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하는 마음이 주저앉게 한다.

다시 일어나.

주저하는 마음이 주저앉게 한다.



나의 아지트 생활 3일. 그러니까 오늘이 출근 2일차이니 어제 하루 쉬었다는 이야기이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짝꿍이 백신 추가접종을 맞는 바람에 상태를 보면서 보초를 서 있어야 될 것 같았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오기 싫었는데 핑계 삼아 집구석에 눌러 앉아 있었다. 그런데 집에 있으면 더 할 일이 많아진다. 물론 집안일도 해야 하지만 집을 지키는 날에도 기관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서류 작업이 많다. 바로 어제도 모 기관에서 내년도 예산이 책정되었다고 예전에 써 준 서류를 추가 보충해서 제출 요망이라며 담당자가 더 세부적인 내용을 적어 달라고 했다. 더 세부적인 내용이라.....



어수선하고 어지럽군

사실, 기관에서 나에게 요청하는 서류는 대개가 무상 서비스이다. 그래서 다양한 기관과 대상자와 진행한 프로그램을 책으로 엮어서 부크크에서 출간을 했다. 그 책을 구입해서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하지만, 아마도 책은 구입하지 않는가보다. 그들은 내년도 사업비 책정 프로포절을 제출해야 된다고, 이러 저러한 목표로 어떤 내용(활동)을 적어야 되는지 통째로 해 달라는 요청이 대부분이다. 그것도 시간적 여유도 없이 당장 또는 내일이라 말하며 임박하게. 그들은 나를 프로포절이 채택이 되면 강사로 쓰겠다고 한다. ‘프로포절에 떨어지면?, 이런’ 그런데 내가 경험한 바로는 요청이 크면 클수록 나를 강사로 부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는 12월에 강의 요청을 하면서 급하다고 어떤 프로그램을 하면 좋은지, 나의 이력 프로필까지 보내 달라고 했다. 외부에 있던 나는 급하게 집으로 와 메일을 보내고 문자를 넣었다. “프로필과 프로그램을 메일로 보냈습니다. 확인하시고 연락 주세요.” 그런데 메일 수신확인은 되어 있는데 메시지의 답장도 없고 12월 강의도 어찌되는지 연락이 없었다. 뭐 도움을 받고 모른 척 하거나, 다른 강사 부르는 이런 따위의 일이 비일비재하니 이제는 속상해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냥 좋은 일했다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우리 아이들(물론 성인도 있구요) 을 위한 일이니까 그럼에도...... . 아무튼 어제도 세 번의 전화로 회의(?)를 하고 샘플을 보내 확인 과정을 거쳤다. 나는, 담당자가 내일 출근해서 볼 수 있도록 메일을 보내 주겠다고 했다. “선생님, 제가 서류를 다 해서 보내면 저에겐 무엇을 해 주시나요?” 예상되는 답변이지만 떨리는 목소리로 한번 물어 보았다. “선생님을 1급 강사로 모시려고 합니다.” ‘예전에도 그런 일이 많았지’ 나는 허허롭게 “아, 네에. 아침에 출근해서 열어 보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허허롭게 웃었다. 그리고 오전 10시부터 시작하여 밤 10시, 그러니까 정확하게 밤 9시 55분에 메일을 보내는 것으로 장장 10시간의 작업을 했다. 사무실이 사라진 시점부터 서류작업은 아직은 집에서 하는 편이 수월하다. 나의 아지트에는 책상과 노트북이 전부라서 찾아 볼 외장하드나 usb가 없어서 매 번 가지고 다녀야 하던지, 아지트에 두어야 하기 때문에 아직은 서툴고 불편하다. 어제는 집이라서 참 다행이었다.



집과 아지트의 거리는 걸어서 15분에서 20분, 걸음 수는 3500보에서 4000보정도. 운동 삼아 걷기는 적당한 거리이다. 오늘은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아지트 생활 첫날에 오후가 되니 추웠다. 작은 히터(난방기), 난방이 들어오는데 아낀다고 켜지 않아서 그렇다. 누구 말대로 미친 짓이죠. 책 한권, 외장 한 개, 멀티 탭, 커피 잔 두 개 등 소소하게 챙길 것이 많았다. 이러한 것들을 주섬주섬 가방에 넣으면서 문득 내가 이 아지트에서 얼마나 출퇴근을 할 수 있을지, 나중에 또 어찌 버려야 할지를 고민하게 되었다. 이제 겨우 3일차인데 퇴실를 생각하다니.....



아직까지 몸에 익숙하지 않은 출근이다. 눈을 뜨면서 고민한다. ‘오늘은 가지 말까.’ 이불 속에서 뒹굴 거리면서 몇 번을 고민하고 또 생각을 한다. 그리곤 누워서 오늘 할 일을 생각한다. 책도 좀 읽고,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현장 활동은 부진했지만 그럼에도 진행 해 온 활동 중에서 회기가 많았던 프로그램은 잘 정리해서 책으로 묶어야 되고, 그리고 글쓰기 강의도 들어야 하고, 유튜브를 펼쳐 놓고 요가도 해야 하고. 또 뭐 있더라. 생각은 핑계를 찾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줄줄 올라온다. 이럴 땐 벌떡 일어나 외투를 걸치고 나와야 한다. 그래서 세수도 않고 트레이닝 차림으로 운동화를 끌고 나왔다. ‘아, 이래서 아지트가 가까이 있으면 좋다는 거였구나.’ 싶을 정도로 부담 없이 올 수 있어서 좋다. 아지트에 들어서면서 노트북을 켜고 음악을 찾고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고, 커피를 내렸다. 가지고 온 오래 된 잔에 커피를 담아 음악과 풍경을 벗 삼아 퇴근시간까지 잘 버티어 볼 작정이다. 이제는 주저주저 하는 마음으로 나를 주저앉히는 일이 없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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