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월한 활동. 달걀 후라이

성인 발달장애인 요리치료

몸은 힘들고 마음은 불안했지만 탁월한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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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활동할 요리는 아주 간단하다. 기관에서 준비할 재료도 간소해서 전화로 물어보거나 구입할 수 없다고 하지는 않았다. 지난 회기에 이용자들에게 달걀 후라이 할 줄 아는 사람, 또는 해 본 사람을 손들어 보라고 했더니 15명 중에 10명이 손을 들고 집에서 해 먹는다고 했다. 그리고 복지사님이 아마 거의 다 잘 할 거라고 했다. 집에서 부모님이 가르치기도 하고 혼자서 해 먹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전해 주셨다. 그렇게 네 번 째의 만남은 간단한 달걀 후라이를 하기로 결정을 하고 난 내가 입을 앞치마와 내가 사용 할 뒤집개만 준비했다.


변함없이 밝은 표정으로 입실하셨다. 입실하기 전 에 손도 씻었고 인사도 아주 큰소리로 밝게 해주었다. 내가 미처 얼굴을 마주 하지 않으면 가까이 와서 인사를 해 주었다. 기관에 있는 공익 요원이 미리 셋팅을 다 놓았다. 테이블마다 접시에 숟가락. 그릇을 놔두었고 앞에는 휴대용 버너 2개와 후라이 팬 두 개. 뒤집개 두 개를 두었다. 후라이팬부터 점검을 했고 휴대용버너의 안전장치를 내렸다 올렸다 스위치를 돌려 보고 불의 크기를 살펴보았다. 준비는 끝났다. 참여자의 상황을 봐서 두 개를 할지 세 개를 할지를 결정하려 한다. 참여자의 불 사용은 처음이라 나의 긴장은 배가 되었고 시작하기도 전에 등에서 땀이 흐르고 이마에 땀이 맺혔다.


인사를 하고 안전교육을 진행하였다, 이름을 부르면 접시와 숟가락을 들고 앞으로 나와서 가스 렌지 앞에 섭니다. 접시와 숟가락을 식탁 위에 올려놓습니다. 두 발을 11자로 벌리고 배는 살짝 당겨 줍니다. 몸을 옆으로 기울이지 말고 흔들지 않습니다. 그리고 작은 그릇을 앞에 놓고 달걀을 잡습니다. 손바닥 위에 달걀을 올리고 다른 손으로 숟가락을 잡습니다. 숟가락은 밥 먹는 넓은 면을 세워서 달걀 위를 톡톡 칩니다. 달걀에 금이 가면 숟가락을 내려놓고 엄지 손가락으로 벌려 달걀을 그릇에 담습니다. 달걀 그릇을 들고 팬에 붓습니다, 식용유를 한 숟가락 떠서 달걀 주위로 둘러 줍니다. 가스렌지의 불을 켭니다. 뒤집개를 들고 기다립니다. 달걀을 뒤집을 때는 팬의 손잡이를 잡고 흔들리지 않도록 잡아 줍니다. 달걀의 가장자리가 노릇해지면 뒤집개를 달걀 밑으로 쑥 넣어서 뒤집습니다. 다시 달걀이 노릇해지면 뒤집개로 떠서 접시에 담습니다. 설명한 대로 해 봤으니 다시 한 개 더 후라이를 만들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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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자의 달걀 후라이 만들기는 복지사님이 전한 내용을 토대로 내가 예상했던 수준은 아니었다. 그래서 몇 사람을 하고 나서 다시 처음부터 가르치기로 했다. ㅁ한 단계씩 가르쳐야 하는 참여자는 한 명 만 앞으로 나와서 손을 잡고 힘을 어느 정도 주어야 하는지를 알려 주어야 했다. 숟가락으로 달걀을 톡톡 치는 모습에서 불안함을 알 수 있었다. 힘을 주지 않으니 달걀에 듬이 가지 않았고 매끈한 껍질을 손가락으로 문질러 깨뜨려 보려고 하니 그것마저 해 낸지 못했다. 그래서 손을 잡고 힘을 주고 치는 것을 알려 주어야 했다. 식용유를 한 숟가락이라고 했으나 그릇 채 들고 주르륵 부어 버리는 모습도 보였다. 가까이서 지켜 보던 관계자들이 으악, 안돼 하며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내가 더 놀라는 상황이 되었다. 참여자들이 어떤 상황을 불러오더라도 먼저 놀라서 소리를 지르거나 뒤로 물러서면 안 된다. 정작 참여자는 그런 일을 벌여 놓고도 놀라지 않는데 주위에서 더 호들갑을 떨면 별일 아닌 것에 놀라 더 큰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식용유에 많이 부었으면 조 ㅁ덜어 내면 되는 것이고 달걀을 깨뜨리다가 잘 못 깨거나, 떨어뜨렸으면 치우면 되고 다른 달걀로 하면 된다. 불에 손을 데거나 불이 날 정도의 위험한 일이 아니면 침작하게 행동해야 되고 반응해야 참여자 모두가 놀라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참여자가 불을 사용할 때는 온 정신이 참여자의 작은 행동에 집중된다. 그래서 옆에서 관계자들이 신기해하면서 가까이 구경(?) 하는 모습을 부담스러워한다. 가만히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어머, 어머, 하네. 해 내네. 잘해낟. 아휴 이거 아니지 등등의 추임새를 넣으면 집중 하다가 그 소리에 쳐다본다거나 마음가짐이 흐트러지는 경우를 볼 수 있다. 될 수 있으면 참여자가 활동 하는 주변에는 가르치는 강사 외에는 없는 편이 훨 집중도가 높다. 그렇게 시작된 달걀 후라이 만들기는 다시 난이도를 조정하여 세심한 설명과 함께 진행 되었다.


