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나만의 루틴 만들기
루틴?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이에게 옳은 일인가. 의심이 드는 1인
해야 할 일은 점점 많아지는데 ... 집에서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뭐 그렇다고 아지트로 와도 안되는 것은 마찬가지지만..그럼에도 큰 맘을 먹고 출근을 했다. 며칠동안 집에서 전화를 받고 , 요구한 서류를 작성하고 메일로 보내고...아무튼 여러가지 일을 처리하면서 마음으로는 수 십번, 아니 수백번 ㅎㅎ 출근을 시도했었다. 왜 이렇게 공간을 옮기는 일에 마음과 몸이 동시에 일어나지 않는지, 여전히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만 행하는지 스스로도 나의 태도에 놀랄 지경이다.
큰 맘을 먹고 필요한 몇 가지를 챙겨서 아지트로 왔다. 딱히 무엇이 필요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집에서 베개를 하나 집어 왔다. 요즘 의자에 앉아 있으면 엉덩이가 아파서 푹신한 것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방석을 구입하려고 인터넷을 뒤져 봤지만 혹하는 것이 없어서 집에 남아 도는 베개를 쇼핑백에 넣었다. 아지트에 올 때는 운동도 할 겸 걸어서 오는데..이눔의 짐보따리가 버스를 타게 만들었다.( 오면서 아지트 앞 빵집에서 커피와 빵을 사 갖고 왔어야 했다.)
아지트에 오자마자 훵한 공기를 들썩이게 만드느라 노트북을 켜고 풍악을 울렸다. 처음에 크게 울리다가 아, 이러다 쫒겨 나가겠다 싶어 잔잔하게 심금을 울리도록만 했다. 사실 들리는 음악은 심금을 울리만한 잔잔한 음악이 아닌데..오랜만에 왔으니 쫒겨 나지는 말아야 할 것 같아서 자중했다. 친구가 보낸 준 차도 한잔 만들고 의자에 앉아 오늘 할 일을 적어 본다.
언제나 그러하듯 조용한 공간일 수록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의자에 앉아 있는 시간보다는 생각에 빠지는 시간이 더 많다. 뭔 생각을 하는지 스스로도 알 길이 없지만... 눈 아래 펼쳐진 길 위에 놓여진 차들, 사람들, 빽빽이 들어 선 건물 그리고 파란 하늘과 그 사이에 고개 숙이고 있는 나를 그리면서 마음을 비우는 시간을 갖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인간은 속물인지라 아침 식사도 건너뛰고 아지트로 온 나는 꼬르륵 배가 고팠다. 차를 마시고 커피를 마시고 그것도 모자라 사과를 하나 깎아 먹었는데도 속은 밥을 달라고 아우성을 치고 있다.
배달 ? 집 ?
배달을 할까? 아니 집에 갈까? 고민에 빠졌다. 아지트에 와서 몇 시간동안 해 놓은 일은 아무것도 없는데 배는 고프고 집에는 가고 싶고 ...헐, 이 무슨 일이 이렇게 돌아가고 있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후회와 갈등 속에서 한참을 창 밖을 내려다 보았다. 배고픔에는 어느 누구도 이길자 없다는 어르신의 말씀을 이어 받아 외투를 걸치고 마트에 가서 라면과 우유를 구입했다. 한꺼번에 라면 두 개를 끓였고, 난 다 먹어 치웠다. 평소 라면 반개 정도 먹는 내가 두 개를 먹다니 정말 놀랄 일이다. 나의 일기장에 남을 기록이다. 배가 부르니 정신이 차려졌다. 인문학 강의를 듣고, 글쓰기 강좌를 듣고 그리고 다음 주에 있을 강의 안을 만들고 그리고 이 글을 쓰고 있다. 불과 몇 시간 만에 다 해 치웠다. 이렇게 속도가 빨리 나갈 수 있는 일인가. 이 무신일이고? 놀랍다.
매일의 시간이 나에게 주어지는데 난 여전히 시간을 헛으로 소비하고 있다. 저녁에는 빠뜨리지 않고 꼭 다짐한다. '아침에 눈을 뜨면 아지트로 출근하게 하소서.' 라고 다짐하지만, 난 매일 그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 다음 주부터는 아지트에도 올 수 있는 날이 별로 없을 것 같지만, 그럼에도 난 이 공간을 매우 좋아한다. 뭐시라, 좋아하는 거랑, 오고 가는 거는 다른 차원이라꼬. 두 눈을 지그시 감고 속으로 빈다. '오래도록 이 공간이 남아 있기를' 바래 보며 나만의 일정한 루틴이 만들어지는 아름다운 날을 살포시 기대해 보며. 오늘의 목표치 달성~~했다고 소리질러 댄다. 이제 집에 가자 퇴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