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 만에 아지트에 왔다.
3개월, 거의 백일 만에 아지트에 왔다.
명절이라지만 고향에 내려가지 않으니 할 일이 딱히 없다. 추석 당일에는 복잡하고 주차 할 곳이 없을 것 같아 미리 동작동(국립묘지)에 다녀 왔다. 전을 굽거나 떡을 만드는 등 따로 음식을 준비 하지 않으니 더 한가한 명절이다. 그 날 그때 먹고 깊은 것을 만들어 먹기로 마음을 먹었기에 가족은 내가 해 주는 대로 먹어주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그런데 아이들은 나름대로의 약속이 있어 집에서 식사하는 일이 한끼 정도였고, 남의 편은 하루는 집, 하루는 일을 나가야 하므로 내가 알아서 무엇이던 만들어 두면 각자 알아서 챙겨 먹고 설거지도 해 놓는 것으로 약속을 했다. 명절에 일을 안하니 더 편안해지고 싶었다. 연휴 첫날에는 나를 위한 세신을 다녀왔고, 둘째 날에는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열심히 읽었다. 반려견에 대한 에세이를 읽다가 울 집 노견도 곧 무지개 다리를 건너 갈 거라 생각하니 눈물이 났다. 책을 보다 몸이 찌뿌둥하면 동네 걷기를 빼 먹지 않았다. 6000보를 기준으로 7천보, 만보까지 쉼 없이 걸었다. 연휴의 세번째 날에는 다른 코스로 걸었다. 걷다가 문득 '나,,, 아지트 너무 안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발길을 돌려 아지트가 있는 곳으로 걷기 시작했다. 골목을 누비며 다양한 상가를 구경하며 걸었다. 아직 문을 열지 않은 상가가 대부분이지만, 카페는 문을 열었고 테이블에 손님이 앉아 있었다. 나는 요즘 공원이나 잘 만들어진 길을 걷기가 지루해졌다.그래서 상가가 들어 선 골목이나 차가 빵하게 다니는 도로 옆 인도를 걷는다. 식당, 카페, 미용실, 애견샵, 그리고 교회 등 다양한 상가가 들어 선 건물을 보며 마치 무엇을 관찰하는 것처럼 올려다보고 들여보는 습관이 생겼다. 그리고 '이런 가게는 손님이 얼마나 올까? 임대료를 벌 수 있겠지'.라는 쓰잘데기 없는 생각을 하다가 화들짝 놀라 제 정신으로 돌아 온다.
동네를 구경삼아 3500보의 걸음로 나의 아지트에 도착을 했다. 정말 오랜만에 왔다. 문을 열고 들어 서자 '아,,,이 공기 뭐지, 오랫동안 비워 둔 특유의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얼른 창문을 열고 탁상용 선풍기를 켰다. 그리고 냉장고에 뭐가 들어 있는지 살펴 보는데...'아이고, 이게 언제적 것인가. 방울 토마토가 썩어서 곰팡이 꽃이 피어 있었다. 온 김에 냉장고 청소를 부지런히 했고 버릴 것은 비닐 봉지에 싸매 냉동실에 넣어 두었다. 너무 적은 양이라 쓰레기 봉투에 넣기도 안되고.... 음쓰를 냉동실에 넣어 두는 사람을 엄청 싫어 했었는데 내가 지금 그 짓을 하고 있다. 15분에서 20분 만 걸으면 아지트에 올 수 있는 거리인데 왜 그동안 안온건지, 못온건지 생각을 해 봤다. 지난 5월에 아지트에서 교육을 한 이후 한번인가 두번인가 왔나. 그리고 허리가 아팠지. 허리 통증으로 걷는 일도 힘이 들었고 ... 그럼에도 계속되는 지방에서 수업이 있어서 ... 그래서 아지트에 오지 않은 기간이 3개월이 넘어 버렸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날싸도 선선하니 운동 삼아 다시 출 퇴근을 할 것인지, 아니면 퇴실을 .. 그야 말로 방을 뺄 것인지. 요즈음 이런저런 생각이 많다. 아지트를 살릴 것인지. 나이를 더 먹기 전에, 몸을 움직일 수 있을 때 어떤 기관에 소속이 되어서 출퇴근을 하면서 고정 수입(나이든 사람을 받아 줄 기관이 있을지)을 만들어 놔야 되는지 등등. 한번도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는데 ... '자꾸만 나이가 더 들기 전에' 라는 걱정? 불안? 염려가 나의 발목을 잡는다. 내가 하는 일이 언제까지 할 수 있는 일일련지......텅빈 아지트에서 나는 우울한 생각을 하고 있다. 우울한 생각의 끝은 .....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대로 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