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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국요리치료연구소 Apr 11. 2021

출근을 위한 준비,퇴근을 위한 마무리

오전 9시 출근을 위한 준비, 오후 5시 퇴근을 위한 마무리  



오전 9시. 본격적으로 부지런을 떨면서 준비를 한다. 원래 화장은 하지 않는 사람이라 화장 할 일은 없다. 하긴 마스크를 종일 착용해야 해서 화장이, 립스틱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싶은 요즈음이다. 그럼에도 세수도 하고 치카치카 양치질도 한 번 더 하고 부스스한 머리도 손가락을 집어넣어 빗질 대신 손가락질을 한다. 매일 고무줄에 질끈 묶은 머리 대신에 손가락 빗질이라도 하니 좀 나아졌다. 늘어난 바지와 늘어 난 티셔츠를 벗고 그나마 좀 정갈한, 즉 늘어나지 않은 옷으로 갈아입는 동안 시계 바늘은 9시 30분을 향해 가고 있다. 이제 마음을 다잡고 출근을 한다. 출근이라고 말하기도 쑥스럽지만 출근 거리는 고작 몇 분. 그나마 집과 너무 친한 것 같아 기분은 안 나지만 똑스럽게 집과 일을 분리하고 싶었다. 요즈음은 외부 강의와 교육보다는 원고를 붙들고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원고에 필요한 재료를 구입해 만들고 사진을 찍는 작업을 병행하기 때문에 작업과 집안일을 분리하고 싶었다고나 할까. 그렇게 난 출근을 하고 정각 10시부터 나의 작업을 시작한다.  


아직 마무리 하지 못한 원고를 펼친다. 그 동안에 해 왔던 일의 기록을 열어 놓고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정신없이 글을 쓰다보면 한 두 시간은 훌쩍 지나가 버린다,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글이 글줄을 타고 잘 날아 갈 때는 생각하고 있는 기억이 사라질까봐 의자에서 일어나지 못한다. 참 신기하게도 글이 막힐 때에는 두 시간, 세 시간을 자판과 사투를 벌이고 온갖 사이트와 자료를 펼쳐 놓고 쳐다보아도 한 줄도 못 쓸 때도 있는데 말이다. 글이 잘 이어지는 날에는 허리도 어깨도 엉덩이도 아픈 줄을 모른다, 그러다 어느 정도의 페이지를 만들어 놓고 나면 그제 서야 아프고 저려 오는 것을 느낀다, 의자에 앉을 때부터 컴퓨터를 부팅 시킬 때부터 한 시간마다 일어나서 스트레칭을 해야 한다고 다짐하면서 일을 시작하지만 일이 잘 되면 잘 되는대로, 안되면 안 되는 대로 의자와 한 몸이 되어 눈은 모니터를 째려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다 진짜 병이 날 걸 알면서 말이다.  


그렇게 10시부터 나 혼자 덩그러니 일을 시작한다, 하는 일이 없이 시간은 어찌 그리 잘 흘러가는지 12시가 되면 점심시간이 된다, 고작 두 시간을 일하고 밥을 먹다니, 점심은 컵라면이나 샌드위치에 과일 한 개로 허기를 달랜다, 그리고 커피를 마신다. 아침에 커피를 옆에 두고 일을 시작한다. 그리고 점심을 먹은 후 또 커피를 옆에 둔다. 점심 식사 후에는 창밖을 내려다본다. 지나가는 사람들, 오가는 차들, 꽃이 피어 있는 나무, 따뜻한 햇살이 내리면 그 햇살에 마음이 뺏기고, 바람이 불면 불어오는 바람 따라 어디론가 가고 싶고, 둘 셋이 이야기하며 지나가는 사람들 속에 함께 걷고 싶다. 식사 후 나른한 몸으로 커피 잔을 들고 세상 밖 풍경을 잠시 구경한다. 멀리서 내려다보는 세상은 느긋하고 한가해 보이는데 나는 다시 바쁜 일상으로 돌아온다.  


오후 한 시. 배가 불러 느긋해지는 건지, 나른해지는 건지 알 수 없지만 머리가 잠시 멈춤 하는 것 같았다. 지금 내가 작업하는 원고가 몇 개인지 노트에 정리해 보았다. 노인은 넘겼고, 프로그램 100개는 1, 2부로 나누어서 현장과 연결해서 활용방법을 더 적어야 한다. 그리고 심리는 청소년과 부모교육을 진행했던 프로그램을 한꺼번에 쓰고 있으며, 사설 기관에서 요청하는 유아동이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쓰고 있는 중이니 그러면 1부, 2부, 요리심리, 유아 요리치료 모두 네 권의 책이 진행되고 있다.  


그동안 10년이 넘게 진행했던 프로그램임에도 다시 돌이켜 보니 새삼스러웠다. 내가 언제 이곳에서 이 프로그램을 했던가 싶다. 그럼에도 활동일지를 잘 정리해 두어서 다행이었다. 활동일지를 읽어 보니 더 실감나는 현장의 이야기가 느껴진다. 한 편으로는 왜 이렇게 했을까? 그 때는 그게 최선이었겠지 또는 그 때는 나의 능력이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나 보다고 위안과 자책이 엇갈리고 있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그래 그때는 그렇게 했다면 지금이라면 이런 방법으로 해 보라고 할 수 있는 기술적인 방향을 잡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역시 경험은 지식이 넓어지고 다양한 현장은 다양한 방법을 찾게 하는 곳이다 는 결론이다. 이러한 내용을 잘 적어야 할 텐데 마음만큼 글이 모든 것을 알려 줄지 의문이 들긴 하지만 말이다.  


오후 3시. 점점 일이 지루해진다. 글도 오전처럼 팍팍 늘지 않는다. 찾아야 할 자료만 늘어나고 누군가와 알맹이 없는 수다를 떨어야 에너지가 충전 될 것 같은 시간이다. 이럴 때 누군가가 있어야 하는데 나의 절친 유투브를 켠다. 그리고 보고 싶은 것을 보는 게 아니라 열어 본 순간 먼저 펼쳐지는 것을 본다. 소리를 크게 하니 유투부의 주인공만 열심히 떠들고 있다. 먹방하는 사람, 책 읽어 주는 사람, 타로 봐 주는 사람 뉴스, 예능 등 다양하게 들려준다. 그러다가 노래도 나오고 내가 아는 노래면 흥얼거리며 따라 부른다. 참 여기는 내가 노래를 불러도, 춤을 춰도 괜찮다. 그러다가 음악에 맞춰 스트레칭을 한다. 다리 찢기도 하고 물구나무서기도 하고 호흡도 따라 하면서 다시 에너지를 충전하는 시간을 가진다.  


퇴근 한 시간 전이다. 5시에 퇴근을 하니까 막바지 피치를 올려서 작업을 한다. 30분 전에는 내일 해야 될 일을 정리를 한다. 글 쓰는 작업도 외부 강의도 그 전날 정리를 해야지 중복되지 않고 헷갈리지 않는다. 계속 이어서 글을 써야 하고 계획을 잘 잡아야 실수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7시간 동안 점심시간을 뺀다면 6시간 동안 원고 작업은 많이 하지 못했다. 언제나 그러하듯 글 작업은 험난한 것 같다. 한 줄을 쓰면 세 줄을 지우는 일이 허다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생각하고 고민하면서 또 다른 일을 지속적으로 해 낸다는 데 의미를 둔다.


5시 땡, 자 퇴근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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