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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국요리치료연구소 Feb 04. 2017

세번째 이야기

-  특수학급에 요리치료를 처음으로 꽂다

3. 특수학급에 요리치료를 처음으로 꽂다.    



여자 아이의 냉장고 뒤지기에서 발견한 식재료를 활용한 치료교육은 예상 밖으로 호응이 좋았다.

미술치료, 놀이치료, 음악치료는 널리 알려져 있지만

식재료와 조리도구를 활용한 요리치료에 대해서는 아직 미개척 분야로 모르는 분이 많다.  

   

 「이렇게 아이들이 좋아하고 거부 반응이 없는 걸 몰랐어요.」    


 「아이와 함께 수업을 받으니 참 행복해요.

착석이 어렵고 표현이 서툴렀던 아이가 긴 시간 앉아 있다는 것도 신기하고요.  

먹어 보고 궁금해 하는 감정 표현이 생긴 것도 기적이에요.」    



 소개를 받고 집에 방문한 어머니들과 다른 치료사들은 이렇게  말했다.    


집으로 오는 아이들과 냉장고를 활작 열어 놓고 꺼내고 집어넣고, 찢고 만져 보고,

씻어서 먹어 보는 일을 반복했다. 무엇을 교육하고 가르쳐야 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생활 경험을 나누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리고


우리집에 오는 아이들뿐 만 아니라 더 많은 장애아동에게 요리치료를 해보고 싶었다.

제일 먼저 한 일이 전국의 있는 특수학급과 장애 복지관에 홍보 안내장을 보내기 시작했다.  

   

어떤 곳에서는 해보자고 즉각 반응이 왔지만

요리치료를 놀이치료로 오해하기도 하고 별난 치료가 다 있네,

요리로 무슨 치료가 되냐고 하면서 무시를 했다.  


‘아, 그래.

인터넷 시대이니까

인터넷으로 전국의 모든 특수교사와 치료사들에게 요리치료를 알려보자.’


고 마음을 먹었다.  

   

 이렇게 해서 전국 특수 교사들에게 메일을 보내는 ‘메일 마케팅’을 시도했다.

일일이 관계자를 앞에 두고


‘요리치료가 식재료를 매체로 하는 장애 아동을 자립과 재활에 도움이 될 것이며

타 치료와 다른 점은  오감을 충족해주는 획기적인 치료이다


하는 말을 목이 아프게 반복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나의 노력과는 다르게 감감 무소식이었다.

어떤 메일은 스팸으로 처리되었는지 수신 표시가 나오지 않았으며,

어떤 메일은 주소가 잘못됐다고 반송되어오기도 했다.


수 만통의 메일을 보내고 난 후 시간이 지나도 답 메일이 없어서 낙심하고 있을 때

드디어 한 통의 메일이 왔다.     


 ‘정말 장애 아이들이 좋아하는 치료입니까?’


라는 반응을 보였다.     


답 메일을 보낸 사람들은 장애 아동들과 함께 울고, 웃고, 특수교육의 현장에서 생각하고

고민하는 선생님들이였으며 그들과 비슷한 일을 하는 치료사이기 때문에

더더욱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모험을 무릅쓰고 나를 불러 준 특수교사의 적극적인 호응에 힘입어

마침내 내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요리치료로 특수학급에 요리치료사로서 나갈 수 있었다.   

  

아이들의 특성과 수준에 맞고 흥미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고민한 끝에 첫 요리치료 수업은  두 손으로 곱게 빚어야 하는 찹쌀 경단이다.  

  

자폐성 장애아들은 다른 장애아에 비해 의사소통 장애와 타인에 대해 관심이 없다.

또한 감각 기능에 문제가 있는 아이들이니 식재료의 변화로 오감각을 자극하는 활동이 필요했다.   

  

 마침내, 특수학급에서 요리치료 첫 수업이 시작되었다.

마치 내가 시험 무대 위에 올려 진 듯이 떨리고 긴장이 되었다.   

  

 ‘잘 할 수 있어. 이번 수업을 잘 해야 요리치료를 인정을 받을 수 있어.

오직 요리로 아이들과 치료교육을 위해 이 자리에 섰다.

아이들 한명 한명에게 사랑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요리치료를 하리라.  

  

교실로 들어가 아이들을 마주했다.

5명 아이들의 눈빛이 나를 향하고 있지는 않지만 떨리고 긴장되었다.

    

 「이번 시간에는 요리 활동을 하는 거예요. 여기 있는 찹쌀가루에 물을 넣고 두 손으로 반죽을 합니다.  

두 손으로 동그랗게 경단을 빚어서 ..............우리가 먹어요. 우리 신나게 만들어 볼까요?.」  

  

 일차적인 성공은 아이들의 집중과 착석을 이끌어 내는데 있다.


일단 성공! 


식재료로 눈맞춤과 집중 시간이 길어지고 돌아다니지도 소리를 지르지도 않는다.

