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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국요리치료연구소 Aug 20. 2021

지난 시간은 크고 작은 흔적을 남긴다.

작은 마음으로 평지 걷기 운동

지난 시간은 크고 작은 흔적을 남긴다.


오늘부터 아침 걷기를 시작하기로 작정을 했다. 작정이란 단단히, 아주 굳게 마음을 결정하다는 뜻이다. 집을 나서서 어디로 갔다 올까? 예전처럼(아주 먼 과거가 되었다) 호수공원을 갔다 올까? 정발산을 올라갈까? 아니지, 호수공원은 두 시간도 더 걸리는 거리이다. 쉬엄쉬엄 오고 가는 길은 왕복 네 시간은 잡아야 한다. 그러면 정발산은 아마도 세 시간은 잡아야 하고 작은 산이지만 오르고 내려오는데 무릎에 무리가 갈 것이기에 여기는 패스다. 그러면 어디로 갈 것인가. 첫 날이니 너무 무리가 가지 않도록 동네 한 바퀴로 정했다. 며칠 전부터 무릎에서 똑딱 똑딱 소리가 났다. 그 전부터 소리는 났지만 이 날은 유난히 귀에 거슬리기도 했지만 굽혔다, 폈다 할 때 아픔이 몰려왔다. 더구나 앉았다 일어날 때 나도 모르게 통증을 참는 소리를 냈고 무언가를 손으로 잡고 의지해야 일어 날 수 있었다. 왜 이러지? 고장이 난 건가 싶었다. 웬만해서는 병원 가기를 무지 꺼려하는 요즘이지만 통증이 더해지는 듯 하여 병원에 갔다. 엑스레이를 찍고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통증은 줄어들지 않았다. 관절염인가 혼자서 생각을 곱씹고 결론을 내릴 즈음에 예상을 빗겨가지 않았다. 진단 결과는 아주 초기라서 약물치료와 물리치료 그리고 운동도 조금씩 하면서 관리를 잘 하면 더 나빠지지는 않을 거라는 말씀을 하셨다. 그러니까 일단 병이 난 것은 어쩔 수 없으니 어루고 달래고 관리하면서 지내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물리치료실에서 누워 다리를 찜질할 동안 그동안 나는 나의 몸을 너무 혹사를 시켰음에 반성의 시간을 가졌다. 앞만 보고 엄청 달려 왔던 시간이 쭉 스치면서 자꾸만 삐거덕 되는 내 몸에게 미안해졌다. 침대에 누워 치료 받는 동안에 미안함을 덜어 내기 위해 폭풍 검색을 했다. 관절염에 좋은 운동법, 관절염에 좋은 영양제, 관절염에 좋은 생활습관 등등 아주 많은 정보가 줄지어 검색되었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 온 것은 살을 빼라, 체중을 줄여라, 식습관을 바꿔라. 생활습관을 바꾸라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물리치료가 끝나고 약국에서 소염 진통제를 받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서 또 생각이 많아졌다. 운동도 해야 되고, 운동으로 살도 빼야 되고, 운동 뿐 아니라 나의 식습관도 바꿔야 된다. 매 끼니마다 식사를 잘 챙겨야 되지만 영양제도 먹어야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운동이 필수이다. 하루에 5000보라도 걸어야 한다. 문밖의 세상이 어떤 모습으로 변했는지 어색할 정도로 너무 밖을 나가지 않았던 지난 3년의 시간을 돌이켜 보면 나를 너무 무시하고 홀대하면서 지냈다. 

지난 밤에 공원에서는 무슨 일이?


신발장에 곱게 잠자고 있는 운동화를 꺼냈다. 그리고 옷장에서 잠자고 있는 운동복을 꺼냈다. 내일부터는 진짜 5000보 걷기부터 해야 한다. 귀찮다고 안 나가고, 아프다고 누워 있고, 코로나로 인한 상황을 핑계 삼아 집콕 생활의 완전 적응은 정서적인 변화뿐만 아니라 신체적인 변화까지 가져 왔다. 물론 기계도 오래 사용하면 고장이 나는데 이 나이에 이만큼 버티고 지탱하면서 사용했으면 노후 되어 고장이 날 만도 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아니고 계속해서 활동을 했더라면 내 몸이 조금이라도 불편함을 알면 일에 지장을 줄까봐 병원도 더 자주 다녀서 금방 체크가 되었을 것이고 치료도 빨리 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남았다. 그럼에도 아직 초기라고 하니 뭐라도 시도를 해 봐야했다. 일단 평지걷기를 시작하자. 집에서 멀어지는 거리보다는 아파트를 끼고 동네 공원길을 걷기로 했다. 아침 7시 30분, 출근을 하는 사람들 사이로 공원을 걸었다. 아침의 신선한 공기가 새롭게 다가왔다. 큰 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어 주는 아파트 주변의 공원길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는지. 그 길에는 어르신과 강아지들이 아침 산책을 하고 있었다. 


네이버 tv에서 한 시간짜리 강의를 들으면서 걷기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지그재그로 맘 내키는 대로 걷었다. 2번, 3번 반복해서 걷다보니 요령이 생겼고 매끄러운 노선이 이어졌다. 아파트 주변의 상가가 업종이 바뀐 것도 보이고 공원의 벤치가 특이한 것도 눈에 들어 왔다. 공원 곳곳에 이색적인 조형물이 스토리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지난밤에 이 벤치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알게 하는 흔적도 남아 있었다. 내가 몇 걸음을 걷는지, 시간은 얼마나 지났는지를 애써 확인하지 않아도 강의 내용으로 짐작이 가능했다. 발로는 걷고, 귀로는 강의를 듣는다,  혼자서 생각하고 집중하는 조용한 시간이 나에게 주어졌다. 한 시간의 강의가 마무리 될 될 즈음에 집으로 돌아 왔다. 폰에 있는 만보기를 확인해 보니 시간은 한 시간이 넘었는데  걸음은 6000보 넘었다. 무릎이 아파서 아주 느리게 천천히 걸어서 시간에 비해 걸음 수는 많지 않았다. 그래서 이렇게라도 마음을 먹고 시작을 했다는 것이 어딘가 싶기도 하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은 일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오래 할 수 있기를 바래보면서 느리고 서툰 이 작은 행동이 나의 건강을 위한 현실임을 알고, 현재의 상황에서는 운동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판단했기에, 내가 발휘할 수 있는 인지능력을 동원하여 작심삼일이 되지 않기를 다짐, 또 다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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