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부초밥 만들기가 이렇게 어려웠나, 그 후.

과정은 힘들고, 결과는 즐겁고.

유부초밥 만드는 과정은 힘들었고 결과는 즐거웠다.


걱정스런 밤을 보내면서도 이렇게 해 볼까, 저렇게 해볼까, 이불 속에서 온갖 상상을 하면서 날이 밝았다. 나에게 주어진 수업은 항상 30, 40분 일찍 입실하는 것으로 시작이 된다. 이날도 40분 일찍 도착을 했다. 차 안에서 계획서를 보고 또 보면서 메모를 이어 갔다. 이번 활동의 목표는 참여자들이 많이 주무르지 않도록 하는 일(밥이 떡이 되지 않기를..) 이다. 일찍 도착해서 참여자가 입실하기 전에 사전준비 단계가 있다. 유부를 봉지채 뜨거운 물에 데쳐야 되고, 소고기를 볶아야 되고 단무지의 물을 제거해야 한다. 그렇게 준비를 미리 해 두는 것은 참여자가 오로지 유부초밥 만드는 일에 시간을 많이 할애하여 집중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다행히 이 기관의 참여자들은 자리를 이탈하여 돌아 다닌다거나, 소리를 지른다거나, 다른 참여자를 간섭하는 등의 행동을 하지 않는다. 요리치료가 진행되는 두 시간을 제자리에 앉아 있는 것을 무난하게 할 수 있어서 고맙고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기관에 도착한 시간은 수업이 진행되기 40분 전이었는데 담당 선생님이 미리 준비를 하고 계신다. "선생님, 오늘은 실습 선생님은 안 들어 오나요?" " 아, 네 실습이 끝났습니다." 헐........... 믿었던 보조 선생님이 없다. 나와 담당 선생님 세분이 해야 한다. 세분 중에 한분은 준비와 설거지 담당을 하시고, 한 분은 사무실을 왔다갔다 하시느라 바쁘고, 나와 함께 참여자를 살펴 봐주는 분은 한 명뿐이다. '난감하네. 실습생이 없다.' 비닐봉지를 뜯은 유부와 단무지는 벌써 소쿠리에서 물기를 빼고 있었고, 다진 소고기는 꽝꽝 얼어 있는 상태이었다. 나는 비닐 봉지에 유부를 다시 담았다. 휴대용 버너 위에 팬을 올려 물을 끓인 후 유부를 데쳤다. 유부초밥용 세트를 구입하면 뒷면에 "유부가 든 봉지를 그대로 뜨거운 물에 데친 후 비닐을 뜯어 유부의 물기를 자 주세요."라고 적혀 있다. 유부를 뜨거운 물에 데쳐야 부드럽고, 밥을 넣을 수 있도록 잘 벌어지기 때문이다. 내가 비닐 봉지에 유부를 다시 담아 뜨거운 물에 데치니 담당선생님이 "왜 그렇게 하냐"고 물어 보신다. "그냥 하는데..그냥 하면 안되나요?' "그냥 해도 됩니다. 이렇게 데치면 참여자가 유부를 벌리기도 쉽고 많이 부드러워져요." 라고 말했다. 우리의, 아니 나의 목표는 "참여자가 하기 쉽게 만들어 주고 방법을 알려 주는 것이다. 요리는 다양한 과정을 거쳐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 그러나 다양한 과정을 참여자의 특성 상 다 해내지는 못한다. 그러므로 유부초밥을 만드는 다양한 과정에서 목표가 밥을 섞어 유부 속에 쏙 집어 넣고 모양을 만드는 활동으로 정했기 때문에 그들이 유부를 벌리다가 찢어지지 않게 해야 하고, 유부 속에 밥이 들어가 모양을 잡을 수 있게 손가락으로 누르고, 오므리는 것을 반복을 하더라도 유부가 견뎌 낼 수 있어야 한다. 담당자의 말대로 유부를 데치지 않으면 사이가 잘 벌어지지 않으며 유부는 쉽게 찢어진다. 그냥하거나, 데치거나 ..... 한번 해 보시면 그 차이를 알게 된다. 나는 참여자가 입실하기 전에 유부를 데쳐 물기를 짜고 유부를 미리 한번 벌려 주었다. 