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공부하게 만든다.

그들이 나를.

1. 대충 털었더니.....

끝까지 찾아낸다.


파프리카를 사러 마트에 들렀는데.. 우리 친구들이 알던 파프리카가 없었다.

고추 모양으로 생긴 파프리카.

그대 이름은 트리벨리 파프리카.

트리벨리.....라. ....입에 익숙하지도,

짝 달라 붙지도 않는 이름을 가르쳐 줘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면서 구입했다.

'뭐 ..그냥 파프리카지. 고추처럼 생긴 파프리카'

내 입에도 어색한 이름을 굳이 친구들에게 가르쳐 줄 필요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빨간, 노란 파프리카를 길게 자르게 하고

너 반쪽, 나 반쪽 나눠 가지고 속에 붙어 있는 씨를 털어 내기로 했다.

나는 대충 털어 냈는데.......

울 친구 ............... 한 개, 한 개... 열심히(?) 떼 내고 있었다.

책상에 흩어진 씨 한알도 손가락으로 콕 찍어 버렸고

내가 대충 털어 낸 파프리카도 검사하더니

다시 털어 내고 씨를 발라 주었다.

'그래, 내가 잘못했다. 우리는 대충이라는 특성이 없는데.'

한톨 한 톨 ... 마주 않아 이 친구의 행동을 살펴 보았다.

이 활동에서 그 동안 볼 수 없었던 집중력 1000%를 뿜어 내고 있었다.

집중력이 높을 때는 손 냄새나 , 파프리카의 냄새도 맡지 않는다.




2.격려와 칭찬은 ...

한손에는 칼을 잡고, 한손에는 식재료를 잡는다.


칼질을 하는데 계속 한손에 칼만 잡고 썬다. 식재료가 도마 위에서 움직이고, 칼질에 의해 어긋나서 달아나도 잡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마도 손에 파프리카(즙)가 묻을까 봐, 아니면 양손을 사용하는게 어색하거나 (협응이 안되거나), 아나면 활동할 때마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수행했거나. 아무튼 한손으로 칼질만 하려는 친구에게

한손에 칼, 한손에 파프리카를 잡아야 잘 썰 수 있다고 지도하고

시범을 보여 주었다. 그러곤


" **이, 혼자서 잘 할 수 있지. 파프리카를 썰어 봅시다."

혼자서 파프리카 두 개를 썰었다.




3. 어디서 배운건가....

나는 이렇게 가르쳐 준 적 없다.


파프리카를 썰고, 칼을 도마 옆에 놓고, 손으로 파프리카를 잡아서 접시에 옮기는 모습을 분명히 보여 주었는데 .. 도마를 들고 칼로 슥싹 슥싹 밀어서 접시로 옮긴다.

나는 한번도, 단연코 이렇게 지도한 적이 없다.

어디서 배운건가?





4.가장자리란...

어려운 말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끝까지 골고루 바르세요". 한다.

친구들의 특성을 보면, 가운데만 열심히 문지른다. 그래서 식빵이나 토르티아에 소스를 바르거나, 잼을 바를 때는 가운뎃 자리가 너덜너덜 해지면서 빵구가 난다.

이 모습을 살펴보면

골고루 펼쳐서 바르는 의미를 모르는 것인가 싶기도 하고,

소스가 가장자리를 넘어갈까 봐 걱정이 되는 것인가 싶기도 하고,

아니면 손이 많이 가는 대로 움직이는 것인가 싶기도 하고,

또 아니면 내가 다 하지 않아도 누군가가 다시 해 줄것이라는 믿음이 있는 건가 하는 ....

여러가지 마음이 든다.

"골고루 다 발라 주세요. 흰색이 안 보이게 발라 주세요."

말하고 기다린다. 발라지지 않은 부분을 알려 해준다.

"여기도. 요기. 여기"




5.팬은 넓은데...

한 쪽으로 밀리고 있다.

불고기를 볶는데 ..고기가 자꾸만 팬의 한쪽 부분으로 밀어 버린다.

팬 가운데로 골고루 펼쳐 놓으면 또 밀어 버리고, 또 밀어 두고. 이런 행동에 대해 의미를 이해 하지 못했다.

뜨거워서? 빨리 꺼내려고? 아니면 힘의 조절이 미흡해서?

뭐지? 난 아직 너를 이해하기에는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할 듯하다.



6. 나란히....

정해진 모양이거나, 칼로 잘라 일정한 것이 좋아요?

상추를, 무쌈을, 치즈를, 게살을 .... 일자로 반듯하게 올리는데

재미를 붙였다. 상추 2장을 줄기부분을 마주 보게 놓기. 쌈무 두 장을 일자로 나란히 상추 위에 올리기. 치즈의 비닐을 벗기고 반으로 접어 자른 후 쌈 무 위에 나란히 일자로 올리기, 게살의 비닐을 벗기고 가운데를 칼로 잘라 치즈 위에 일자로 올리기. 똑같은 패턴으로 활동을 반복하는 일.

식재료의 종류만 다르지 활동의 규칙이 있어 조금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일이다.

올리고 올리고, 사이즈가 큰 것부터 올리고 쌓는 일, 잘 할 수 있는 일이 되었다.


소스를 골고루 바르 는데 어려움이 있고, 소고기를 일자로 길게 펼쳐서 올리는 데도 어려움이 있었다.

치료사가 그들에게 지시를 하고 설명 하는 말이 어려운 것인가, 수행해야 하는 활동이 어려운 것인가. 치료수업 후 고민이 많다.

우리에게 주어진 짧은 시간 안에서 그들이 익숙해질때까지 반복할 수 없어서 아쉬운 점이 있다.

어찌 되었던, 그들은 나를 끊임없이 공부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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