아이들의  반응에서  자신감이 생긴 나는 내 앞에 놓인 재료를 하나씩 들고 설명을 했다.   

  

찹쌀 경단을 만들기 위해서는 찹쌀과 찹쌀가루를  비교하고  설명을 시작으로  

만져보고 먹어보고 직접적인 경험을 하게 했다.


그리고 물을 넣으면 반죽이 되는 일련의 과정들,


눈으로 보고(시각), 만져 보고(촉각), 맛을 보고( 미각) 소리도 듣고

(청각) 냄새도 맡아 보는(후각) 과정을 경험과 체험을 통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지도했다.


여기에다가 카스텔라 빵을 체를 이용해 가루 만들기를 직접 해 보는 일은

장애 아동들에게 기존의 치료 프로그램과는 차원이 다른  치료활동이었다,    

 

 또한 직접 제작한 활동 자료는 활동의 각 과정에 따른 사진과 함께 활동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경단은 찹쌀가루를 끓는 물로 반죽하여 500원짜리  동전만큼 떼서 동그랗게 만들어요.

동그랗게 만드는 것을 빚는다 라고 해요.  

동그란 경단을 끓는 물에 담갔다가 건져서

카스텔라 가루에 굴려서 만든 것을 찹쌀 경단입니다. “    


 아이들에게 경단을 만드는 과정과 방법을 사진으로 보여 주며 설명하고 실제적으로 시연을 반복 또 반복했다.     

 「찹쌀가루로 경단을 만들면 이런 모양이 돼요」


여기저기서 먹고 싶다는 언어적인 표현과 비언어적인 표정과 감정을 보여 주었다. 


그리고 나서는 요리 만들기에 들어갔다.

아이들은 내 지시를 잘 따라 주었고 놀라운 집중력을 보였다.   

  

앙증맞고 작은 손으로 찹쌀 반죽을 떼어내 동글동글하게 빚고 국자에 담아 뜨거운 물에 넣었다가 건져

찬물에 넣어 식혀 내는 과정을 반복했다.


그러고 나서 경단을 만져보게 했다.

아이들의 반응을 알아채고 이러한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가르쳤다.     


경단이 물렁물렁해요.     

경단이 쫀득쫀득해요.     

.경단이 늘어나요     


다음 활동으로 카스텔라 가루를 나누어 주었다.


코를 박고 킁킁 냄새를 맡고,

두 손으로떡이 되도록 주물러 보고,  

입을 박고 맛을 보았다. 


 「카스텔라 가루를 접시에 골고루 펴세요.

그 위에 동그랗게 빚은 반죽을 올려 놓고 굴려요.

그러면 반죽에 노란 고물이 묻어요.  

찹쌀 경단이 완성 되었어요 .」    



아이들은 지시가 떨어지기 무섭게 재료를 나누고, 흥미롭게 경단을 그 위에 하나씩 굴렸다.     


그러자 노란색을 입은 찹쌀 경단이 다양한 모양으로 한 개 두 개씩 만들어졌다.

아이들의 입이 벌어졌다.

그 사이 어떤 아이의 얼굴은 노란 가루가 범벅이 되어있고,

또 어떤 아이는 손에 카스텔라 가루가 덕지덕지 묻었다.

또 한 아이는 슬쩍 입에 넣어 오물거리기도 했다.  

   

시간이 어떻게 지났는지...........,


완성된 카스텔라 찹쌀경단이 책상 위에 놓였다. 

아이들은 완성 된 찹쌀 경단을 신기하게 바라보면서 어떤 일을 해 냈다는

성취감과 보람을 느끼는 게 분명했다. 


자신이 만든 경단을 맛보는 시간이다.

경단 하나를 집어 입에 넣는 아이들을 바라보기만 해도 즐거운 시간이다.   

 

 어느 덧 수업이 끝나자, 요리치료 수업을 지켜보던 교장선생님이 나를 불렀다.   

 

 「권 선생, 정말 좋습니다.

아이들이 이렇게 재밌어 하면서 수업에 집중하는 건 참 보기 힘든 일입니다.

권 선생의 요리치료가 아이들을 변화시킨 거예요. 앞으로 자주 뵙기를 바랍니다. 

요리치료는 우리 장애아동들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치료교육이라고 봅니다.

요리치료를 통해 스스로 무언가를 해 낼 수 있다는

성취감과 나아가 살아가는 식생활 문제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렇게 해서 특수학급에서의 나의 첫 요리치료 수업은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돌이켜 보면

특수학급에서의 성공적인 첫 수업이 오늘의 내가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첫 수업이 실패로 돌아갔다면,

지금 나는 평범한 주부로 살아가고 있었을 것이다.

하늘이 내게 준 기회를 최선을 다해 남김없이 능력을 펼쳤기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본다. 








에세이- 먼 길 돌아 여기 서 있네 : 권 명 숙 

http://cafe.daum.net/cookthera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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