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까지는 꾸역꾸역 살았고, 오늘은 나를 위해 살고, 내일은 어떻게 살지 모른다.
지난 번에 빌린 책을 3일만에 다 읽었다. 그러니까...하루에 한권을 읽어 버린거다. 어메~~ 엄청 뿌듯했다. 그간 책을 손에서 놓아 본적은 없지만 .. 끝까지 읽은 책은 없기 때문이다(전공서라서..;;). 집 앞에 있는 도서관에서 가볍게 읽을 수 있고, 생각을 골똘하게 하지 않아도 되는, 오래도록 기억하려고 붙잡지 않고 읽음과 동시에 흘려 보낼 수 있는 책을 골랐다. 참 탁월한 선택이었다. 누워서 뒹굴거리며 한 편씩 솔솔하게 읽을 수 있어 참 좋았다. 책을 다 읽고 나니 반납해야 된다는 생각보다는 다른 책을 빌려야 되는데 하는 조급함이 발동했다. 그래서 어슬렁거리며 걸어가 책을 반납(사실은 자동반납기 앞에서 엄청 ... 왜 안내글을 읽기 싫을까?)하고 다시 빌려왔다. 이번에는 한 권 더 추가하여 네 권을 빌렸다. 뱐려견에 대한 이야기, 정신과 의사의 일상 사유 에세이. 특수교육 전문가의 발달장애인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나의 30대는 한참,, 그것도 배나 지났지만 서른 살을 맞이하면서 느끼는 이야기... 이러한 내용을 지닌 책을 빌려 왔다. 꼭 읽어야, 반드시 기억해야, 나중에 활용해야 되는 .... 무언의 강박적인 약속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그냥, 단순하게 쉽게, 가볍게, 천천히 읽어 볼 예정이다. 이것이 나를 위한 첫번째 선물이다.
나에게 주는 두번째 선물은... 브런치이다. 가족 구성원 모두가 일을 찾아 떠났지만 나는 일이 없는 날이다. 모두가 일찍 나가고 아무도 없는 텅빈 집, 나는 나만의 공간에 홀로 있는 것을 좋아한다. 뭐 이런 것도 밤이 되면 돌아 오는 가족이 있다고 생각하니 좋은 것이지만. 아무튼 텅빈 아침 공기를 마시며 뒹굴거리며 책을 보다가 10시 즈음 느즈막한 시간에 식빵을 굽고, 달걀 후라이를 만들고, 얼려 둔 스테이크를 녹여 구운 빵위에 후라이와 고기를 가지런히 올려 접시에 담는다. 같이 곁들일 아이스 라떼도 만들고 얼음을 동동 띄우고 빨대를 꽂아 준다. 밋밋한 식탁에 퀼트 천을 깔아 분위기를 내며 마치 카페에 앉아 있는 기분을 쪼매 내 본다. 샌드위치를 크게 한입 물고 시원한 라떼를 쭉 빨아대며 오늘 나에게 행복을 선물했노라고.... 외쳤다.
나에게 주는 세번째 선물은 .... 목욕이다. 나는 목욕탕 가는 것을 엄청 좋아한다. 아니 좋아 했었다. 코로나 터지기전까지는 매일 다녔으니... 아주 출근 도장을 찍었더랬다. 그런데 대중목욕탕을 못간 지 3년이 되었다. 집에서 대충 샤워로 이겨냈고, 간간이 쭈그려 앉아 때를 밀어 보기도 했다. 그런데 정말 못참겠다는 시기가 왔다. "인제 목욕탕을 가도 될것 같은데...' 더러는 바구니를 들고 나오는 사람도 보았고, 시기가 시기인만큼 가도 되는 것 아닌가 하는 긍정적인 이유를 찾기도 했다. 그러나...나는 기관으로 수업을 다니는 사람인지라 혹시나, 만의 하나,,, 나로인해 라는 불안으로 참아야 했다(나는 불안증이 심하다). 그런데 수업중에 땀을 흘리고 나면 엄청 끈적거린다. '때를 한번 밀어야 되겠다'는 생각에 미치자 하루가 급했다. 대중목욕탕을 가려고 맘을 먹었고 그 찰라 누군가의 입에서 1인 세신샵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인터넷을 뒤적여 보니 진짜 있었다. 지난 태풍이 오는 날에 에약을 했는데 취소를 했다. 물론 태풍으로 인해 비가 많이 온다는 소식도 있기도 했지만, 나의 소심함과 낯가림 때문에 고민고민하다가 취소를 했다. 누군가와 같이 가더라도 따로 시간을 잡아야 하고 같은 시간 대라도 다른 세신사에게 몸을 맡겨야 한다는데.. 비 때문이라기 보다는 .. 왠지 겁이 났다는....이런 나의 성향으로 취소를 했다. 그로 부터 태풍도 지나가고, ... 명절도 다가오고...대중목욕탕을 가는 것도, 일인 세신샵에 가는 것도 ..둘 다 부담스럽지만 고민을 많이했다. 그래서 ***에 예약을 다시 했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방문을 했고, 결론은 목욕을 잘 마쳤다. 45분, 50분정도 진행되었고... 비용에 비해 마음에 쏙 드는 것은 아니지만 타인과의 접촉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 하나만 본다면 나의 입장에서는 괜찮았다. 그런데 대중목욕탕처럼 자주 방문은 안될 것 같다. 그렇게라도 때를 말고나니 찐득하고 꿉꿉함이 씻겨져 몸이 가벼워졌다. 이대로라면 겨드랑이에 날개만 달아 준다면 날아갈 정도이다.
오로지 자신을 위해 하는 일이 내 발로 걸어가 내 손으로 책을 골라야 되는 일, 재료를 준비하고 요리를 직접 만들어야 하는, 내가 번 돈으로 큰(?) 비용을 지불해야 되는 일이다. 나를 위해 이처럼 적극적이었던 적이 있었던가 싶다. 집 가까운 곳에 도서관이 있지만 그동안 방문할 시간이 없었고, 끼니를 챙겨 먹을 시간이 없어 배가 고프면 고픈 채로 쪼르륵 거리는 배를 안고 이리저리 뛰어 다녔었고, 아픈 허리를 핑계삼아 시간을 쪼개 10분이라도 열탕을 애용했지만, 세신 비용이 아까워서 누군가에게 몸을 맡겨 본적이 없었다. 어제까지 아끼며 그렇게 살았었다. 오늘은 .... 나를 위해 책을, 나를 위해 브런치를, 나를 위해 세신을 하고 산다. 그러나 내일은 .... 글쎄 내일은 내가 .....어떻게.......... 살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