그리고 한 사람당 8개씩 만들 수 있도록 접시에 담았다. 그 다음은 꽝꽝 언 다진 소고기를 팬에 볶았다. 일인당 두 숟가락이면 충분하지만 참여자의 수가 많다보니 양이 엄청 많았다. 소고기의 색깔이 변하면 간장을 넣어 국물이 없어지도록 조린다. 큰 볼에 밥 한 주걱, 조린 소고기 두 숟가락, 알록달록 조미볶음 한숟가락, 조미소스 한숟가락을 미리 담아 두었다. 유부에 밥을 담기 전에 참여자가 해야 할 일은 단무지를 다지는 일과 게살무침을 만드는 일이다. 참여자가 모두 자리에 착석을 하고 우리는 인사를 나누었다. A씨가 말한 유부초밥을 만든다고 하였으며, 밥, 유부, 소고기, 단무지 등 준비 된 재료와 만드는 방법을 설명을 했다. 그 다음은 유부를 데쳐서 물기를 제거했고 접시에 8개씩 놓여져 있으며, 단무지를 잘게 다져 밥에 섞을 것이라고 했다. 도마 위에 단무지를 올리고 칼을 사용하여 단무지를 잘게 다졌다. 15명의 참여자 중에 7명은 곱게 다지는 활동에 어려움이 있다. 그들에게는 다지기를 제공한다.(곱게 다져야 밥과 잘 섞이기 때문이다.) 다지기도 힘이 있어야 두들 릴 수 있는데 참여자 대부분은 힘이 없다. 아니 힘을 쓸 줄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손을 잡고 힘의 강약을 줘서 두드리는 방법을 알려 주어야 한다. 한번, 두번, 세번을 연습하다보면 어느새 익숙해져서 신나게 두드린다. 유부에 들어 갈 밥을 쉐키쉐키 섞어서 유부 8장과 비빈밥을 앞에 두고 본격적인 초밥 만들기가 시작되었다. 참여자에게 가지고 간 니트릴 장갑을 나누어 주고 착용하게 했다.



"손에 유부 한장을 잡으세요. 유부 모양이 세모모양, 삼각형 모양입니다. 유부의 뾰족한 부분이 밑으로 가게 합니다. 선생님처럼 들어 보세요. 그리고 두 손으로 이렇게 벌려 보세요. 이 안에 밥을 넣습니다. 한 손에는 유부를 벌리고, 한손에는 숟가락을 잡아야 됩니다. 제일 먼저 한 손으로 유부를 벌어지게 잡을 수 있는지 해 봅시다. 왼손을 펴 보세요. 좍 편 손바닥을 손가락만 오므려 보세요. 손가락을 동그랗게 말아 보세요." 나는 이 설명에서 참여자의 손바닥과 손가락을 잡고 어느 정도 오므리고 구부리는 것을 알려 주어야 했다. 참여자의 손가락이 맘대로 각도 조절이 안된다는 것을......다시 알 수 있었다. 손가락의 마디가 세 개인데 우리는 자유자재로 각도 조절이 가능한데 그들은 뻗치거나, 주먹이 되거나.... 아, 맘대로 되지 않았다. 삼각형의 유부를 벌려 손가락과 손바닥에 의지에 벌어지도록 유지 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일이 어려웠다. 어떤 참여자는 유부를 그대로 손바닥에 올렸고, 어떤 참여자는 유부를 벌리다가 뜯어 놨다. 또 어떤 참여자는 유부 두개를 이어서 도마 위에 올려 놨고, ...........15명 중 절반 이상의 참여자는 유부를 벌릴 수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진행 해야 될지, 나의 판단이 빨라야 한다. 참여자를 나누는 일이다. 한번의 설명으로 정확하게 만들어 내는 참여자와, 한번, 두번, 세번의 설명과 시범으로 50%는 가능하겠다고 생각이 드는 참여자와, 다 만들어 주어야 되는 참여자를 나누는 일이다. 이 세 부류 중에서 한번의 설명으로 아주 완벽하게 만들어 낼 수 있는 참여자는 자폐성 장애를 가진 분이다. 그 다음 반복 설명으로 어느 정도 모양을 갖춰 만들어 내는 참여자, 모양을 갖췄다는 것은 네모난 김에 밥 한숟가락을 올려 놓은 상태라고 보면 된다. 