 난감했다. 랩을 깔고 반죽을 한 줄로 올려서 랩으로 김밥 말 듯 돌돌 말면서 모양을 잡아 주면 될 것 같기도 한데 그렇게 하면 매끈한 동그랑땡이 될 것 같지가 않았다. 동그랗고 길쭉하게 넣을 만한 도구를 찾아 보니 

할 만하게 없었다. 그런데 고심 끝에 찾은 도구가 스팸 김밥 틀이다.



도마 위에 랩을 깔았다.

랩 위에 스팸 김밥 틀을 올리고 가운데 반죽을 넣고 알뜰 주걱으로 평평하게 만들어 준다. 그리고 뚜껑으로 고르게 눌러 주고 틀을 빼면 사각형의 땡이 된다. 동그랑땡이 아닌 네모 땡이 되었다. 스팸 김밥 틀에 반죽을 넣고 뚜껑으로 눌러 틀을 빼고 그 뚜껑을 제거해야 되는데 반죽에 딱 달아 붙어 쉽게 떨어지지가 않았다. 날렵한 칼끝으로 네 모서리를 살짝 들어 올려 공기가 들어가니 뚜껑이 반죽과 분리가 되었다. 펼쳐 둔 랩으로 감싸주니 어느 정도 모양이 잡혔다. 내가 만든 양으로 두 개의 길쭉한 네모가 만들어지고 접시에 담아 냉동실에 넣었다.

어느 정도 얼려져야 납작하게 잘랐을 때 모양이 잡힌다. 


 나는 성격이 급하긴 한가 보다. 아니 빨리 해 보고 싶었다.  

한 시간 조금 넘었을까 냉동실에 들어 있는 것을 한 개 꺼내 도마 위에 올려 김밥처럼 잘랐다. 정말 김밥을 자를 때처럼 개수가 한 10개정도 나왔다. 겉은 살짝 얼어서 모양을 잡으면서 자르기 좋았으나 중간 부분은 아직 얼지 않아서 자르면서 모양이 어긋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시작한 일이라 자르고 모양을 잡고 자르고 모양을 잡아 주는 손길이 한 번 더 가게 되었다. 그릇에 계란 한 개를 풀고 자른 네모 땡을 달걀물을 묻히고

식용유 두른 팬에 올렸다.




식용유에 두른 팬에 네모 땡을 나란히 올려 구웠다.

뒤집으면서 모양이  깨지지나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정말로 수제로 만든 땡은 많이 부드러웠다. 식재료를 곱게 갈기도 했지만 반죽하면서 쉽게 어울려 찰기를 느끼는 손의 감각이 사먹는 것보다 부드럽고 맛있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계란물을 입혀서 구운 네모 땡은 한 개 입에 넣어 보는 순간 “아 엄청 부드럽고 순하네.” 라는 생각을 했다. 조금 더 부지런 아니 많이 부지런하다면 이거 만들어 먹으면 참 좋겠다. 여러 개를 만들어서 냉동실에 넣어 두고 생각이 날 때 한 개씩 꺼내 반찬으로 또는 간식으로 먹으면 참 좋겠다고. 오늘의 주 요리는

미역국인데, 미역국 끓이다가 처음 만들어 본 네모 땡에 흠뻑 빠져 버렸다.





목요일은 선배 센터 가는 날,

그래서 볶음밥에 수제 네모 땡을 한 개씩 올려 소풍 가듯 한보따리 들고 갔다.

도시락을 먹은 선배님, 후배님 말씀하시길 네모 땡이 입안에서 스르르 녹아 버려 언제 먹기나 했는지

기억도 안 난다고. 나의 부지런함이 열정에 힘을 받는 날 열심히 만들어서

더 많이 먹는 날이 오기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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