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실 돈가스는 고소하다.

발달치료센터에 출근한 지 두 달이 지나....

돈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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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이 돈가스를 만든다는 일은 엄청 난 일이다. 이 번주(9번째 만남)에는 돈가스 만들기로 정했다. 학부모님께 "수업 날에는 돈가스용 돼지고기 400g(대략 4쪽 정도)를 가지고 치료실에 올 것" 을 문자로 알렸다. 돈가스에 필요한 밀가루, 달걀, 빵가루, 식용유, 또.. 밑간을 해야 할 소금과 후추는 내가 준비한다. 돈가스 완성 후 담아갈 통도 준비를 해야 한다. 아이들의 특성만을 생각한다면 돈가스 만드는 일은 대담한 결정을 한 셈이다. 왜냐면....... 불을 사용해야 되기 때문이다. 돈가스라 하면 많은 기름에 튀겨내는 것을 상상한다. 돼지고기를 가지고 오라는 문자에 어떻게 치료실에서 돈가스를 어떻게 만드냐고 하시면서 오시지 않던 어머님(대부분 활보 샘이 오심) 까지 방문하신 걸 보면 참으로 신기한 일이기는 했던 모양이다. 다양한 특성을 지닌 아이들(물론 청소년,성인도 있다), 소리를 지르고, 착석이 되지 않는, 방방 뛰면서 돌아 다니는, 자신 또는 치료사를 치는 .. 이런 특성을 지닌 아이들과 요리를 해 낸다는 일은 치료사의 몸과 마음이 극도의 긴장 상태를 유지해야 되는 일이다. 결론을 말하면

성공적으로 돈가스가 만들어졌다. 성공적인 돈가스 만들기라는 의미는 치료사의 수고로움이 돼지고기에 입혀지는 밀가루와 달걀물에 오롯이 스며 들었고, 치료사의 열정이 빵가루에 씌워져 식용유에 노릇하게 구워졌다는 웃픈 이야기 1탄으로 마무리 된다. 그렇게 긴장되고 뜨거운 돈가스가 만들어졌고, 아이들은 맛있게 시식을 했으며, 기다리는 어머니를 위한 돈가스 도시락이 만들어지면서 놀라움과 감탄의 치료 수업이 되었다는 아름다운 이야기로 마무리가 된다. 그러나

다양한 아이들과의 결과물은 만들어 내기까지의 요리 과정은 고소하지도 아름답지도 않다. 내가 만나는 아이들 개개인의 수준과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요리 과정을 작은 단위로 나누어야 한다. 예를 들면, 돼지고기에 소금과 후추로 밑간을 하는 과정도 몇 개의 작은 단위로 과정을 나누어야 한다. 도마 위에 바로 고기를 올릴 수 없기 때문에 비닐이나, 유산지를 깔아야 하는 일, 고기를 유산지에 포개지 않고 펼쳐서 올리는 일, 소금통을 거꾸로 세워 뿌리느냐, 소금을 그릇에 담아 주고 엄지와 검지로 소금을 찝어서 뿌릴 것인가. 만지는 게 싫은 아이에게는 소금을 고기에 올려 주고 위생장갑을 낀 손가락으로 치료사의 이끌림에 의지해서 문질러 보게 할 것인가 등의 여러가지 방법을 쫙 적어 두고 아이(특성)와 매칭시키는 작업을 먼저 해야 한다. 작은 단위로 쪼개기(나눔)란

요리책의 레시피에서 만나 볼 수 있는 만드는 순서의 1에서부터 마지막 번호까지 해 낼 수는 없다. 만드는 순서의 각각의 번호에 적힌 내용을 더 작은 단위로 적는 일, 그 작은 단위에서 아이의 수준과 특성에 맞게 매칭시키는 일에서 수행이 잘 이루어지는 아이에게는 확장 작업이 이루어지도록 해야하고, 감각의 어려움이 있는 친구에게는 치료사의 적극적인 시범활동으로 시각적인 지원이 이루어지도록 한다. 가장 기본적으로는 착석이 안되는 친구에게는 빨리 돈가스를 만들어 음식을 강화제로 사용해야 할 경우도 있다. 내가 만나는

아이들의 특성에 따라 집중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치료 과정이 있고, 그럼에도 돈가스라는 결과물은 만들어 내야 하는 나만의 작업 과정이 있다. 독특한 행동이 나타나고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지만 결과물에 대한 기대는 모두가 한마음이기 때문에, 치료사는 입으로 열심히 설명을 하고, 눈은 아이의 행동으로 나타내는 표현을 관찰하면서, 손은 부지런히 음직여야 하는 ...... 그렇게 돈가스는 만들어진다는 웃픈 이야기 2탄이다. 착석이 안되고 방방 뛰는 친구에게는 1초라도 의자에 앉는 모습을 보이면 행동에 대한 보상을 해 주어야 하므로 돈가스를 강화물로 사용해야 하므로 빨리 만들어야 한다. 수읽기는 되지만 (그림으로 인지) 수세기가 안되는 아이에게는 재료가 몇 개가 준비 되었는지 알려 주어야 한다. 지시 따르기가 안되는 친구에게는 " 두 숟가락 담아요. 5번 흔들어 주세요. 고기를 다 봉지에 넣으세요." 등 치료사의 설명에 따라 몸을 움직여 수행하도록 신체적 촉구를 한다. (이 친구는 던지고 흐트리고 던지는 등 하고싶은 대로 함). 두 숟가락, 5번이 진행되고 나면 손을 잡고 " 두 숟가락 담았어요. 5번 흔들었어요. 그만. " 하고 중단을 시켜야 한다. 물론 처음부터, 또는 몇 번 했다고 그 다음부터 잘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 아이들의 특성상 반복 학습은 필수이다.

돈가스 만드는 일에 어떤 아이에게는 인지학습이, 어떤 아이에게는 행동수정이, 어떤 아이에게는 기담림과 올바른 식습관 익히기를, 어떤 아이에게는 기분, 느낌을 구체적으로 글로 써보기. 어떤 아이에게는 레시피의 의미를 알고 순서대로 작업하기, 또..... 또..... 누군가는 치료사의 지시에 따라 수행하고 스스로 감정조절을 해야 하는 목표가 있다. 물론 이러한 목표가 작게 작게 나눈 단계에서 적절하게 버무려저 효과가 나와야 하는데............ 엉망일 때도 있다. 나의 노력과는 상관없이 앉는 모습을 1초도 볼 수 없을 때도 있고, 숫자만큼 (돈가스)스티커를 붙여야 되는 친구는 내 앞에 놓인 스티커를 가져가 나의 제한에도 불구하고 덕지덕지 붙이는 데 정성(?)을 소비해 버리기도 한다. 우리 앞에 놓여진 시간이

40분이지만, 어떤 날은 10분처럼 , 어떤 날은 4시간처럼 느껴지고 마무리되기도 한다. 아무튼 누가 어떻게 만들었던 우리의 돈가스는 고운 밀가루가 입혀지고, 묵직한 댤걀물이 발라지고, 거친 빵가루가 입혀져 고소하게 구워진다는 것이다. 돈가스 소스를 요구하는 아이들을 설득해 케첩으로 대신하지만, 아이들은 한 조각씩 시식이 이루어지고, 나머지는 도시락이 되어 집으로 귀가를 하게 된다. 이처럼 식용유를 사용하고, 불을 사용하는 날에는 긴장 100. 협압 200으로 곤두박질 치지만, 그럼에도 난............ 아이들과 요리를 한다. 치료실에서 만드는 돈가스는 더 고소하다는 보호자의 한 말씀에 정신줄을 놓친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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