유부에 밥을 올려 놓은 상태, 그런 상태로 접시에 담아 놓으면, 나는 돌아 다니면서 유부 속에 밥을 꼭꼭 눌러 주고 모자란 밥은 더 채워 주었다. 그럼에도 속에 밥을 담아야 된다는 것을 아는 참여자이다. " 밥을 한 숟가락 떠고, 유부를 벌리고 밥을 넣고 손가락에 힘을 주면서 밥을 눌러 주어야 해요." 이렇게 설명을 해도 참여자는 마치 만지면 부서지기라도 할까 봐 언제나 조심스럽게 행동을 한다. 또한 손가락에 힘도 없다. 그 다음은 처음부터 다 만들어 주어야 하는 팀이다. 이들의 몫을 다 만들어 주기는 하지만, 일방적이는 않다. 한 개, 두개, 여덟개를 만들면서 그들의 손을 잡고 함께 만드는 경험을 하게 하기 때문이다. 참여자들과 유부초밥을 함께 만들면서 그들의 손놀림과 손모양을 세심하게 관찰했다. 그들은 손가락 세마디의 움직임이 자유롭지 않다. 자유롭지 않다는 것은 스스로 조절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오므리고 펼치고, 구부리고 기울이는 등으로 손모양을 여러 형태로 만들 수 없었다. 또.... 한손에는 유부를 , 한손에는 숟가락을 들고 유부를 벌리고 숟가락으로 밥을 뜨고 .. 양손의 협응이 어려웠다. 유부를 펼치고 벌리니 숟가락이 도망가고, 숟가락의 밥을 드니 유부가 닫혀 있었다. 그럼에도 내가 했다는 성취감을 갖게 하기 위해 내가 유부 속에 밥을 담아 주고 참여자의 손바닥 위에 올려 주었다. 다른 손의 손가락으로 유부 속의 밥을 꼭꼭 눌려 보도록 했다. 이때 손가락으로 유부 속의 밥을 눌려 주면서 유부를 잡은 다른 손은 유부가 넓적하게 벌어 지지 않게 모양을 잡아 주어야 한다. 아, 이것도 어려웠다. 그래서 나의 손으로 참여자의 손을 잡고 힘을 주면서 벌어지지 않게 모양을 잡는 방법을 알려 주었다. 테이블 사이 사이를 휘저으며 참여자의 접시에 담긴 유부초밥을 손질해 주면서 '생각보다는 떡밥을 만들지 않아서 다행이야.' 생각했다. 그러나 다 만든 초밥을 도시락에 담고 그 위에 올릴 게살 소스를 만들었는데.... 이게 게살떡이 되었다는 슬푼 이야기가 있다. 게살의 비닐을 벗기고, 손으로 찢은 게살을 작은 그릇에 담은 후 마요네즈 두 숟가락을 담도록 했다. 찢은 게살과 마요네즈를 섞은 후 초밥 위에 한 젓가락씩 올려 주어야 되는데............ 가늘게 찢은 게살에 마요네즈를 넣고 엄청 눌러서 섞은 터라 떡이 되어 있었다. 한번, 두번, 세번, 다섯번 만 뒤적거려 섞은 후 "그만, 섞는 거 그만하세요."라고 했는데 숟가락으로 휘젓는데 너무 신이 났던 모양이다. 덩어리가 되어 떡이 된 게살무침을 나는 가위를 들고 돌아 다니면 삭둑삭둑 잘라 주어야 했다. 아마도 완성되어 도시락에 담겨진 유부초밥을 보고 성취감이 가득 채워졌나 보다고 생각했다. 아무튼 지난 밤의 걱정은, 온전하게 120개를 만들어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마음이었는데 ...... 그럼에도 참여자의 적극적인 행동으로 만들어 보려는 모습을 보았고, 유부 위에 밥을 올려 놓고 만들었다고 나를 불러 세워놓고 행복한 웃음을 보여 주었다. 유부초밥 만들기..... 지난 번, 엄청 하기 힘들었던 상황에 비하면 대단한 성공이다. 물론 과정은 어려웠지만, 결과물은 언제나 즐거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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