요리활동에는 조리도구도 큰 몫을 차지한다. 후라이 할 때는 팬의 질도 중요했다. 새로 구입한 팬이라 질이 들지 않아 달걀이 눌러 붙었다. 그래서 식용유를 넣고 키친타월로 문질러 달라붙지 않도록 하였는데 두 개 중에 한 개의 팬이 가운데가 볼록하게 올라와서 달걀을 부으면 팬의 가장자리로 기울어져 모양이 영 아니었다. 그 중의 참여자 한 명이 후라이팬이 볼록해서 달걀 후라이 모양이 안 난다고 했다. 실제로 우리 장애인이 요리를 하는데 있어서 편리한 조리도구는 필수이기도 했다.


두 명의 참여자가 앞으로 나와서 활동을 할 동안 다른 참여자는 두 명이 하는 모습을 보고 기다려 주었다. 먼저 하겠다는 사람도, 하기 싫다는 사람도 없었다. 이름을 부르면 앞으로 나왔고 하는 모습을 관찰하면서 어떤 참여자는 그 자리에서 두 개를 만들게 하였고 어떤 참여자는 한 개만 하고 나중에 또 한 개를 할 수 있도록 지도하였다. 나와서 한꺼번에 두 개를 만든 참여자의 특성은 처음 만들 때 설명을 하면그대로 따라 하였다. 지시에 따라 하는 모습을 보고 수행 능력이 뛰어 났고 기억에서 지워지기 전에 혼자서 해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랬더니 잊지 않고 기억해서 두 번 째 후라이를 잘 만들었다. 한 번 만들고 들어가서 나중에 한 번 더 한 참여자의 특성은 한 번의 활동도 힘들어 했으며 손의 힘 조절, 조리도구 사용 능력을 일대 일로 가르쳐야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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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자가 가장 힘들어 한 활동은 휴대용버너의 안전 콕과 스위치를 돌려서 불을 켜는 것이다. 이것은 해 본 적도 없을 뿐만 아니라 힘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 지와 어느 쪽으로 돌려야 되는지를 몰랐다. 안전 콕을 밑으로 내리는 데 전혀 내리지를 못했고, 돌리는 방향도 알지 못할 뿐 만 아니라 손가락을 사용하는 방법도 몰랐다. 팸의 가장자리가 뜨겁다는 것도 알려 주어야 했으면 달걀이 굳기 전에 뒤집개로 건드려 너덜하게 만들었다. 달걀의 가장자리가 노릇하게 익어가는 정도를 관찰하게 하여야 했다. 뒤집개로 달걀 밑으로 쑥~ 집어넣는 일도 힘이 없었다. 뒤집개로 뒤집는 요령도 힘들어 했다. 뒤집개를 높이 들고 엎어야 하는데 제자리에서 뒤집으려고 하니 당연히 뒤집어지지 않았다. 이렇게 안 되는 참여자를 한명씩 앞으로 나오게 해서 일대일로 가르친 후 다시 한 개 더 만들어 보게 하였더니 전 보다는 훨씬 수월하게 만들었다.




역시나 그러했다. 내가 직접 관찰하고 알고 있어야 되는 부분은 오로지 내 몫으로 작동하고 있다. 다른 사람이 말하는 다른 사람의 행동과 수준을 듣고 짐작으로 잘 할 거라는 믿음으로 훅 건 뛰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역시 처음 계획 한 대려 한명 씩 나와서 할 수 있도록 지도를 했어야 했다. 한 쪽에는 잘 하는 참여자, 한쪽에는 더 세심하게 봐 줘야하는 참여자로 나누어서 해야 한다. 그리고 그 기관에 있는 사회복지사, 공익요원이 알아서 척척 도움을 줄 거라는 것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왜냐면 나의 계획과 의도와는 다르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다양한 상황을 예측한 철저한 계획을 잡아야 한다.



드디어 이마에 땀이 맺히더니 주르륵 흐르기 시작했다. 등에도 땀이 난다. 두 시간 동안 달걀 후라이를 32개를 만들었다. 물론 나는 시범적으로 한 개를 만들고 나머지 31개는 참여자가 만들었다. 그 31개를 만들 동안 나의 입은 반복적인 설명으로 바빴고, 나의 몸은 참여자와 한 몸이 되어 움직이고 있었다. 나의 이런 노력에 참여자들은 모두 싱글벙글 즐거워했다. 그들은 직접, 스스로, 자신이 만들었다는 자부심을 드러냈다. 한 개를 하고 또 한 개를 하는데 자신감도 뿜뿜 뿜어 나왔다. 그리고 세 번째는 자랑도 했다. 달걀 후라이 만들기로 그들은 자신감과 자부심, 그리고 내가 만들었다고 자랑도 할 줄 알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작은 달걀 하나에 여러 가지의 감정이 구워지는 것을 알았다. 달걀 깨뜨리는 것도 조심스러워 했었는데 휴대용버너의 불을 자유롭게 켤 줄 아는 정도까지 할 수 있게 되었다. 복지사님이 이 활동을 너무 잘 선택한 것 같다고 말씀하신다.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인원(강사 한 명이 맡는 인원수에 비해) 안전하게 활동 할 수 있음에 그냥 감사한 마음이 드는 날이었다.


그러나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은 험난했다. 고속도로는 처음부터 막혔고 원래 걸리는 시간보다 한 시간 삼심분이나 더 걸려서 집으로 왔다. 지금까지 이렇게 막힌 적은 없었는데 말이다. 다음 회기는 더 긴장되는 시간이 되겠지만 칼 사용과 불사용을 함께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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