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나기 전에는
요즈음 채소값이 만만치 않지만...채소를 꼭 먹어야 된다기에 부지런히 채소를 사다 나른다. 특히 겨울 무는 단단하고 수분이 많고 당분이 많아 달다. 다양한 맛을 내는 무는 소화제 역할 도 하고, 기침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하긴 무의 수분은 배보다 더 많을 때도 있고 당분은 사과보다도 우월할 때가 있다. 이러한 무를 마트에서 하나 고르면 그 생김새는 왜 그리 잘 생기고 이뿐건지. 아무튼 요즈음 무는 너무 매끈하고 자알 생겼다.
오래 만에 큰 맘을 먹고 무를 하나 샀다. 왜 큰 맘을 먹었냐면 무의 무게 때문이다. 바구니에 무 한개를 담으면 다른 식재료를 구입하는 것을 포기해야 한다. 무는 왜 양파나 호박 만한 사이즈가 없는지. 물론 찾아보면 있으려나? 마트에서 판매되는 무는 그야말로 나의 종아리 만하니 ...매번 구입할 것인지를 생각하고 갈등하게 만든다.갈등하게 만드는 게 또 하나 더 있지. 바로 양배추. 양배추는 잘라서 판매도 하던데..아! 맞다 큰 마트에서는 무도 잘라서 랩으로 포장해서 조각으로 판매를 하는 것을 본 것같기도 하다.
이래 저래 갈등의 마무리는 무를 사 오는 것이다. 무는 바로 손질된다. 매끈한 껍질을 살려 어디에 사용 될 것인지를 생각해서 또각또각 잘라서 다시 랩으로 잘 포장해 두어야 한다. 한조각은 국거리로 납작하고 네모나게 썰고, 한조각은 생채나물로 가늘고 길게 채 썰고, 한조각은 육수용으로 큼직하게 듬성듬성 자른다. 육수용은 대개 국거리와 생채에서 남은 꽁다리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그래도 한조각이 남았다면 생선조림에 함께 할 반달썰기를 하거나 무의 형태를 살린 원형썰기를 한다. 이렇게 무 한개는 소분하여 쓰임을 달리하는 작업을 해 둔다.
헐! 짜라란~~~~~~. 무가 썩었다. 커다란 무를 도마 위에 올리고 반을 잘랐는데 시꺼먼 점이 박혀 있다. 이게 뭔가 싶어 또 잘라보고, 또 잘라보고, 또 잘라보니 ....무의 길이대로 이어져서 검은 점이 박혀 있다. 일관되게(?) 썪었다. (이런 무겁게 들고 왔는데..) 썩은 부분은 도려내니 무의 반이 사라졌다. 국거리와 생채나물로 나누어 작업을 끝내보니 버려지는 것이 더 많아 속이 상했다. 엄청 무거웠는데.....
매대에 널부러진 무를 고르면서 '참 잘 생겼다. 어쩜 이렇게 키워냈는지.' 감탄했다. 그 잘 생긴 무들 중에서도 더 잘나고, 더 잘 생긴 눔으로 고르겠다고 이리 뒤적 저리 뒤적했고 더 무거운 눔으로 골랐다. 하기사 그게 그거이고, 그눔이 그눔인데..욕심을 한껏 부려 골랐다. 그런데 ...띠리리리리... 그야말로 멀쩡하고 매끈하게 잘난 눔이 속이 이렇게 골병이 들었을 줄이야. 겉은 멀쩡해 보여도 그 속은 알 수 없다는 말. 겉만 봐서 모른다 라는 말이 새삼 떠 올랐다.
사람이든, 사물이든 외모만 보고 평가하지 말자. 겉은 화려하고 완벽해 보여도 ...알 수 없는 게 있다면 바로 속(내)이라는 것을 알아야 했다. 그런데 그 속(내면)을 어떻게 알수 있을까? 무는 구입할 때 잘라볼 수도 없지 않은가? 그러니까 옛날에 수박을 구입할 때 판매자가 삼각형 모양으로 미리 따서 잘익었다고 보여 주었던 시절도 있긴 했다. 그런데 무가(그런데 무시가) .....이렇게 썩었을 때 구입처에 가져 가면 교환해 주는강? 안해 봐서 모르겠네. 그러게...사람도 건강해 보여도 속에는 골병이 들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이런 식재료는 속이 골았으면 안먹거나 버리면 되지만 사람은 참 어렵다. 특히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다는 일은 참으로 조심스럽고 두렵다. 그러니 이런 속담이 생겨났겠제.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속은 모른다.'는...... 내가 누군가를 그렇게 느낀다면, 누군가도 나를 그렇게 느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